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 쿠르드와 ‘42년 전쟁’ 종식하나…무장해제법 통과

이승호 2026. 8. 11.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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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현지시간) 튀르키예 앙카라 의회에서 친쿠르드 성향 인민평등민주당(DEM) 의원들이 이날 쿠르드노동자당(PKK)의 무장해제와 범죄혐의 처벌을 유예하는 ‘국가연대 및 사회통합 강화 법안’ 이 통과되자 손가락으로 승리를 의미하는 브이자를 그려보이고 있다. AFP=연합뉴스

튀르키예가 쿠르드노동자당(PKK)과 벌여 온 42년간의 유혈 분쟁 종식에 한 걸음 다가섰다. 10일(현지시간) PKK의 무장해제를 규정한 사회통합법안을 통과시키면서다. 튀르키예 의회는 이날 ‘국가연대 및 사회통합 강화 법안’을 재석의원 562명 중 찬성 468표, 반대 88표, 기권 6표로 통과시켰다.

법안은 집권 정의개발당(AKP), 여권과 연대하는 민족주의행동당(MHP), 친쿠르드 성향의 인민평등민주당(DEM) 등이 지난 5일 공동으로 발의했다. PKK 대원들이 무기와 탄약을 반납한 사실이 확인되면 과거 범죄에 대한 수사와 기소를 유예하거나, 징역형 판결을 집행유예로 감형해 사회에 복귀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을 담았다.

수사·기소 대상자들이 최대 10년인 유예 기간 테러 범죄를 저지르지 않을 경우 기소를 기각하거나 형이 집행된 것으로 간주하기로 했다. 무장해제 검증은 부통령, 정보당국 수장 등으로 구성된 국가안보위원회가 한다.

법안 통과로 1984년부터 4만여 명이 숨진 튀르키예 정부와 PKK간 전쟁을 끝낼 토대가 마련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PKK는 쿠르드족이 다수인 튀르키예 동남부에 국가 수립 등을 요구하며 무장투쟁을 벌여 왔다. 튀르키예는 군을 투입해 지속적으로 진압 작전을 벌였고, PKK는 튀르키예와 인접한 시리아·이라크 북부를 근거지로 수십 년간 저항을 이어왔다.

지난해 10월 이라크 북부 쿠르드족 자치지역에서 쿠르드노동자당(PKK) 대원들이 자신들이 가진 무기를 모아 소각하는 행사를 벌이고 있다. AFP=연합뉴스

국면이 바뀐 건 지난해 2월이다. 1978년 PKK를 설립하고 투쟁을 이끌다 1999년 튀르키예에 체포돼 수감 중인 압둘라 외잘란이 “무기를 내려놓고 투쟁을 멈추자”는 뜻을 밝히면서다. PKK는 외잘란의 뜻에 따르겠다며 같은 해 5월 무장 해제와 조직 해체를 선언했다. 다섯 달 뒤엔 이라크 자치지역에서 무기를 직접 소각하는 행사도 벌였다. 로이터통신은 “PKK는 튀르키예 내 정치 활동으로 자치권을 획득하는 것으로 목표를 바꿨다”고 전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간) 앙카라에서 열린 크리스티안 스토커 오스트리아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도 법안 통과를 숙원 사업으로 생각해왔다. 그는 ‘테러 없는 튀르키예’를 위해 PKK와 화해를 추구하며 소모적인 분쟁 상황을 종결하겠다고 밝혀왔다. 이번 법안 통과를 정치적 성과로 튀르키예와 국제사회에 내세울 수 있게 됐다. 종신 집권 개헌을 위해 친쿠르드 야당 DEM의 협조가 절실한 에르도안으로선 법안을 통과시켜 DEM 지지를 얻을 필요도 있었다.

갈등의 소지는 남아있다. PKK는 법안에 외잘란의 석방이 포함되지 않았다고 반발한다. 법안은 무기와 탄약을 반납하겠다고 밝힌 PKK 대원이라고 해도 고의적 살인이나 2005년 6월 이전에 범죄를 저질렀다면 죄를 감면해주지 않는다. 1999년부터 투옥 중인 외잘란은 사면 가능성이 없는 셈이다.

지난 3월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쿠르드인들이 쿠르드노동자당(PKK) 지도자 압둘라 외잘란의 대형 사진을 들고 그의 석방을 촉구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PKK 측은 지난해 무장해제를 선언하면서 외잘란을 출소시켜 PKK의 군사 조직 해체를 감독하게 해 달라고 요구해 왔다. PKK는 지난 9일 성명에서 “법안은 ‘쿠르드’라는 용어조차 사용하지 않은 채 단순히 무장해제만을 언급하는 등 결함과 하자가 있다”며 “우리는 법이 제정되려면 (PKK) 지도자가 자유롭게 활동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해왔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입법을 거부하진 않는다면서도 조속히 보완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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