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0억 전용기 두고…트럼프, 기내식 트럭에 숨어 ‘비밀 탈출’ 왜

하수영 2026. 8. 11.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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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현지시간) 튀르키예 앙카라에서 열린 제36차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앞두고 공식 방문을 위해 앙카라 공항에 도착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의 암살 위협을 우려해 전용기를 타는 척 하면서 기내식 케이터링 트럭에 숨어 다른 수송기에 옮겨 타는 이른바 위장 전술을 썼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10일(현지시간) 미 워싱턴포스트(WP)는 미국 관리들의 증언과 비행 추적 정보 등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을 겨냥한 이란의 암살 위협을 이유로 지난달 전례를 찾기 힘든 작전을 벌였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8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상회의 참석 차 튀르키예 수도 앙카라에 머물고 있었다. WP에 따르면 당시 미 정보당국은 이란이 트럼프 대통령 또는 에어포스원(대통령 전용기)을 공격할 가능성이 있다는 첩보를 파악했으며 이것이 신빙성 있는 정보라고 판단하고 있었다.

카타르 정부 기증 신형 에어포스원. 로이터=연합뉴스

이에 트럼프 행정부는 트럼프가 어느 비행기를 타고 있는지 알아내기 어렵게 하는 위장 전술을 펼쳤다. 우선 트럼프 대통령이 앙카라에 갈 때 타고 이동했던 신형 에어포스원이 대통령을 태우지 않은 채 먼저 7월 8일 저녁 앙카라를 떠났다. 신형 에어포스원은 카타르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기증한 보잉 747-8 상용 여객기를 개조한 기체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취재진이 지켜보는 가운데 손을 흔들며 구형 에어포스원에 탑승했다. 구형 에어포스원은 보잉 747-200을 개조한 VC-25A로, 뒤이어 백악관 출입기자들도 탑승했다.

지난달 8일(현지시간) 튀르키예 앙카라 국제공항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상회의를 마치고 출국하기에 앞서 구형 에어포스원인 VC-25A 옆에 기내식 운반 차량이 주차돼 있다. AP=연합뉴스

비밀 작전은 이때부터 시작됐다. 트럼프 대통령과 보좌관들은 구형 에어포스원의 반대편 출입문으로 이동한 뒤, 출입문 근처에 대기 중이던 기내식 케이터링 적재함으로 몸을 숨겼다. 케이터링 적재함이 지상으로 내려오자, 이를 실은 케이터링 트럭은 인근에 대기하고 있던 VIP용 미 공군 수송기 C-32A 쪽으로 이동했다.

당시 언론이 촬영한 영상에 따르면, 이 과정에서 트럭은 약 40초간 카메라 시야에서 사라졌는데, 다시 포착됐을 때는 케이터링 적재함이 유압식 승강장치를 이용해 C-32A 출입문 높이까지 올라가 있었다. WP는 이 틈에 트럼프 대통령과 보좌진이 C-32A로 몰래 갈아탄 것으로 파악했다.

8일(현지시간) 튀르키예 앙카라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상회의를 마치고 워싱턴DC로 돌아가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영국 밀든홀 미 공군기지에서 신형 에어포스원으로 갈아타며 손을 흔들고 있다. AP=연합뉴스

이날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은 외부 계단을 이용해 별도로 C-32A에 탑승했다. WP는 “C-32A의 비행을 평범한 임무처럼 보이게 하려는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이렇게 트럼프 대통령은 헤그세스 장관 및 보좌관들과 함께 C-32A를 타고 영국 밀든홀 공군기지까지 이동한 뒤, 현지에 대기 중이던 신형 에어포스원으로 갈아탔다.

C-32A는 보잉 757-200 여객기를 개조한 미 공군의 VIP 수송기로, 대통령이 탑승할 경우 에어포스원(AF1)이라는 호출부호를 써야 한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타고 영국으로 이동하는 동안 C-32A는 항공기 위치추적 시스템을 끈 채 ‘Reach 18’ 혹은 ‘RCH18’라는 호출부호를 썼다. 반면 대통령이 탑승하지 않고 백악관 출입기자들만 탔던 구형 에어포스원은 영국으로 향하는 비행 도중 에어포스원의 호출부호를 썼다고 WP가 전했다.

VIP용 미 공군 수송기 C-32A. 사진 미 공군 홈페이지 캡처


트럼프 행정부는 신형 에어포스원의 보안 취약성 때문에 이런 복잡한 위장전술을 쓴 것으로 분석된다. 신형 에어포스원의 보안 문제는 외신에서 꾸준히 지적해 온 부분이다. AP통신은 지난 8일 “카타르 기증기를 약 4억 달러(약 6000억원)를 들여 개조했음에도 미 비밀경호국(SS)의 보안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며 “특히 기존 에어포스원이 갖춘 일부 첨단 미사일 방어·대응체계가 부족하다”고 보도했다.

백악관은 위장전술 관련 구체적 논평을 거부했다. SS 관계자는 “대통령을 상대로 한 위협을 지속적으로 평가하고 그에 따라 필요한 보호 조치를 조정한다”는 원론적 입장을 WP에 밝혔다.

WP에 따르면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워싱턴 DC로 돌아가는 신형 에어포스원 안에서 기자들을 향해 “우리가 상대해야 하는 그 인간 쓰레기들 때문에 여러분은 위험한 비행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나는 이란의 (제거) 명단에서 1순위다. 내가 죽으면 여러분도 죽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수영 기자 ha.su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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