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가 물어온 희귀 새... 학계는 충격에 휩싸였다

이하늬 2026. 8. 11. 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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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동물 소개를 넘어 현장에서 동물을 마주하는 수의사의 시각으로 멸종의 원인과 생태계의 유기적 관계를 분석합니다.

당시 언론과 학계는 등대지기의 고양이 1마리가 섬에 살던 굴뚝새 종 전체를 단 1년 만에 모조리 사냥하여 멸종시켰다는 충격적인 발표를 했습니다.

마라도에 유입된 고양이들이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이자 천연기념물인 철새 뿔쇠오리에게 여전히 가장 큰 생존 위협이 되고 있다는 사실이 정밀 조사를 통해 확인되었기 때문입니다.

미국 어류야생동물관리국의 보고에 따르면, 1년 동안 사고나 포식으로 죽는 야생조류 약 33억 마리 가운데 고양이에 의해 희생되는 새가 무려 24억 마리에 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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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늬의 멸종위기동물] '귀여운 외래종'이 가져온 생태 잔혹사

단순한 동물 소개를 넘어 현장에서 동물을 마주하는 수의사의 시각으로 멸종의 원인과 생태계의 유기적 관계를 분석합니다. 이미 사라진 동물의 '부재'를 통해 현재 위기종을 향한 '보호 의지'를 되돌아보고 성공적인 종 보전 프로젝트 사례와 일상 속 실천법을 공유합니다. <기자말>

[이하늬 기자]

동물원 안쪽의 동물병원을 나와 뜨거운 햇살 속 푸른 녹음 사이로 호수 주변을 산책하다 보면, 수많은 야생 새들이 찾아와 지저귀는 소리를 듣게 됩니다. 동물원 울타리 너머 자연에서 찾아온 참새, 박새, 직박구리, 그리고 이름을 다 알지 못하는 소형 조류들이 숲속을 바쁘게 오가는 모습은 각박한 도시 환경 속에서도 자연이 숨 쉬고 있음을 보여주는 반가운 신호입니다.

다양한 새들이 살아간다는 것은 그만큼 그 지역의 자연환경이 최소한의 생명력을 유지하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살아가는 현대의 도시와 변형된 환경은 사실 야생 조류들에게 호의적이지 않습니다. 고층 빌딩의 유리창, 내달리는 자동차, 그리고 무엇보다 인간에 의해 인위적으로 유입된 외래 포식자의 위협 속에서 야생의 새들은 매일 소리 없는 사투를 벌이고 있습니다.

하늘을 날지 못하는 희귀한 새, 스티븐스 섬 굴뚝새
 스티븐스 섬 굴뚝새 그림
ⓒ 위키미디어 공용
이러한 야생 조류의 비극을 떠올릴 때 생태학계에서 가장 먼저 언급되는 아픈 역사가 있습니다. 바로 19세기 말 남태평양의 고립된 외딴섬인 뉴질랜드 스티븐스 섬에서 벌어진 스티븐스 섬 굴뚝새, 일명 라이얼 굴뚝새의 이야기입니다.

참새목에 속했던 이 작은 새는 몸 전체가 그윽한 올리브 계열의 갈색 깃털로 덮여 있었고, 눈가에는 또렷한 노란색 줄무늬가 새겨져 있는 아름다운 조류였습니다. 암컷의 밑면은 회색을 띠었고, 수컷은 갈색이 감도는 노란색 밑면에 몸 깃털 가장자리가 고풍스러운 갈색 테두리로 마감되어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이 새의 가장 큰 특징은 하늘을 날지 못한다는 점이었습니다. 포식자가 존재하지 않는 뉴질랜드의 고립된 환경에 적응하면서 가슴뼈의 용골이 줄어들고 날개가 짧고 둥글게 퇴화했던 것입니다. 과학계에 알려진 날지 못하는 참새목 조류 5종 가운데 가장 잘 알려진 종이기도 했으며, 살아있는 개체가 단 2번만 목격되었을 정도로 매우 희귀했습니다.

