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병원 ‘비자의 입원’, 가족이 병원 찾고 이송까지… “공적 지원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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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에 사는 30대 A씨는 조현병 증상이 급격히 악화해 정신의료기관에 임시 입원했다.
입원 필요성은 의료진이 판단하지만 가족이 신청하고, 입원 가능한 병원을 찾거나 환자를 병원까지 옮기는 일도 가족이 맡는 경우가 많다.
가족과 의료기관의 판단에 입원이 좌우되고 가족 갈등이나 재산 문제 등에 악용될 수 있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다만 환자의 상태가 입원이 필요할 정도인지 판단하거나, 입원할 병원을 찾고, 안전하게 옮기는 일까지 가족이 책임지도록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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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질환 비자의 입원, 필요성·위험성 모두 충족해야
보호입원 신청부터 병원 물색·이송까지 가족에 의존
입원 뒤 적합성 심사하지만 실효성 지적도
전문가 "평가·병상 연계·이송 등 공공 지원 강화를"

독일·프랑스 등 유럽 여러 나라와 미국 다수 주에서는 법원이나 독립기구가 ‘비자의(非自意)입원’, 즉 본인의 뜻과 관계없이 이뤄지는 ‘강제입원’을 심사한다. 신체의 자유를 제한하는 조치인 만큼 엄격한 요건과 의료적 판단을 거치고, 입원의 필요성과 적법성을 공적인 절차를 통해 다시 확인하는 것이다. 가족이나 의료기관의 판단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환자의 권리를 보호할 절차를 두는 데 의미가 있다.
한국도 본인의 의사에 반해 이뤄질 수 있는 입원의 요건과 절차를 법으로 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가족이 입원할 병원을 찾아 헤매거나 환자를 병원까지 직접 옮기는 부담을 떠안곤 한다. 환자는 자신을 입원시킨 가족을 원망하고, 가족은 입원을 추진했다는 책임과 죄책감을 감당하기도 한다.
◇강제입원 요건 엄격한데… 병원 물색·이송은 가족 몫
정신질환도 빨리 발견해 치료할수록 예후가 좋지만, 병식 부족으로 치료를 미루다가 상태가 심해진 뒤에야 치료를 시작하는 경우가 있다. 중증 정신질환자의 급성기에는 환청·망상이 심해지고 수면이나 식사 등 일상생활이 무너지면서 입원치료가 필요해진다. 다만 치료를 거부하거나 증상이 악화됐다는 이유만으로 입원을 강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비자의입원의 한 유형인 ‘보호입원(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은 원칙적으로 보호의무자 두 명 이상이 신청하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입원이 필요하다고 진단해야 한다. 보호의무자는 후견인이나 부양의무자 등 법에서 정한 사람으로, 실제로는 가족이 해당하는 경우가 많다. ▲입원치료가 필요할 정도의 정신질환이 있고 ▲자신의 건강·안전이나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칠 위험이 있어 입원이 필요하다는 두 요건도 모두 충족해야 한다. 자·타해 위험이 크고 상황이 매우 급박해 이런 절차를 밟을 시간적 여유가 없다면 별도의 ‘응급입원’ 절차가 적용될 수 있다. 이 경우 의사와 경찰관의 동의를 받아 응급입원을 의뢰하고, 경찰관이나 구급대원이 환자를 정신의료기관까지 호송한다.
문제는 보호입원 절차를 밟는 과정에서 가족의 부담이 크다는 점이다. 입원 필요성은 의료진이 판단하지만 가족이 신청하고, 입원 가능한 병원을 찾거나 환자를 병원까지 옮기는 일도 가족이 맡는 경우가 많다. 경찰이나 구급대의 도움을 받기 어려우면 사설 이송업체에 의존한다.
조현병을 앓는 40대 B씨도 가족이 동행한 가운데 사설 이송업체를 통해 정신의료기관으로 옮겨졌다. 이후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면서 자신을 입원시킨 가족을 원망했다. 국가인권위원회의 정신장애인 인권보고서에 인용된 조사에 따르면 2018년 7월부터 2020년 6월까지 비자의입원 환자 이송에 가족이 관여한 경우는 약 74%, 사설 응급이송단이 관여한 경우는 약 22%였다.
