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다음은 전력이다…삼성 SDS·SDI·전기 총출동 [삼성 AI 투자지도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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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삼성의 투자 시계가 빨라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AI 반도체 호황으로 확보한 투자 여력을 HBM과 파운드리, 첨단 패키징 등 차세대 반도체 기술에 다시 투입하고 있다. 동시에 삼성SDS·삼성SDI·삼성전기도 데이터센터와 전력 인프라, 서버 부품 등 AI 수요가 커지는 시장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삼성전자가 HBM과 파운드리 등 AI 반도체 경쟁력 강화에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는 가운데 삼성SDS와 삼성SDI, 삼성전기도 AI 수요를 겨냥해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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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해남에 AI 연산 인프라 확대
삼성전기 부산에 15조…AI 서버 부품 겨냥
삼성SDI는 ESS·UPS·BBU로 전력시장 공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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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SDS는 오는 2031년까지 AI 중심 사업 전환과 신사업 인수합병(M&A)에 총 10조원을 투자한다. 이 가운데 절반인 5조원을 AI 데이터센터와 국가AI컴퓨팅센터 등 연산 인프라 확충에 쓴다. AI·AX 서비스와 플랫폼에는 1조원, 신사업과 글로벌 M&A에는 4조원을 배정했다.
삼성전자에서 AI 메모리를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 AI가 돌아가는 연산 기반까지 사업 무대를 넓히는 셈이다. AI 모델을 학습하고 서비스를 운영하려면 수천에서 수만개의 그래픽처리장치(GPU)가 필요하다. 이를 설치할 데이터센터와 막대한 전력, 안정적인 냉각 설비도 뒤따라야 한다.

삼성SDS의 가장 큰 변화는 데이터센터다. 회사는 경북 구미 옛 삼성전자 1공장 부지에 60MW(메가와트) 규모 AI 데이터센터를 짓는다. 2029년 3월 가동이 목표다. 향후 수요에 따라 100MW 이상으로 확장할 수 있도록 부지도 확보했다. 고발열 GPU 서버를 운용하기 위해 공랭식과 수랭식을 함께 사용하는 하이브리드 냉각 방식도 적용한다.
단순히 건물만 짓는 사업도 아니다. 데이터센터 안에 GPU를 구축하고 기업과 공공기관이 필요한 만큼 연산 자원을 빌려 쓰도록 하는 GPUaaS 사업을 확대한다. 고가의 GPU를 기업이 직접 구매하지 않아도 사용량에 따라 AI 연산 자원을 이용할 수 있게 하는 서비스다.
1분기 클라우드 매출은 6909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5.8% 늘었다. 처음으로 IT아웃소싱(ITO) 매출을 넘어섰다.
국가 단위 AI 인프라에도 손을 뻗었다. 삼성SDS 컨소시엄은 전남 해남 솔라시도에 총사업비 2조5000억원 규모 ‘국가AI컴퓨팅센터’를 짓는다. 지난 5월 사업자로 최종 선정된 데 이어, 지난 3일 현장에서 착공식을 열고 공사에 들어갔다. 2028년까지 GPU·NPU 등 AI 반도체 1만5000장 규모의 공공 연산 인프라를 구축해 스타트업과 중소기업, 대학, 연구기관에 제공할 계획이다.
삼성SDS는 데이터센터 설계·구축·운영을 맡는 DBO 사업과 GPU 연산, 클라우드, 기업용 생성형 AI 플랫폼을 연결해 ‘AI 풀스택’ 사업자로 체질을 바꾸겠다는 구상이다. 과거 삼성 관계사 시스템 운영이 주력이었다면, 앞으로는 외부 기업·공공기관에 AI 연산 자원 자체를 파는 사업 비중이 커진다. 10조원 투자의 성패는 결국 삼성 밖에서 얼마나 많은 고객을 끌어오느냐에 달렸다.

AI 데이터센터가 늘면서 배터리도 핵심 인프라로 떠올랐다. AI 서버는 일반 서버보다 훨씬 많은 전력을 쓰는 데다 연산량에 따라 순간적으로 전력 사용량이 크게 출렁인다. 짧은 정전이나 전력 공급 이상도 서버 중단과 데이터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
삼성SDI가 주목하는 시장이 무정전전원장치(UPS)와 배터리백업유닛(BBU)이다. UPS는 정전이나 전압 이상이 발생하면 데이터센터 전체에 비상전력을 공급한다. BBU는 서버 랙 가까이에서 순간적인 전력 공백을 메운다. 거대한 AI 데이터센터가 늘어날수록 서버를 멈추지 않기 위한 배터리 수요도 함께 늘어나는 구조다.
삼성SDI는 두 시장에서 40~50%의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고, 올해 관련 매출은 각각 전년보다 70% 이상 늘어날 전망이다. 고출력·안정성이 까다롭게 요구돼 진입장벽이 높은 만큼 수익성도 좋다는 게 회사 설명이다.
삼성SDI는 올해 인터배터리에서 AI 데이터센터용 초고출력 UPS·BBU 배터리를 전면에 내세웠다. AI 연산 과정에서 수 밀리초 만에 전력 사용량이 급증하는 이른바 ‘스파이크성 부하’에 대응하기 위해 순간적으로 높은 출력을 내는 배터리 기술도 강화하고 있다.
에너지저장장치(ESS) 사업도 확대 중이다. 삼성SDI는 지난 3월 미국 에너지 기업과 약 1조5000억원 규모의 ESS 배터리 공급계약을 맺었다. 올해부터 2029년까지 순차 공급한다. 미국 인디애나주 스타플러스에너지(SPE)에서는 ESS용 LFP 배터리 생산도 추진한다.
지난달에는 울산 사업장에 2040년까지 약 16조원을 투자하겠다는 중장기 계획도 내놨다. 전고체 배터리와 ESS용 LFP 배터리, 나트륨 배터리의 양산 기반을 구축해 울산을 차세대 배터리 생산 거점으로 육성한다는 구상이다. 다만 16조원 전체가 AI 데이터센터 투자에 쓰이는 것은 아니다.

