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프 딘 떠난 자리…구글 AI 권력은 누구한테 갔나

어환희 2026. 8. 11.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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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의 서른 번째 직원의 퇴사 소식에, 알파벳 시가총액 1900억 달러가 하루 만에 증발했습니다. 지난주 구글을 떠난 제프 딘(Jeff Dean) 수석 과학자 이야기입니다. 그의 퇴사를 단순한 임원의 창업으로 보기엔, 시장의 반응은 무시할 수 없습니다.

제프 딘 수석과학자의 퇴사에 모두가 관심을 갖는 건 그가 구글 AI의 집약체이기 때문입니다. 블룸버그는 그를 “가장 구글다운 사람(Most Google Person)”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제프 딘


1999년 구글의 서른 번째 직원으로 입사한 그는 27년간 검색, 광고, 반도체 등 회사의 거의 모든 주요 제품 개발에서 핵심 역할을 했습니다. 검색부터 신경망까지 현대 AI 인프라의 기틀을 다진 인물이기도 합니다.


‘제프 딘 없는’ 구글 AI는?


나 하나 없어도 회사는 잘 돌아간다. K-직장인 사이에선 마음의 위안을 얻는 명언 중 하나인데요. 이번엔 상황이 조금 달라 보입니다.

이번 개편으로 구글의 AI 조직은 큰 변화를 맞이했거든요. 먼저 제프 딘은 회사를 떠났고, 데미스 허사비스 역시 제미나이 개발을 비롯한 딥마인드의 일상적인 운영에서는 한발 물러났습니다. 허사비스는 딥마인드 의장(Chair)이자 알파벳 최고과학자(Chief Scientist)로서 AGI 및 과학 연구에 더 집중하게 됩니다.
허사비스가 맡았던 딥마인드의 일상적인 운영과 AI 모델 개발 책임은 코라이 카부쿠오글루(Koray Kavukcuoglu)에게 넘어갔습니다. 딥마인드 CTO(최고기술책임자) 겸 구글 최고 AI 설계자(Chief AI Architect)였던 그는 수석부사장(SVP)으로 올라서 순다르 피차이 CEO에게 직접 보고합니다. 제미나이 모델 개발부터 프런티어 AI 연구, 제미나이 앱과 개발자팀까지 그의 관할에 들어갑니다.

이 조직 개편의 함의는 뭘까요? 구글 AI를 상징하던 제프 딘은 회사를 떠났고, 허사비스는 제품 개발과 조직 운영의 최전선에서 한발 물러났습니다. 똘똘 뭉쳐 AI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시점에 조직의 변동성이 커진 겁니다.

이번 인사가 갑작스러운 것만은 아닙니다. 구글은 지난 6월부터 사내 스타 연구자들을 잇따라 내주기 시작했습니다. 제미나이 공동리드였던 노암 샤제어가 오픈AI로 떠났고, 뒤이어 2024년 노벨화학상 수상자이자 알파폴드 개발을 이끈 존 점퍼가 앤스로픽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오픈AI·앤스로픽 등에 이어 오픈소스 모델로 덤비는 중국 개발사들까지. 험난해진 AI 지형에서 시장의 우려는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는 이런 조직의 변동성에 대해 “제미나이 3.5 프로 모델 지연, 코딩·에이전틱 분야에서의 경쟁력 우려와 맞물려 구글이 AI 개발을 제대로 실행하고 있는지를 시장이 더욱 깐깐하게 따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짚었습니다.

■ 떠나는 '제프 딘과 아이들'

「 검색부터 빅데이터와 생성 AI까지, 구글이 20여년간 거쳐온 기술의 큰 전환점마다 제프 딘의 이름은 빠지지 않았습니다. 2011년 구글 브레인을 공동 설립한 딘은 15년 동안 구글의 AI 사업을 이끌어왔죠. 이번에 그와 함께 구글을 떠나는 세 명의 엔지니어도 주목할 만합니다.

제프 딘 구글 수석과학자(왼쪽에서 세 번째)와 AI 스타트업 디스커버리 루프를 이끄는 세 명의 구글 출신 엔지니어. 사진 제프 딘 X 캡처


◦ 산제이 게마왓은 제프 딘과 함께 빅데이터 처리의 원조 격인 ‘맵리듀스’ 기술을 개발해 구글이 웹 전체를 검색할 수 있는 토대를 깔았습니다. 2016년에는 20명의 동료와 함께 AI 시스템 구축을 용이하게 하는 머신러닝 프레임워크 ‘텐서플로우’를 개발해 딥러닝 붐을 일으켰습니다.

◦ 오리올 비냘스는 알파고 이후 딥마인드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알파스타’ 프로젝트를 이끌었습니다. 딥마인드에서 리서치 부문 부사장을 지내며 제미나이 프로젝트의 기술 총괄을 맡기도 했죠.

◦ 꾸옥 레는 제프 딘과 함께 구글 브레인을 공동 설립한 창립 멤버입니다. AI가 스스로 최적의 신경망 구조를 찾아내도록 하는 ‘신경망 아키텍처 검색’ 개념을 발명했습니다.

뉴욕타임스는 이들의 집단 이탈에 대해 “구글 내부 권력 구조 변화와 스타트업 중심 AI 생태계 재편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짚었습니다.


‘임원→창업’ 공식…이제 허사비스 차례?


제프 딘이 구글에서 나와 AI 스타트업 창업을 ‘넥스트 스텝’으로 택한 건 어쩌면 크게 놀랄 만한 일은 아닙니다. 시장조사업체 피치북이 집계한 데이터에 따르면, 그는 2014년 이후 최소 100개 이상의 스타트업에 투자해 왔습니다. 이중 상당수는 AI 붐이 본격화한 지난 3년 사이 이뤄졌는데요. 구글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연구를 이끄는 동시에, 울타리 밖 스타트업 생태계에도 꾸준히 발을 걸쳐온 셈입니다.