본래 이 새는 선사시대 마오리족이 뉴질랜드에 정착하기 전만 하더라도 북섬과 남섬 전역에 널리 퍼져 살던 종이었습니다. 학자들이 깊은 동굴과 퇴적층을 조사해 보면 지금은 멸종한 웃는 올빼미의 뼈와 함께 이 굴뚝새의 뼈가 다량으로 발견되곤 합니다.

그러나 마오리족이 들어오면서 함께 유입된 외래종 쥐인 폴리네시아쥐가 폭발적으로 번식했고, 땅 위를 기어다니던 굴뚝새의 알과 새끼를 무자비하게 공격했습니다. 결국 본토의 굴뚝새는 완전히 자취를 감추었고, 본토에서 멀리 떨어진 불과 1.3㎢ 크기의 작고 고립된 바위섬인 스티븐스 섬에서만 겨우 명맥을 유지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1894년, 스티븐스 섬에 등대가 들어서면서 등대지기가 부임하게 되었습니다. 등대지기는 자신이 키우던 고양이 1마리를 섬에 데리고 들어왔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고양이는 주인에게 특이하게 생긴 작은 새의 사체를 물어다 주기 시작했습니다. 등대지기는 이 새가 희귀 종임을 알아차리고 표본을 만들어 조류학자들에게 보냈습니다. 학계는 환호했지만 기쁨도 잠시였습니다.

이 새가 과학계에 정식으로 보고된 지 채 1년도 되지 않아 섬 안의 굴뚝새는 완전히 자취를 감추었습니다. 당시 언론과 학계는 등대지기의 고양이 1마리가 섬에 살던 굴뚝새 종 전체를 단 1년 만에 모조리 사냥하여 멸종시켰다는 충격적인 발표를 했습니다. 현재는 당시 등대지기가 박물관으로 보낸 죽은 17마리 중 12점의 표본만이 남아 이 새의 존재를 증명하고 있을 뿐입니다.

하지만 현대 생태학적 연구와 관련 영문 문헌들을 면밀히 살펴보면 이 일화에는 약간의 과장이 섞여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고양이에 의해 멸종한 것은 명백한 사실이지만, 오직 고양이 단 1마리만의 소행은 아니라는 견해가 지배적입니다.

현지 정보원들의 기록에 따르면 당시 등대지기가 데려온 고양이가 임신한 상태였거나, 처음부터 여러 마리의 고양이가 섬에 존재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어미 고양이가 낳은 2세대 새끼들이 섬 전체로 퍼져 나가며 날지 못하는 굴뚝새를 가장 이상적인 먹이로 인식하고 집단 사냥을 벌였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고양이의 수가 1마리였든 몇 마리였든 생태계에 미친 비극적 영향은 차이가 없습니다. 스티븐스 섬은 1.3㎢라는 극히 좁은 공간이었고, 당시 굴뚝새의 개체수가 이미 심각하게 적은 상태였습니다. 천적이 없는 환경에서 날개마저 퇴화한 희귀 새에게 고양이라는 고능력 포식자의 등장은 그 자체로 재앙이었습니다.

고양이의 행동 영역을 고려할 때 단 1마리로도 섬 전체를 충분히 영역으로 삼을 수 있었기에, 고양이가 유입된 순간 이미 멸종은 예정된 수순이었습니다. 이 사건은 외래 포식자가 고립된 섬 생태계에 얼마나 치명적인지를 알려주는 역사적 교훈이 되었으며, 영국방송공사의 유명 다큐멘터리 남태평양 에피소드에서도 비중 있게 다루어졌습니다. 뉴질랜드 당국은 이 뼈아픈 교훈을 바탕으로 현재 날지 못하는 희귀 앵무새인 카카포를 천적이 없는 3개의 무인도에서 철저한 통제하에 보호하고 있습니다.

