오라클 "데이터 옮기지 말라"…인프라는 액셀러론, DB는 26ai로

[디지털데일리 박재현기자] "오라클의 AI 전략의 핵심은 AI를 별도 시스템으로 구축하는 게 아니라, 고객의 데이터가 있는 곳에서 AI를 시작해 실행까지 이어지게 만드는 것이 목표다."
11일 서울 삼성동 아셈타워에서 열린 'AI 중심 클라우드 & 데이터 플랫폼 최신 기술 업데이트' 간담회에서 나정옥 한국오라클 부사장이 강조한 엔터프라이즈 AI 전략의 요지다.
한국오라클은 이날 인프라 계층의 신규 아키텍처 'OCI 액셀러론'과 데이터 계층의 '오라클 AI 데이터베이스 26ai'를 각각 소개했다. 기업 AI를 검증 단계에서 실제 업무 실행으로 끌어올리려면 두 계층이 함께 받쳐야 한다는 것이 오라클 설명이다.
나정옥 한국오라클 부사장은 "AI의 가치는 결국 데이터에 달려 있고, AI 에이전트가 비즈니스 데이터를 충분히 활용할 수 있어야 복잡한 실행까지 이어진다"고 말했다.
◆ 10년 만 OCI 인프라 골격 개편
액셀러론은 2016년 OCI 젠2(Gen2) 이후 약 10년 만의 인프라 개편이다. 젠2의 신뢰·격리 원칙을 계승하면서 호스트와 패브릭, 시큐리티 전반의 데이터 경로(data path)를 다시 설계했다.
개편의 배경은 트래픽 구조 변화다. 전통적 워크로드는 사용자에서 애플리케이션, 데이터베이스, 스토리지로 이어지는 노스-사우스 흐름이 중심이었다. 반면 AI 워크로드는 모델과 벡터DB, 에이전트, API 사이를 오가는 이스트-웨스트 트래픽이 압도적으로 많다.
이 구간의 지연이 쌓이면 GPU가 데이터를 기다리게 된다. 장진호 한국오라클 상무는 "비싼 GPU를 확보해놓고 레이턴시나 병목 때문에 다 쓰지 못하면 결국 비용"이라며 "기다리는 것은 곧 비용"이라고 말했다.
액셀러론은 컨버지드 NIC와 다중 평면 네트워킹, 제로 트러스트 패킷 라우팅(ZPR) 세 축으로 구성됐다. 세 축이 데이터 경로를 구간별로 나눠 맡는다.
컨버지드 NIC는 호스트 구간을 담당한다. 기존 스마트NIC와 분리돼 있던 두 칩을 실리콘 레벨에서 통합하고, 칩 내부에서 하드 파티션을 적용한다. 칩이 떨어져 있을 때 매체 전환에서 발생하던 지터가 사라진다.
다중 평면 네트워킹은 대규모 패브릭의 장애 영향을 제한한다. 장애 지점을 분할해 문제가 생긴 경로를 우회하고 작업을 유지하는 방식이다. 오라클은 이 기술로 GPU 80만 장을 하나의 클러스터로 묶었다고 밝혔다.
ZPR은 보안 구간을 담당한다. IP 기반 ACL 대신 태그로 통신 의도를 정의한다. 웹서버는 애플리케이션과만 통신하라는 식으로 태그를 붙이면, 서브넷이 바뀌어도 정책은 그대로 유지된다. 오라클은 이 기술을 도입한 클라우드 사업자(CSP)는 자사가 유일하다고 밝혔다.
액셀러론이 적용된 첫 컴퓨트 제품군은 AX 계열이다. AMD 기반 E6 AX, 인텔 기반 X12 AX, 암페어 Arm 기반 A4로 워크로드 특성에 따라 선택할 수 있다.
한국 리전 적용은 순차 진행 중이다. 장 상무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순차 적용 중이고 도쿄 리전은 열렸다. 한국 리전도 고객 요구 상황에 맞춰 조만간 공개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 이기종 데이터 옮기지 않고 조회…권한은 쿼리 단계서 차단
인프라 계층이 액셀러론이라면, 데이터 계층은 26ai다. 데이터 유형과 저장 위치, 인프라에 따라 갈라지던 처리 체계를 하나로 모으는 것이 골자다.
먼저 데이터 유형이다. 관계형과 XML, JSON, 벡터, 텍스트검색, 공간정보, 그래프 데이터를 하나의 데이터베이스, 하나의 쿼리 엔진, 하나의 보안 체계로 처리한다.
그래프 DB도 대표적이다. 오라클은 별도 엔진을 추가하는 대신 기존 테이블 위에 '그래프 뷰'를 만들어 데이터 복제 없이 그래프 쿼리를 수행한다. 2003년 10g 시절부터 RDF와 프로퍼티그래프를 제공해온 방식이다.
다음은 데이터 저장 위치다. 여러 소스 데이터를 하나의 데이터웨어하우스(DW)로 적재한 뒤 분석하는 대신, 가상화해 즉시 통합 조회한다. 이기종 데이터베이스와 오브젝트 스토리지, 외부 서비스에 산재한 데이터가 대상이다.
자연어 질의도 이를 토대로 동작한다. 사용자는 데이터가 오라클에 있는지 MySQL이나 포스트그레SQL에 있는지 알 필요 없이 질의만 하면 된다.
인프라 종속성도 걷어냈다. AWS와 애저, GCP, 온프레미스 어디서든 오라클 데이터 플랫폼을 쓸 수 있다. 필요하면 온프레미스에서 OCI로, OCI에서 애저나 GCP로 플랫폼을 옮기는 것도 가능하다.
통합의 전제는 거버넌스다. 데이터를 한 곳에서 다루게 되면 권한 통제가 함께 따라붙어야 한다. 데이터를 꺼낸 뒤 LLM 가드레일로 걸러내는 방식은 MCP 등을 통해 우회될 경우 필터링이 무력화될 수 있다는 게 오라클 진단이다.
오라클은 대신 쿼리 옵티마이저 단계에서 역할 기반 권한을 적용해 쿼리 자체를 변형한다. 테이블과 컬럼, 레코드 단위 제어도 가능하다. 김 상무는 "권한이 없는 데이터는 절대로 조회조차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나정옥 부사장은 "무엇을 자동화할 것인가보다 AI가 어떤 업무 결정을 안전하게 실행하도록 허용할 것인가를 먼저 정해야 한다"며 "AI를 독립 프로젝트로 보는 대신 핵심 데이터와 운영 시스템이 융합되는 통합 프로젝트로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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