구글에서 의장·수석 같은 직함은 그 자체로 하나의 신호입니다. 2019년 알파벳 CEO 자리를 내려놓은 래리 페이지 공동창업자는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뒤 지난해 3월 AI 기반 제조 스타트업 다이나토믹스를 창업했고요. 에릭 슈미트 전 CEO 역시 2011년 CEO 자리를 래리 페이지에게 넘기고, 회장·기술고문 등을 지내다 2019년 아예 구글을 나와 4년 만에 AI 드론 스타트업 화이트스토크를 세웠습니다.

제프 딘 역시 이 패턴에서 벗어나지 않았습니다. 2023년 구글 브레인과 딥마인드가 통합되며 구글 AI 총괄 자리를 허사비스에게 넘기고 수석과학자 직함을 받았던 그는 꼭 3년 만에 회사를 나왔습니다. WSJ 보도에 따르면, 딘은 퇴사 한 달여 전부터 창업을 진지하게 준비했습니다. D.A. 데이비드슨의 길 루리아 애널리스트는 “구글에서 최고 자리에 올랐던 인재들은 사실 AI의 상업화 자체보다 역사의 일부가 되는 데 관심이 많다”며 “오픈AI·앤스로픽 같은 프런티어 업체나 스타트업을 역사를 쓸 수 있는 곳으로 보는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데미스 허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최고경영자(CEO)

시장이 다음 차례로 지목하는 인물은 허사비스입니다. 이번 개편으로 딥마인드 CEO 자리를 내려놓으면서 제미나이에 대한 관할권도 완전히 내려놓았죠.

그 역시 현재 발 하나를 회사 밖에 걸치고 있습니다. 2021년부터 이끌어온 AI 신약 개발 스타트업 이소모픽 랩스입니다. 이번 개편으로 허사비스가 “더 많은 시간을 쏟겠다”고 공언한 곳이기도 합니다. 베어드 에쿼티 리서치의 콜린 세바스천 애널리스트가 이번 개편을 “핵심 AI 인재를 각자의 강점 영역에 집중시키기 위한 조치”라고 평가하면서도 “회사의 두뇌 유출(brain drain) 우려를 촉발할 것”으로 짚은 이유이기도 합니다.


카부쿠오글루에게 넘겨진 코드레드


이번 개편의 최대 수혜자는 코라이 카부쿠오글루입니다. 직함만 보면 CEO가 아닌 수석부사장(SVP)이라 다소 밋밋해 보이지만, 블룸버그는 이를 “구글 특유의 관료제 안에서는 오히려 고전적인 승진 경로”라고 짚었습니다. 허사비스에게 보고하던 라인에서 완전히 벗어나, 순다르 피차이 CEO에게 직접 보고하는 위치로 올라섰기 때문입니다.

블룸버그는 이번 개편의 이면에 딥마인드 수뇌부의 갈등이 있었을 가능성까지 제기했습니다. 딥마인드 내부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들 사이에서 ‘체스 마스터’ 허사비스가 자신의 옛 오른팔인 카부쿠오글루에게 판을 읽히고 밀려난 것 아니냐는 의심이 나온다는 겁니다. 딥마인드 창업 초기부터 허사비스와 함께했던 카부쿠오글루가 이제는 피차이의 뒤를 이어 알파벳 CEO에 오를 수 있는 경로에 들어섰다고도 평가했습니다.

다만, 넘겨받은 숙제는 만만치 않습니다. 잇따른 인재 유출을 막고, 발명 단계의 기술을 제품으로 바꿔 상업화 속도를 끌어올려야 합니다. 당장 제미나이 3.5 프로부터 발등에 불이 떨어졌습니다. 출시 시점이 당초 예고했던 6월을 훌쩍 넘긴 상황입니다. 게다가 현재 나와 있는 제미나이 API 전체의 소비 증가율도 최근 두 달간 8%에 그치며, 오픈웨이트나 프런티어 최신 모델들에 엔터프라이즈 시장을 빠르게 내주고 있는 상황입니다. AI 전략의 무게중심이 런던에서 캘리포니아 본사로 다시 옮겨온 지금, 조직을 어떻게 추스르느냐가 곧 그의 첫 시험대가 될 전망입니다.

■ 아들을 잃는 것이 아니라 며느리를 얻는 것

「 제프 딘의 퇴사를 오히려 기회로 읽는 시각도 있습니다. 구글이 아들을 잃은 게 아니라, 며느리를 하나 얻은 셈이라는 건데요. 딘이 창업한 디스커버리 루프(Discovery Loop)에 구글이 창업투자자 겸 클라우드 파트너로 이름을 올렸기 때문입니다.

이 스타트업이 노리는 시장도 예사롭지 않습니다. 가설 수립부터 실험 설계, 결과 분석까지 과학 연구의 전 과정을 AI로 자동화해, 신약 설계·재료과학·물리학처럼 챗봇보다 장기적으로 훨씬 큰 가치를 지닌 영역을 정조준하고 있는데요. 딘의 입장에서는 구글이라는 울타리 밖에서 최첨단 기술을 자유롭게 실험할 수 있게 됐고, 구글 입장에서는 인재는 내보내되 지분과 인프라 계약으로 여전히 끈을 쥐고 있는 셈입니다. 다음 세대의 알파폴드급 혁신이 어쩌면 이곳에서 나올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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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환희 기자 eo.hwa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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