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AI에 무너지는 토종 플랫폼 신화
토종 포털의 대명사 네이버가 국내 모바일 이용자 수에서 생성형 AI 제미나이를 검색에 이식한 구글에 처음 추월당했다. 11일 발표된 지난달 생산성 앱(업무·학습·검색을 효율적으로 돕는 앱) 순위에서 구글 앱은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 4702만여 명으로 1위에 올랐다. 네이버는 4684만여 명으로 2위였다. 집계가 시작된 2021년 3월 이후 첫 역전이다. 생성형 AI 챗GPT 앱도 MAU 1645만 명으로 급증해 7위에 올랐다. 8위 다음(630만 명)의 2.6배다. 한 달 수치이고 격차가 작아 추세를 단정하기에는 이르지만, 생성형 AI가 검색과 정보 이용의 판을 바꾸고 있고 이를 앞세운 미국 빅테크의 공세가 심상치 않다는 게 업계의 평이다.
그동안 한국은 미국 플랫폼의 독주 속에서도 자국 디지털 영토를 지켜낸 극소수 국가였기에 이번 추월의 충격은 크다. 마이스페이스 대신 자리 잡은 1세대 소셜미디어 싸이월드, 왓츠앱을 압도한 카카오톡, 야후와 구글에 맞선 네이버와 다음 등 독자적인 디지털 생태계를 보유해 왔다. 해외 서비스를 차단한 게 아니라 검색과 밀착된 생활형 서비스와 다양한 콘텐트로 글로벌 빅테크와 경쟁해 얻은 성과였다. 그런데 지금은 이용자들이 토종 포털 검색의 품질 하락을 체감해 온 상황에서 검색과 연계된 콘텐트 소비와 소통·친목 영역까지 AI 기술력으로 무장한 글로벌 플랫폼으로 빠르게 이탈하고 있다.

이런 위기 상황에서 정부와 기업의 적극 대응이 절박하다. 구글의 부상과 챗GPT의 급성장은 플랫폼 경쟁이 AI 경쟁과 한 몸이 됐음을 시사한다. 정부는 ‘소버린 AI 강국’이라는 구호만 앞세울 게 아니라 국내 포털 약화의 현실과 AI 기술의 연관성을 파악해야 한다. 특히 국내 기업을 역차별하거나 혁신의 발목을 잡는 낡은 규제를 철폐하고 공정한 경쟁 환경 조성에 정책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기업들도 기존 검색·메신저 이용자를 기반으로 광고 수익과 쇼핑·결제 사업을 방어하는 데 머물지 말고 AI 기반 검색과 사용자 경험 고도화에 과감히 투자하며 자생적 미래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민·관이 합심해 현실적 경쟁력을 확보할 때 디지털 주권과 시장 생태계를 지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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