비자의입원을 최소화하려면 치료를 거부하는 이유를 함께 살펴야 한다. 과거의 강압적인 입원 경험, 약물 부작용, 가족 갈등, 경제적 어려움과 사회적 고립 등이 배경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정신장애인자립생활센터 권재은 국장은 “위기 상황에는 고립, 빈곤, 관계 단절, 트라우마 등 복합적인 어려움이 얽혀 있다”며 “치료를 원하지 않는 이유와 입원 외에 필요한 지원이 있는지 먼저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입원 뒤 다시 심사… 심사 실효성은 과제
과거에는 보호입원을 둘러싼 안전장치가 지금보다 약했다. 구 정신보건법에서는 보호의무자 두 명의 동의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한 명의 진단만으로 장기간 보호입원이 가능했다. 가족과 의료기관의 판단에 입원이 좌우되고 가족 갈등이나 재산 문제 등에 악용될 수 있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헌법재판소는 2016년 가족과 환자의 이해충돌을 막을 장치와 불복 절차가 부족하다며 보호입원 조항에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이후 정신건강복지법은 입원 요건을 강화해, 국가가 입원의 적절성을 확인하는 '입원적합성심사' 제도를 도입했다. 현재 보호입원이 이뤄지면 의료기관은 3일 이내 입원 사실을 신고해야 하며, 입원적합성심사위원회는 최초 입원일부터 1개월 이내 입원이 적합한지 판단한다. 환자는 입원 사유와 심사 절차를 안내받고 대면조사를 신청할 수 있다.
다만 심사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은 계속된다.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신권철 교수의 사법정책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입원적합성심사 소위원회는 2019~2023년 회의 한 번에 평균 35건을 심사했다. 회의 시간을 두 시간으로 가정하면 사건당 약 3.4분이다. 입원 필요성을 다시 확인하는 외부 전문의의 추가 진단이 기존 의료기관의 진단과 달랐던 경우도 2018~2022년 16만3906건 가운데 248건, 0.15%에 그쳤다. 보고서는 기존 의료진이 작성한 서류에 의존해 많은 사건을 처리하는 방식으로는 심사의 실질성을 확보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독일·프랑스 등에서는 법원이 비자의입원 과정에 관여해 당사자의 의견을 직접 듣거나 입원을 계속할 필요가 있는지 살핀다. 프랑스는 비자의입원한 환자의 경우 늦어도 입원 12일째까지 법원의 심사를 받도록 한다. 환자의 자유를 제한하는 입원이 가족이나 의료기관의 판단만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한 번 더 확인하고, 환자에게도 자신의 입장을 설명할 기회를 주기 위해서다.
◇가족은 정보 제공·조력… 위기 평가·이송은 공공 지원 강화해야
전문가들은 제도를 바꾸더라도 가족의 역할까지 없앨 필요는 없다고 본다. 가족은 환자가 평소와 어떻게 달라졌는지, 약을 언제부터 먹지 않았는지, 이전에 어떤 치료를 받았는지 등 의료진이 바로 알기 어려운 정보를 전달할 수 있다. 환자가 원한다면 치료 과정에서 곁에서 도움을 줄 수도 있다. 다만 환자의 상태가 입원이 필요할 정도인지 판단하거나, 입원할 병원을 찾고, 안전하게 옮기는 일까지 가족이 책임지도록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위기 현장에서는 정신건강 전문가가 경찰·구급대 등과 협력해 환자의 상태와 위험도를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 입원치료가 필요하면 공공이 병상을 연계하고 안전한 이송을 지원하고, 입원이 필요하지 않다면 외래진료와 정신건강복지센터 사례관리 등 지역사회 치료로 연결하는 방식이다. 국가인권위원회도 2021년 ‘정신장애인 인권보고서’에서 비자의입원 제도 개선 과제 중 하나로 공공이송체계 마련을 제시했다. 한양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권준수 석좌교수는 “전문가가 지역사회, 응급팀, 경찰 등과 연계해 현장에 함께 출동하고 보다 정확하게 판단해야 한다”며 “조기 발견과 조기치료가 가능하도록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입원 뒤에는 환자의 권리를 보호할 독립적인 심사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신권철 교수는 입원적합성심사위원회와 정신건강심사위원회를 독립적인 ‘정신건강심판원’으로 통합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법조인과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공익적 제3자 등이 입원 필요성을 함께 살피고, 당사자도 절차조력인 등의 도움을 받아 자신의 입장을 충분히 밝힐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신 교수는 비자의입원처럼 개인의 자유를 제한하는 조치일수록 가족에게 모든 책임을 맡기기보다 필요한 절차와 보호장치는 국가에서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한국에서는 국가가 맡아야 할 역할 상당 부분을 가족이 떠안아 왔다는 지적이다.
☞강제입원
본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이뤄지는 '비자의입원'을 일반적으로 이르는 말. 대표적으로 ▲보호의무자의 신청으로 이뤄지는 ‘보호입원’, ▲지자체장이 관여하는 ‘행정입원’, ▲긴급한 상황에서 적용되는 ‘응급입원’이 있다.
☞보호의무자
후견인이나 부양의무자 등 법에서 정한 사람으로, 실제로는 가족이 해당하는 경우가 많다.
☞입원적합성심사
보호입원이나 행정입원이 법에서 정한 요건에 맞게 이뤄졌는지 입원 후 다시 확인하는 절차. 환자는 조사원이 직접 만나 입원 경위 등을 살펴보는 ‘대면조사’를 신청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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