AI 서버가 늘수록 반도체 주변 부품의 성능도 중요해진다. 바로 삼성전기가 노리는 시장이다.
삼성전기는 지난달 부산 사업장에 2040년까지 약 15조원을 투자하는 중장기 계획을 공시했다. AI 데이터센터 서버용 패키지기판과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투자다. 부산을 고성능 패키지기판과 고부가 MLCC의 핵심 생산·연구개발 거점으로 육성한다.
특히 핵심 제품은 플립칩 볼그리드어레이(FC-BGA)다. FC-BGA는 CPU나 GPU 같은 고성능 반도체를 메인보드와 연결해 전기 신호를 전달하는 기판이다. 칩이 ‘두뇌’라면, 기판은 두뇌에서 나온 신호를 각 장치로 전달하는 신경망에 가깝다.
AI 서버용 제품은 일반 PC용보다 만들기 어렵다. 서버 CPU와 GPU는 여러 반도체 칩을 하나의 기판 위에 올려야 한다. 삼성전기에 따르면, 서버용 FC-BGA는 일반 PC용보다 면적이 4배 이상 크고 층수도 20층 이상으로 두 배가 넘는다. 면적이 커지고 회로가 복잡해질수록 미세회로와 뒤틀림을 제어하기 어려워진다.
삼성전기는 앞서 부산과 베트남 생산시설 등에 약 1조9000억원을 투입해 고부가 FC-BGA 생산 기반을 마련했다. 2024년에는 AMD와 고성능컴퓨팅(HPC) 서버용 FC-BGA 공급계약을 맺고 양산에 들어갔다. 올해까지 서버·AI·전장·네트워크용 고부가 FC-BGA 제품 비중을 50% 이상으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이번 15조원 계획은 그보다 긴 호흡의 투자다. AI 서버가 고성능화할수록 칩뿐 아니라 기판과 MLCC에 요구되는 사양도 높아질 것으로 보고 선제적으로 생산·연구 기반을 확대하는 것이다.
칩에서 데이터센터까지…‘원삼성’ 될까
표면적으로 삼성의 AI 사업은 하나의 데이터센터 안에서 맞물릴 수 있다. 삼성전자가 HBM과 서버용 메모리, 파운드리 반도체를 만들고, 삼성SDS가 GPU와 데이터센터로 이를 연산 서비스로 제공한다. 서버 안에서는 삼성전기의 기판과 MLCC가 신호와 전력을 전달하고, 삼성SDI의 UPS·BBU·ESS는 데이터센터가 멈추지 않도록 전력을 뒷받침한다.
다만 이를 당장 ‘삼성 AI 밸류체인’으로 단정하긴 어렵다. 네 회사는 각각 별도 법인이다. 투자 재원과 고객, 수익 목표도 다르다.
다만 이를 당장 ‘삼성 AI 밸류체인’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의견이 나온다.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삼성SDS, 삼성SDI, 삼성전기는 각각 별도 법인으로, 삼성전자 반도체 이익이 다른 계열사 투자로 직접 흘러가는 구조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계열사가 하나의 데이터센터 사업을 공동 수주하거나, 삼성 제품만으로 AI 인프라를 구성해 파는 통합 사업 모델도 아직 공식화된 바 없기 때문에 원삼성이라기엔 무리가 있다”고 덧붙였다.
관건은 ‘각 회사가 삼성 내부가 아닌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입증할 수 있느냐’다. 삼성SDS는 대규모 데이터센터 투자금을 회수하려면 외부 GPU 고객을 확보해야 한다. 삼성SDI는 중국 업체가 강한 ESS 시장에서 원가 경쟁력을 증명해야 한다. 삼성전기도 일본·대만 업체가 선점한 고성능 패키지기판 시장에서 고객을 넓혀야 한다.
투자 기간이 길다는 점도 변수다. 삼성SDS는 2031년까지, 삼성전기·삼성SDI는 2040년까지다. AI 시장의 성장 속도와 기술 변화, 전력 확보 여건에 따라 실제 집행 규모와 일정은 달라질 수 있다.
김용석 가천대학교 석좌교수이자 반도체교육원장은 “삼성의 AI 투자는 아직 하나의 완성된 생태계라기보다, 여러 계열사가 동시에 AI 수요를 좇아 사업 영역을 넓히는 단계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이혜민 기자 hyem@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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