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믿었던 미국 대기업들의 후회... 한국이 간과한 진실 [강인규 리포트]

강인규 2026. 8. 11. 07:28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한국 주식시장이 요동치고 있습니다.

미국의 거시경제 둔화와 금리로 인한 투자 위축, 이란 전쟁 여파, 중국의 인공지능-반도체 분야에서의 도약 등을 꼽곤 합니다.

그것은 인공지능의 기술적 가능성을 넘어, 이 산업의 경제성을 토대로 한국사회가 막연히 품어 온 낙관론을 냉철히 되돌아보는 일입니다.

기존의 연구들은 미국 노동시장 전체 업무의 약 20%가 인공지능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추정해 왔습니다.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강인규 리포트] 인공지능 낙관론의 균열: 한국 증시가 외면한 인공지능 산업의 현실

[강인규 기자]

 노트북 화면에 표시된 앤트로픽(Anthropic)의 클로드(Claude) 로고와 함께, 인공지능 애플리케이션이 들어 있는 ‘생산성(Productivity)’ 폴더가 휴대폰 화면에 표시되어 있는 모습.
ⓒ EPA/연합뉴스
한국 주식시장이 요동치고 있습니다. 매일 가파른 상승과 급락을 반복하는 극심한 변동성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6월 중순 9천을 돌파했던 코스피지수는 불과 한 달 만에 6천대로 내려앉아, 고점 대비 25% 이상 하락했습니다. 7월 말에는 5천대로 폭락했다가, 8월 초 현재 6천 초중반을 오가고 있습니다.
주가 하락 자체도 중요하지만, 여기서 한 가지 더 주목할 부분이 있습니다. 급등락 장세는 벌써 수개월째 반복돼 왔습니다만, 시장의 흐름이 6월 22일을 기점으로 뚜렷하게 바뀐 것입니다. 이때까지는 등락을 반복하면서도 우상향하는 흐름을 유지한 반면, 사상 최고치인 9114.55를 기록한 6월 22일 이후 지속적이고 가파른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습니다.
 코스피는 수개월째 등락을 반복해 왔지만, 흐름 자체는 6월 22일을 기점으로 뚜렷이 바뀌었습니다. 그 전까지는 오르내림 속에서도 우상향세를 유지했지만, 사상 최고치(9114.55)를 찍은 6월 22일 이후로는 지속적인 하락세로 돌아선 것을 볼 수 있습니다.
ⓒ 구글
잘 알려져 있듯, 이 극적 변화의 중심에 삼성전자와 SK 하이닉스가 있습니다. 최근 한국 주식시장에 혼란을 가져온 주범으로 '단일 종목 레버리지'를 꼽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상품이 주가 변동폭을 높여 증시를 도박판처럼 만든 것은 사실입니다만, 이것이 코스피 시장의 지속적 하락세를 설명하지는 못합니다.

논란의 레버리지 상품은 5월 27일에 도입되었으나, 이미 3월부터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두 종목을 더한 시가총액이 코스피 전체의 40%를 초과한 상태였습니다. 이 비율은 5월 말에는 절반을 넘어섰지요. 구조적 문제는 레버리지가 도입되기 전부터 존재했고, 레버리지가 구조의 취약성을 확대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근본적 문제는 시장에서 두 기업의 몫이 지나치게 컸다는 점과, 이들이 모두 인공지능 투자 열기의 수혜자였다는 점입니다.

한국 언론은 주가 하락의 주요 원인을 대외적 요인에서 찾습니다. 미국의 거시경제 둔화와 금리로 인한 투자 위축, 이란 전쟁 여파, 중국의 인공지능-반도체 분야에서의 도약 등을 꼽곤 합니다. 이런 요인들이 주가에 영향을 주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과잉투자'나 '투자 회수 우려'를 다룰 때 조차 인공지능 산업 자체의 구조적 건전성을 문제 삼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미국 증시에서 반도체 관련주가 급락했을 때도 일시적 '조정'으로 해석하며 장기적 전망에는 변함이 없다는 주장이 반복돼 왔습니다.

