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월드 잔혹사]上 '도토리' 또 '코인'될까?…블록체인 그림자 계속

채성오 기자 2026. 8. 1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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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3200만명의 일상을 담았던 싸이월드가 또 한 번 부활을 꿈꾸게 됐다. 서비스가 멈추고 주인이 여러 차례 바뀐 뒤에도 좀처럼 역사 속으로 사라지지 않는 모습이다. <디지털데일리>는 한국형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의 탄생과 몰락, 거듭된 부활과 사업권 갈등, 그때마다 따라붙은 블록체인·코인의 흔적을 되짚으며 싸이월드를 놓지 못하는 이유를 짚어본다. <편집자 주>

[디지털데일리 채성오기자] 싸이월드가 다시 살아날 때마다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단어가 있으니 '블록체인'과 '코인'이다.

과거 '1촌'을 매개체로 촘촘한 사회적 관계망을 형성했던 싸이월드 서비스는 부활을 거듭할 때마다 블록체인이라는 디지털 인프라망과 꾸준히 연결되는 모습이다.

12일 정보기술(IT)업계에 따르면, 싸이월드의 지적재산권(IP) 및 관련 자산을 인수해 오는 10월 '싸이월드 3.0' 베타 서비스 목표로 내세우며 자체 코인을 발행하지 않겠다고 밝힌 시그마체인은 자체 메인넷을 기반으로 기존 미니홈피 콘텐츠를 대체불가능한토큰(NFT)로 자산화할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시그마체인이 블록체인 메인넷 및 관련 솔루션을 공급하는 업체인 만큼 새롭게 싸이월드가 서비스될 경우 회원들의 미니홈피 데이터나 콘텐츠가 디지털경제에 활용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시그마체인 측이 지난 10일 진행한 기자간담회를 통해 "싸이월드 3.0은 미니홈피의 익숙한 감성을 유지하면서 NFT 콘텐츠 거래와 새로운 수익 구조를 더한다"고 밝혀 이런 가설에 무게가 실리는 상황이다.

실제로 정식 서비스 중단 이후 2년 만인 2021년 당시 등장했던 '싸이월드제트'는 MCI재단과 손잡고 싸이월드 기반 블록체인 메인넷을 만들겠다고 공개한 바 있다. 당시 MCI 코인은 '싸이클럽'으로 이름을 바꿨고 이듬해 싸이월드 공식 암호화폐 '도토리'와 NFT를 내세워 '돈 버는 SNS'를 만들겠다는 계획까지 발표했다.

그러나 계약해제를 둘러싼 법적 분쟁이 이어지면서 빗썸은 2022년 11월 백서 이행이 사실상 어렵다고 판단해 싸이클럽의 거래지원을 종료했다. 분쟁은 이후에도 계속돼 올해 대법원에서 싸이월드제트가 베타랩스에 약 137억원 상당의 가상자산을 반환해야 한다는 취지의 판결이 확정됐다.

이런 이유 때문에 업계 일각에서는 재개될 싸이월드 3.0 또한 가상자산과의 연동 가능성에 우려를 표하고 있지만, 시그마체인 측은 자체 코인·토큰 발행은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혀 논란을 일축시켰다.

도토리는 일반적인 플랫폼 내 결제수단으로 두고 향후 법제화와 금융사 연계 조건이 갖춰진다면 스테이블코인을 도토리를 구매하거나 소비하는 결제수단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설명이다. NFT도 이용자가 원할 경우 콘텐츠를 선택적으로 자산화하는 방식이될 것이라고 시그마체인 측은 설명했다.

이처럼 싸이월드와 블록체인의 반복된 만남을 우연으로만 보기 어려운 이유는 사업 구조에 있다.

대부분의 블록체인 서비스가 토큰을 만든 뒤 이용자와 사용처를 확보해야 하는 것과 달리 싸이월드에는 이미 '도토리'가 있다. 미니홈피를 꾸미거나 배경음악·아이템을 구매하는 데 현금을 지불했던 경험도 존재한다. 전성기에는 하루 약 300만개의 도토리가 팔렸고 연간 판매액이 1000억원을 넘어설 정도로 하나의 디지털 경제권을 형성했다.

여기에 3200만명 이상으로 알려진 누적 회원과 사진·방명록 등 막대한 콘텐츠가 붙는다. 토큰경제가 필요로 하는 이용자, 디지털 자산, 거래수단과 브랜드를 싸이월드는 20여년 전 이미 한 플랫폼 안에 갖췄던 셈이다.

브랜드가 가상자산 가격에 직접 영향을 준 전례도 있다. 2021년 MCI가 싸이클럽으로 이름을 바꾸자 빗썸에서 가격이 한 시간 만에 약 30% 뛰었다. 같은 해 싸이월드 서비스 재개가 연기되자 싸이클럽 가격은 11% 넘게 떨어졌다. 싸이월드라는 이름과 실제 서비스에 대한 기대가 가상자산 시장으로 옮겨붙었던 것이다.

IT업계 관계자는 "싸이월드 3.0에서 눈여겨볼 부분은 블록체인을 쓰느냐가 아니다"라며 "과거처럼 싸이월드의 인지도와 도토리가 가상자산 사업의 동력이 되는 구조를 되풀이할 것인지 아니면 실제 SNS가 먼저 작동하고 블록체인은 그 뒤를 받치는 기술이 될 것인지를 따져봐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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