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광물, 직접 캐서 가공까지… 中 틀어쥔 공급망 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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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핵심광물 공급망의 '탈(脫)중국' 바람이 거세지는 가운데 국내 기업들이 단순 원료 확보를 넘어 밸류체인 전반을 아우르는 자원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국내 기업들이 정·제련과 가공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는 것은 원료를 확보하는 것만으로 탈중국 공급망을 완성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처럼 정·제련이 공급망 다변화의 핵심 과제로 떠오르면서 관련 기술과 생산기반을 갖춘 한국 기업들의 전략적 가치도 부각되고 있다. 미국 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슬은 지난 6월 중국의 배터리 공급망 지배에 대응하기 위한 한·미 협력 필요성을 제기하면서 정·제련을 핵심 협력 분야로 지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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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일부 광물 정제 점유율 90% ↑
광산 확보해도 공급 안정 어려워
국내 기업들 정·제련 투자로 활로
“한·미 가공분야 협력 발전 가능성”

글로벌 핵심광물 공급망의 ‘탈(脫)중국’ 바람이 거세지는 가운데 국내 기업들이 단순 원료 확보를 넘어 밸류체인 전반을 아우르는 자원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세계 곳곳에서 광산 개발과 정·제련 사업 등에 잇달아 투자하며 글로벌 ‘자원 지도’를 다시 그려가는 모습이다. 핵심광물이 경제안보를 좌우하는 전략자산이자 기업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부상하면서 공급망 선점 경쟁도 한층 치열해지고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지난 7일(현지시간) 핵심광물·배터리 분야에 30억 달러 규모의 신규 자금 지원 계획을 발표했다. 항공우주·방위산업에 활용되는 스칸듐 공급망 구축 투자, 희토류를 사용하지 않는 영구자석 업체에 대한 조건부 대출 등이 담겼다. 미 수출입은행은 애리조나주 구리 광산 프로젝트 금융 지원도 추진한다. 미국은 지난 2월 120억 달러 규모 전략 핵심광물 비축 프로그램 ‘프로젝트 볼트’를 출범시키는 등 중국 중심의 핵심광물 공급망에서 벗어나는 데 속도를 내는 중이다.
한국은 이러한 탈중국 공급망 재편 흐름 속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고 있다. 포스코그룹은 아르헨티나 염호를 기반으로 이차전지 핵심 소재인 리튬 생산 체제를 구축하고 철강·리튬·에너지를 미래 성장의 3대 핵심 축으로 제시한 상태다. 지난 4월에는 호주 미네랄리소스와 리튬광산 지분 투자 계약을 체결해 워지나·마운트마리온 광산의 리튬정광을 장기 공급받을 수 있는 권리도 확보했다. 이에 더해 국내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미국 현지에서 리튬직접추출(DLE·농도가 낮은 염호에서 경제성 있게 리튬을 생산하는 기술) 실증도 진행 중이다.

희토류 분야에서는 포스코인터내셔널이 공급망 구축에 나서고 있다. 지난 5월 미국 리엘리먼트와 희토류 분리·정제 합작법인 설립을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 내년 4분기 시범생산을 거쳐 2028년 정식 양산에 들어갈 계획이다. 희토류는 전기차 구동모터와 산업용 로봇, 방산 장비 등에 쓰이는 영구자석의 핵심 원료다. 포스코홀딩스는 2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 콜에서 “희토류 원료는 동남아시아에서 확보하고, 분리·정제는 미국과 동남아시아 합작 사업으로 추진하며 최종 영구자석은 미국에서 생산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배터리 소재 기업 에코프로는 니켈 최대 생산국인 인도네시아 제련사업을 공략하고 있다. 니켈은 배터리 양극재의 에너지 밀도와 용량을 높이는 핵심 소재다. 에코프로는 1단계 투자를 통해 현지 제련소에서 연간 약 2만9000t의 니켈 수급권을 확보했고, 지난 6월 현지 BNSI 제련소 건설 프로젝트에 대주주로 참여하는 2단계 투자를 발표했다. 1·2단계 투자를 합쳐 연간 6만5000t, 전기차 약 150만대분의 니켈을 확보한다는 목표다.
LS그룹도 니켈 제련과 희토류 가공을 중심으로 핵심광물 사업 영역을 넓히는 기업 중 하나다. LS MnM은 인도네시아 니켈 제련사업에 투자해 현지에서 확보한 니켈을 국내 배터리 소재 생산에 활용할 계획이다. LS에코에너지는 호주 라이너스와 손잡고 희토류 원료를 공급받아 금속으로 가공한 뒤 이를 LS전선의 영구자석 생산으로 연결하는 비중국 공급망을 구축했다.
고려아연은 경영권 분쟁 와중에도 미국 테네시주 클락스빌에 총 74억 달러를 투자하는 통합제련소 ‘프로젝트 크루서블’을 추진하고 있다. 아연·연·구리뿐 아니라 안티모니·인듐·비스무스·갈륨·게르마늄 등 전략광물을 생산하는 미국 내 핵심 거점으로 키운다는 방침이다.
회사는 기존 비철금속 제련 기술을 핵심광물 생산으로 확장하는 전략도 펴고 있다. 아연·연 등을 제련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중간물질과 부산물에서 갈륨·인듐 등 고부가 전략광물을 회수해 사업화하는 방식이다. 울산 온산제련소에는 557억원을 투자해 갈륨 회수공정을 구축하고 있으며 2028년 상반기 상업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국내 기업들이 정·제련과 가공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는 것은 원료를 확보하는 것만으로 탈중국 공급망을 완성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지난달 공개한 ‘글로벌 핵심광물 전망 2026’ 보고서에 따르면 주요 에너지 광물의 정·제련 시장에서 각 광물의 1위 국가가 차지하는 비중은 평균 70%로, 2020년 68%보다 높아져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니켈은 인도네시아가, 나머지 대부분의 주요 광물은 중국이 정·제련 시장을 주도하고 있었다. 갈륨·흑연·망간·희토류의 경우 정·제련의 90% 이상을 중국이 차지했다.
IEA는 “공급망 다변화를 위한 투자가 광산 개발에 집중된 반면 정·제련과 다운스트림(소재·부품 제조) 생산능력 확대는 뒤처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광산 확보에 그치지 않고 정·제련과 소재 생산까지 공급망을 다변화해야 중국 의존도를 실질적으로 낮출 수 있다는 의미다. IEA는 공급망 다변화에 드는 추가 비용을 특정 국가의 공급 차질에 대비한 일종의 ‘경제적 보험’으로 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정·제련이 공급망 다변화의 핵심 과제로 떠오르면서 관련 기술과 생산기반을 갖춘 한국 기업들의 전략적 가치도 부각되고 있다. 미국 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슬은 지난 6월 중국의 배터리 공급망 지배에 대응하기 위한 한·미 협력 필요성을 제기하면서 정·제련을 핵심 협력 분야로 지목했다. 당시 보고서는 “한·미 간 미드스트림(정제·가공 분야) 협력은 여전히 충분히 발전하지 못했다”며 한국 기업들을 미 국방부 공급망과 연계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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