저는 이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를 고민할 때가 왔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인공지능의 기술적 가능성을 넘어, 이 산업의 경제성을 토대로 한국사회가 막연히 품어 온 낙관론을 냉철히 되돌아보는 일입니다. 사실 인공지능이 기대와 다른 방향으로 현실화되고 있다는 신호는 올해 초부터 곳곳에서 터져 나왔습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 연합뉴스
인력 재고용하고 인공지능 투자 줄이는 기업들

인공지능이 세계의 자본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일 수 있던 데에는 업계가 내세운 서사가 큰 역할을 했습니다. 인공지능이 사람의 역할을 훌륭히 대신할 것이며, 그것도 사람보다 훨씬 저렴한 비용으로 대체할 것이라는 주장이었습니다. 이것은 직업이 생계 수단인 사람들에게는 악몽 같은 전망이었지만, 인건비를 줄이는 데 혈안이 된 기업들에는 더없는 희소식이었습니다.

그리고 기업들 다수가 인공지능을 서둘러 도입하며 고용을 줄이거나 대량해고를 감행했습니다. 인공지능의 객관적 능력을 검증하기도 전에 '선제적' 해고를 시작한 것이지요. 그러나 이들은 곧 예상 밖의 현실을 깨닫게 됩니다.

4월 26일, 그러니까 한국 코스피가 6천을 넘어 7천을 향해 가던 시기, 미국 매체 <악시오스>는 놀라운 소식을 전합니다. 엔비디아의 인공지능 담당 부사장의 발언을 인용해, 그의 팀이 쓴 인공지능 컴퓨팅 비용이 직원 인건비를 넘어섰다고 보도한 것입니다. 그로부터 한달 뒤, 우버가 2026년 한해 써야 할 인공지능 예산을 넉 달 만에 소진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이 회사의 최고운영책임자는 인터뷰에서 그 막대한 투자가 그만한 가치가 있었는지 모르겠다며 의문을 제기했고, <포춘> 등 여러 매체가 이를 보도했습니다.

사실 인공지능의 경제적 효과에 대한 회의는 이전부터 제기되었습니다. 올 2월 골드만삭스 수석 경제전문가 얀 하치우스가 인터뷰에서 "2025년 인공지능이 미국 경제에 미친 영향이 '거의 제로'"라고 말한 것이 대표적입니다. 그는 "인공지능 투자가 강력한 성장 촉진 요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말까지 덧붙였지요.

인공지능의 비효율성을 입증하기라도 하듯, 자동화를 통해 인력을 줄여 온 회사들이 사람을 다시 고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아이비엠(IBM)은 인사 업무의 상당 부분을 인공지능으로 수행해 왔지만, 고객 응대와 상황 판단, 맥락 이해, 윤리적 결정 등에서 사람의 역할이 여전히 필수적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이같은 판단에서, 회사는 2026년 신입사원 채용을 전사적으로 3배 늘리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는 2023년 당시 최고경영자가 '인공지능으로 7800개 직무를 쉽게 대체할 수 있다'고 장담한 지 3년도 안 돼 나온 극적 전환입니다.
 지난 1월 20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제56차 세계경제포럼(WEF) 연례 회의에서 IBM 로고가 표시되어 있다. IBM는 2026년 신입사원을 전사적으로 3배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 로이터/연합뉴스
한국에서도 인공지능을 도입한 뒤 신입사원 채용을 줄이는 기업이나 기관들이 늘고 있습니다. 채용 플랫폼 캐치가 2024년과 2025년 대기업 정규직 신입 채용 공고를 집계한 결과, 2025년 공고 수는 전년 대비 43% 감소했습니다. 정보기술(IT)·통신 업종은 무려 67%나 급감했습니다. 올 6월 이데일리·인크루트의 조사에서도 인공지능 도입 기업의 31.3%가 채용 규모를 줄였다고 답했습니다.

이런 채용 축소는 단기적 비용 절감은 가져올지 모르지만, 조직의 중추가 될 중간 관리자의 싹을 자르는 근시안적 선택일 수 있습니다. 아이비엠의 인사책임자 니클 라모로도 신입사원을 늘려 뽑기로 한 결정에 대해 이렇게 말합니다. "신입 채용에 투자하지 않으면 3~5년 뒤 무슨 일이 벌어질까요? 인재 공급망 자체가 사라지게 됩니다."

