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승욱 칼럼] AI 시대의 언론, 겁먹을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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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돌 9단과 알파고가 세기의 대국을 벌였던 2016년 3월 국민일보 '데스크시각'에 'AI한테 직장 뺏기는 거 아냐'라는 칼럼을 쓴 적이 있다. AI가 기사를 쓰면 기자라는 직업이 사라진다는 걱정에 대한 글이었다.
기사를 출품한 기자들을 모두 인터뷰해 찾아낸 AI활용 기법은 의외로 단순했다. 기자들은 AI에게 지난 10년간 커카운티의 모든 공문서를 검색해 홍수 관련 기록을 뽑아내도록 지시한 뒤 그 결과로 기사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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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통신 워드스미스가
2014년 문을 연 로봇 저널리즘
챗GPT 등장 이후
AI 저널리즘으로 질적 도약
속보와 단신은 이길 수 없지만
AI를 도구로 활용하는 것은
현장에 있는 기자의 특권이다
이세돌 9단과 알파고가 세기의 대국을 벌였던 2016년 3월 국민일보 ‘데스크시각’에 ‘AI한테 직장 뺏기는 거 아냐’라는 칼럼을 쓴 적이 있다. AI가 기사를 쓰면 기자라는 직업이 사라진다는 걱정에 대한 글이었다. 당시 일하던 온라인뉴스부는 로봇 저널리즘을 준비 중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부끄럽게도 AI의 발전 가능성을 제대로 가늠하지 못했다. ‘만루홈런보다 가치 있는 희생플라이를 찾아내는 프로그램은 기사를 쓸 수 있다’고 소개한 뒤, 1면톱과 사회면 1단에 어떤 기사를 배치할지 판단은 AI가 아닌 인간의 영역이라고 큰소리치며 글을 마쳤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났다. 이세돌·알파고 대국 10주년을 기념해 신진서 9단과 오픈소스 바둑 AI 중 최강인 카타고의 3번기 대국이 열렸다. 신진서가 2승1패로 이겼지만 2점 접바둑이었다. AI는 이미 상상을 뛰어넘는 곳으로 가버린 것이다. 변호사, 공인회계사 같은 전문가 영역도 잠식됐다. 언론계는 훨씬 심각하다. 사실 변화는 이세돌·알파고 대국 전에 가시화됐다. AP통신이 오토메이티드 인사이츠가 개발한 워드스미스를 도입하고 로봇 저널리즘 출범을 선언한 게 2014년이다. 워드스미스 개발자 로비 앨런은 “자연어 생성을 위한 AI 플랫폼”이라고 했는데, 쉽게 말하면 기업 실적보고서의 수치를 기사로 바꾸는 프로그램이다.
AP의 성공 이후 로봇 저널리즘은 대세가 됐다. 블룸버그의 사이보그시스템, 워싱턴포스트의 헬리오그래프, 로스앤젤레스타임스의 퀘이크봇, 로이터의 뉴스트레이서가 속속 등장했다. 뉴스트레이서는 트위터에서 폭발적으로 언급되는 사건을 포착해 폭탄테러나 지진 발생 기사를 누구보다 빨리 보도했다. 양적으로 팽창하던 로봇 저널리즘은 2022년 챗GPT 등장을 전후해 ‘AI 저널리즘’으로 질적 도약을 이뤘다. 이후 성장속도는 더 무섭다. 지난해 3억1700만 달러였던 AI 저널리즘 시장은 2034년 24억499만 달러로 예상된다. 연평균 성장률이 무려 25.5%다. 여기에는 기사 생성 프로그램, AI기반 종합 플랫폼, 자동 기사탐지 시스템, 콘텐츠 검열 AI 등이 모두 포함된다.
기술의 흐름을 따라가면 성장하는 시장, AI 저널리즘이 나아갈 길이 보인다. 지난주 하버드대 저널리즘 연구기관인 니먼랩은 2026년 퓰리처 수상작 5편과 최종후보작 3편에서 AI의 활약상을 소개하는 글을 홈페이지에 게재했다. 기사를 출품한 기자들을 모두 인터뷰해 찾아낸 AI활용 기법은 의외로 단순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해 여름 텍사스주 커카운티를 덮친 홍수를 사전에 대비하지 못한 이유를 찾는 탐사보도로 최종후보에 올랐다. 기자들은 AI에게 지난 10년간 커카운티의 모든 공문서를 검색해 홍수 관련 기록을 뽑아내도록 지시한 뒤 그 결과로 기사를 썼다. 브레이킹뉴스 부문을 수상한 미네소타 스타트리뷴은 총기난사 사건의 범인이 고대 키릴문자를 섞어 쓴 암호문 일기장을 AI로 해석해 범행동기를 밝혔고, 국제보도상을 받은 AP통신은 수만건의 공개된 정부계약서와 입찰문서를 AI로 분석해 미국 IT기업들이 중국 정부의 티베트·위구르 주민감시시스템 구축용 첨단 제품을 판매한 사실을 폭로했다.
AI 저널리즘은 AI가 쓴 기사를 AI 앵커가 읽는 1차원적인 기술 변화를 의미하지 않는다. 로봇 저널리즘에 앞장섰던 언론사들은 이제 기업실적, 증시, 스포츠 등 정형화된 단신은 AI에게 맡기고, 소속 기자들은 AI를 활용한 심층분석 보도에 집중케 하며 AI 저널리즘을 선도하고 있다. 뉴욕타임스처럼 AI가 만든 뉴스를 보도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언론사도 속속 등장했다. ‘가치가 담기지 않은 단신’은 굳이 다룰 필요가 없다는 철학의 발현이다.
정보가 넘치는 시대다. 사람이 속보와 단신 영역에서 AI를 이길 수 없다. 하지만 그 영역에서 AI와 싸울 이유도 없다. 워싱턴포스트가 지난 2월 인력의 30%가 넘는 300여명을 해고한 것은 편집국에서 AI가 기자를 대체해서가 아니라 대화형 AI가 확산되면서 기존 검색엔진을 통해 유입되던 웹사이트 트래픽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니먼랩은 지난달 다른 언론사의 뉴스를 대량으로 재가공하는 전략을 버리고 자체 취재 기사를 늘려 트래픽 악화를 극복한 비즈니스 인사이더의 사례를 소개했다. 10년 후 다시 부끄러운 글이 될지 모르겠지만 기자에게 AI는 도구일 뿐이다. AI 저널리즘의 날카로운 칼날을 다루는 주체는 결국 단신을 놓고 “왜?”라고 묻는 현장의 기자들이다.
고승욱 대기자 swk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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