마라도에서 재현되는 뿔쇠오리의 위협
 뿔쇠오리의 모습.
ⓒ 연합뉴스
130여 년 전 남태평양의 작은 섬에서 벌어진 이 슬픈 역사는 오늘날 대한민국 가장 남쪽 끝 섬인 마라도에서 유사하게 반복되고 있습니다. 최근 제주도 세계유산본부가 발표한 마라도 천연보호구역 관련 조사 결과는 야생동물 수의사들에게 깊은 울림과 경각심을 주었습니다.

마라도에 유입된 고양이들이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이자 천연기념물인 철새 뿔쇠오리에게 여전히 가장 큰 생존 위협이 되고 있다는 사실이 정밀 조사를 통해 확인되었기 때문입니다. 몸길이 24cm 정도의 해양성 조류인 뿔쇠오리는 정수리에 뿔 모양의 깃털이 솟아 있고 눈 옆으로 흰색 무늬가 있는 희귀한 새입니다.

국내에는 300~400쌍 정도만 살아가는 것으로 파악되는데, 이들 대다수가 매년 봄 마라도 절벽과 풀숲에 알을 낳고 새끼를 키웁니다. 전 세계 뿔쇠오리 번식의 핵심 기지인 셈입니다. 마라도의 고양이 역시 본래 살던 동물이 아니라 쥐를 잡기 위해 사람이 들여온 외래 유입종이었습니다. 그러나 고양이들은 쥐뿐만 아니라 마라도를 찾는 철새와 뿔쇠오리를 공격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문제는 3년 전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습니다. 당국은 뿔쇠오리 보호를 위해 마라도 내 고양이들을 포획하여 섬 밖으로 옮기는 계획을 추진했으나, 일부 동물권 단체는 고양이가 뿔쇠오리 개체수 감소의 직접적 원인이라는 근거가 부족하며 쥐나 뱀, 까치 같은 다른 동물이 주범일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논란 끝에 다수의 고양이가 반출되었으나 여전히 몇 마리의 고양이가 마라도에 남아 있습니다.

우리가 무심코 지나치는 사이 야생조류가 겪는 수난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미국 어류야생동물관리국의 보고에 따르면, 1년 동안 사고나 포식으로 죽는 야생조류 약 33억 마리 가운데 고양이에 의해 희생되는 새가 무려 24억 마리에 달합니다. 이는 유리창 충돌로 죽는 5억 마리나 자동차 사고로 죽는 2억 1000만 마리를 압도하는 수치입니다.

한국의 경우 국립생태원 자료에 따르면 유리창 충돌로 죽는 새가 연간 약 800만 마리로 집계되어 있으나, 고양이에 의한 사냥 통계는 아직 공식 집계조차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국내 길고양이 서식 규모를 고려할 때 고양이에 희생되는 야생조류 역시 연간 최소 800만 마리를 훨씬 상회할 것으로 추정됩니다.

본래 고양이는 지중해 주변 건조한 지역에서 살던 야생동물이었습니다. 농경이 시작되면서 쥐를 잡는 고마운 존재로 인간과 함께 전 세계로 퍼져 나갔고, 현대 사회에 이르러 반려동물로 사랑받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천적이 사라진 도시와 섬 환경에서 고양이는 생태계의 상위 포식자로 자리 잡았습니다.

귀여운 외모와 인간의 보살핌 뒤에는 야생 조류와 소형 동물의 생존을 위협하는 외래 포식자라는 생태적 현실이 존재합니다. 고양이와 같은 외래 포식자로부터 야생 조류를 보호하기 위한 적극적인 정책이 마련되어야 합니다.

길고양이 중성화 사업만으로는 개체수 조절과 사냥 본능 차단에 한계가 있으므로, 섬 지역과 같은 생태 민감 지대에서는 포획 반출과 함께 고양이들이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는 전용 보호구역 조성이 병행되어야 합니다. 인위적으로 왜곡된 생태계의 사슬을 바로잡고, 야생의 조류와 인간이 보살피는 동물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는 성숙한 지혜를 모아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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