포드 역시 자동화 시도 이후, 숙련 엔지니어 350여 명을 재고용했습니다. 자동 품질관리 시스템이 제품 결함을 제대로 포착하지 못한다는 판단 때문입니다. 미국의 인력 채용 컨설팅 기업인 로버트 하프(Robert Half)에 따르면, 인공지능을 이유로 직무를 없앤 미국 채용 관리자의 32%가 같은 자리에 사람을 다시 채용했습니다. 오그뷰(Orgvue) 조사에서는 인공지능을 이유로 감원한 기업 수장들의 55%가 "잘못된 결정이었다"고 인정했습니다.

사람을 쓰는 게 더 싸다

물론 프로그래밍 보조, 정보 검색과 생성, 일부 자동화 영역에서는 인공지능이 높은 성과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런 성과와 기대에 힘입어 기업들은 대규모 해고를 단행하기도 하지만, 인공지능이 대신할 수 있는 업무 범위 자체가 매우 제한적이라는 연구들이 있습니다. 매사추세츠공대(MIT) 닐 톰슨 연구팀이 2024년에 발표한 논문(<Beyond AI Exposure>)이 대표적입니다. 이 연구는 인공지능 도입에 관해 매우 중요한 사실을 지적합니다. 그것은 '기술적으로 가능한 것'과 '기업이 그 기술을 도입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는 것입니다.

컴퓨터 비전, 즉 인공지능을 통한 시각적 인식은 손쉬운 자동화가 가능하다고 여겨져 온 영역입니다. 하지만 연구팀은 시각적 인식에서 자동화 가능한 비율은 23%에 지나지 않는다고 분석합니다. 나머지 77% 영역에서는 경제성이 없어 사람을 쓰는 게 훨씬 효율적이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노동시장 전체를 놓고 보면, 인공지능으로 대체 가능한 업무의 비율은 더 줄어 듭니다.

기존의 연구들은 미국 노동시장 전체 업무의 약 20%가 인공지능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추정해 왔습니다. 하지만 2024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다론 아제몰루는 인공지능이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업무의 범위와 실제 자동화로 이어질 수 있는 범위를 구분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기술로 사람을 대체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그게 기업 이윤을 잠식한다면 자동화의 가치는 사라지기 때문입니다. 아제몰루는 실제로 비용 대비 효과를 거둘 수 있는 자동화 대상을 계산하는데, 그 결과는 5% 미만입니다.

이 '경제성의 늪'이 현재 인공지능 산업이 처한 딜레마입니다. 이 문제는 단지 생성형 인공지능뿐 아니라, 자율주행 택시(로보택시)를 도로에 풀거나 휴머노이드 로봇을 생산라인에 배치하는 데도 동일하게 발생합니다. 기술적 가능성에 대한 약속만으로 환상을 가져서는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예컨대 웨이모(알파벳) 자율주행 택시 요금은 우버보다도 비싸지만, 그조차 비용이 반영된 '정상가'가 아닙니다. 2025년 웨이모는 1500만 건의 승차로 약 2억 7000만 달러(약 3850억 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웨이모가 속한 알파벳의 '기타 사업' 부문은 같은 해 75억 달러(약 10조 7천억 원)가 넘는 영업손실을 기록했습니다. 고객을 확보하고, 경쟁자를 물리치고,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손실을 감수한 가격 구조인 셈입니다. 기술 채택이 늘수록 손실도 불어나는, 인공지능 업체들의 서비스와 같은 가격 구조를 지니고 있는 것이지요.
 프랑스 파리 근교 이시레물리노에 위치한 마이크로소프트 사무실에서 마이크로소프트 로고가 보이는 모습. 마이크로소프트는 인공지능에 대한 투자를 줄이고 있다.
ⓒ 로이터/연합뉴스
이런 경제성의 문제로 인해 인공지능에 대한 투자를 줄이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를 예로 들어 보지요. 이 회사는 오픈에이아이에 약 130억 달러를 투자하고 자체 코드의 최대 30%를 생성형 인공지능으로 작성해 왔습니다. 그리고 생산성 향상을 위해 윈도, 오피스 등 핵심 사업부문에 타사 앤트로픽의 클로드 코드를 도입해, 개발자는 물론 기획·디자인 인력까지 폭넓게 사용하도록 했습니다. 하지만 비용이 감당할 수 없는 수준으로 치솟자, 해당 부서 엔지니어들에게 클로드 코드 사용 중단을 지시하고, 더 저렴한 내부 도구(깃허브 코파일럿)를 쓰도록 했습니다.

우버는 아예 직원 1명당 인공지능 도구별 월 1500달러의 사용 한도를 설정했습니다. 월마트도 값싼 모델로 전환하고 중복 사용을 차단하는 시스템을 도입했습니다. 삼성전자도 예외는 아닙니다. 삼성전자 인사팀은 6월 15일 스마트폰·가전 등 완제품사업(DX) 부문 임원들에게 배포한 자료에 '토큰가성비'라는 새 지표를 포함시켰습니다. 두 조직이 똑같이 10명분의 노동량을 인공지능으로 대체했더라도, 토큰을 덜 쓴 쪽을 더 높게 평가하겠다는 것입니다.

인공지능 산업의 미래를 결정하는 것은 기술이 무엇을 할 수 있느냐 못지 않게, 기업이 그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느냐입니다. 기술적으로 가능한 것과 그 가능성을 기업이 지속적으로 구매하는 것은 별개라는 뜻이지요. 앞서 살펴본 사례들은 이제 기업들이 기술적 가능성만이 아니라 비용 대비 효과를 따지기 시작했음을 보여 줍니다. 막연한 기대에서 냉엄한 현실로 이동하고 있는 것이지요.

지금은 초기투입 비용 시기일 뿐, 앞으로 나아질까?

이런 반론이 가능할 겁니다. 지금은 초기 투자 단계여서 비용이 높을 뿐, 시간이 지나 인프라가 구축되면 가격은 자연스럽게 낮아지고 도입도 가속화되지 않겠느냐고요.

실제로 대형언어모델의 추론 비용은 계속 하락해 왔고, 가트너는 2030년까지 1조 파라미터급 모델의 추론 비용이 2025년 대비 90% 이상 낮아질 것으로 전망합니다. 하지만 이 단가 하락이 인공지능 운영비 감소를 뜻하지는 않는다고 가트너는 강조합니다. 에이전트형 인공지능처럼 고도화된 서비스일수록 훨씬 많은 토큰을 소모하기 때문에, 토큰당 단가가 떨어져도 총비용은 오히려 늘어날 수 있습니다.

또 하나의 구조적 문제는 인공지능 인프라의 빠른 감가상각입니다. 아마존, 구글,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등 빅테크 기업들은 인공지능을 위한 하드웨어의 수명을 5~6년으로 잡습니다. 하지만 이 수명을 지나치게 길게 잡고 있다는 비판을 받습니다.

예컨대 프린스턴대 정보기술정책센터 연구팀은 칩의 실제 유효수명을 1~3년으로 추산합니다. 인공지능 데이터센터의 칩은 높은 발열 때문에 수명이 상대적으로 짧고, 경쟁력을 위해 더 많은 데이터를 더 빨리 처리하도록 하드웨어 교체 주기도 빠르기 때문입니다. 하드웨어 교체가 잦을 수록 반도체 수요는 높아지지만, 그만큼 비용도 커져 인공지능 서비스 수요를 위협하는 딜레마가 발생합니다.

따라서 인공지능 산업에서는 '시간이 지나면 비용이 해결될 것'이라는 기존 산업의 경험이 그대로 적용되지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 에너지 비용 상승, 상수도 고갈, 소음, 고열 등 사회적 비용에 대한 갈등도 더욱 커질 것입니다. 이로 인해 미국의 경우, 거주지 인근에 인공지능 데이터 센터를 건설하는 데 반대한다는 여론이 70%가 넘습니다.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남습니다. 고객들이 막대한 가격을 지불하고 있으니, 인공지능 기업들은 막대한 이익을 올리고 있을까요? 현실은 정반대입니다. 고객은 비싼 가격을 지불하고 있지만, 정작 그 수익을 올리는 인공지능 기업들은 대규모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니까요.

다음 글에서는 이 역설의 실체를 살펴보겠습니다. 이를 통해 지금 한국 사회의 인공지능 낙관론이 얼마나 현실적 근거 위에 서 있는지 함께 따져보려 합니다.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