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우의 생활 속 AI] AI는 메모리에 산다… 버블 논쟁이 놓치고 있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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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AI 사업을 둘러싼 버블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
그래서 AI는 사실상 메모리에 산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이들 AI 개인비서와 기업의 AI에이전트를 위한 메모리 수요는 아직 계산된 적도 없다.
AI는 메모리에 살고 있고 우리는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세상을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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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개인비서 등 수요 계산된 적 없어
휴머노이드 분야는 이제 겨우 시작
기술진보, 단순 사이클로 설명 못 해
과거 잣대로 판단한 미래와 다를 것
최근 들어 AI 사업을 둘러싼 버블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 특히 메모리반도체 수요를 놓고 서로 다른 전망이 첨예하게 맞선다. 천문학적인 실적에도 주저앉은 메모리 업체들의 주가를 보면 버블론에 힘이 실리는 듯하다. 실제로 SK하이닉스는 2026년 2분기 매출 79조원, 영업이익 60조원이라는 사상 최대 실적을 냈지만 발표 당일 하루에만 주가가 10% 가까이 떨어졌다. 반면 최근 미국이 중국산 신규 휴머노이드, 사족보행 로봇의 수입을 제한한다는 발표가 나오면서 로봇 관련 기업의 주가는 큰 폭으로 상승했다. AI와 휴머노이드 로봇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인데 이런 일이 생기는 것은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상황을 과거의 잣대로만 해석하려 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우리가 쓰는 AI는 기본적으로 LLM (Large Language Model)의 파라미터 및 기본 프로그램들과 목적별 제어 프로그램, 즉 하네스가 결합된 구조를 갖고 있다. 예를 들면 챗GPT는 GPT라는 LLM 위에 대화, 검색, 도구 사용 등을 담당하는 하네스가 올라간다. 질문이 들어오면 하네스는 모델을 여러 차례 호출하고, 모델은 수십억~수천억개 파라미터의 벡터 연산을 반복해 토큰을 출력한다. 이 토큰이 모여 문장이 되고, 수학 풀이와 번역, 보고서가 된다. 모델가중치와 추론 중간값을 빠르게 불러오고 계산하고 저장하려면 고속 메모리가 필요하다. 그래서 AI는 사실상 메모리에 산다고 볼 수 있다.
때문에 ‘반도체는 원래 사이클 산업’이라는 말만으로 지금 상황을 설명하려는 시도는 잘못된 것이다. 닷컴의 등장은 정보에 접근하는 비용을 낮췄지만 AI는 정보를 검색-정리-분석하고 판단한 뒤 다른 시스템에 결과를 반영하는 수준이다. 즉 사람만 수행하던 업무의 전 과정을 AI가 맡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AI가 장기적으로 성장한다고 해서 오늘의 모든 AI 관련 주가가 정당한 것은 아니다. 기술혁명의 방향과 주가는 단기적으로는 별개의 문제일 수 있다.
엔비디아의 2027회계연도 1분기 매출은 816억 달러로 전년보다 85% 늘었고, 데이터센터 매출은 752억 달러로 92% 증가했다. 동시에 알파벳은 2026년 2분기에 설비투자 449억 달러를 집행해 분기 잉여 현금흐름이 59억 달러 적자로 돌아섰다. 투자 부담 측면에서는 경계가 필요하지만 실적 폭증 면에서는 닷컴버블과 큰 차이가 있다.

하지만 필자의 경험은 낙관쪽이다. 최근에 변리사가 작성한 50쪽에 가까운 특허출원서 초안을 주고 발명의 방향을 바꿔 전체 초안을 재작성하는 작업을 AI에게 시켜 봤다. 놀랍게도 AI는 지시에 따라 명세서와 청구항, 예제, 도면까지 일관되게 재작성을 마쳤다. 사람이 10시간 넘게 꼼꼼하게 했어야 할 일을 30분 만에 해냄으로써 업무 단위의 대체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줬다. 그렇다면 발전의 다음 단계는 개인 AI 비서와 기업용 AI 에이전트의 확산이 될 것이다. 2025년 모바일망에 연결된 사람은 세계 인구의 71%인 58억명이다. 개인정보와 계정, 결제수단, 장기기억을 다루는 개인비서는 사생활 보호를 위해 스마트폰, PC 또는 개인용 AI 서버와 같은 사용자 소유 장치에서 작동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기업 역시 기밀문서와 업무시스템을 다루는 AI 에이전트를 온프레미스나 전용 클라우드에 둘 가능성이 크다. 가트너는 2026년 말 기업용 애플리케이션의 40%에 업무특화 AI 에이전트가 탑재되고, 2028년에는 포천500대 기업 한 곳에서 평균 15만개 이상의 에이전트가 사용될 수 있다고 전망한다. 그런데 이들 AI 개인비서와 기업의 AI에이전트를 위한 메모리 수요는 아직 계산된 적도 없다.
그렇다고 데이터센터에 대한 투자 규모가 작아질 것 같지도 않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세계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가 2024년 415TWh에서 2030년 945TWh로 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그 전력은 아마도 GPU와 메모리가 쓸 것이다. 또한 휴머노이드 로봇 분야는 이제 시작 단계에 불과하다. 휴머노이드 로봇에는 몸의 균형과 손발을 제어하는 물리 AI와 사람의 말과 의도를 이해하고 교감하는 언어, 사회적 AI가 함께 필요하다. 지식 노동을 넘어 물리노동까지 대체하기 시작하면 연산과 메모리 수요는 다시 한 단계 커진다. 그런데 이 수요도 한번도 계산된 적이 없다. 장기적으로 중국의 공세가 시장에 위협이 될 수도 있지만 범용메모리쪽에 국한될 가능성이 크다. 미국이 중국산 첨단 반도체와 로봇을 국가안보 문제로 다루고 있는 상황이고 이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때문에 중국이 가격을 낮추고 이익의 일부를 가져갈 수는 있어도 세계시장의 기술표준과 이익을 단독으로 지배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반면 3D D램 분야에서 지속적인 결과를 내고 있는 일본 키옥시아의 성장은 지켜볼 필요가 있다. 무리한 가격 경쟁 끝에 파산한 엘피다의 악몽 속에 2018년 외국 자본에 팔렸던 키옥시아는 낸드플래시 가격 상승으로 성장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지금은 비록 낸드플래시만 생산하지만 1987년 세계 D램 시장의 약 80%를 차지했던 일본의 메모리산업을 3D D램으로 키옥시아가 일으켜 세울 수도 있다.
결국 AI 버블 논쟁은 양면성을 가진다. 일부 기업의 주가는 버블일 수 있고 막대한 설비 투자가 수익으로 돌아오지 못할 위험도 있다. 그러나 수십억의 AI 개인비서, 수많은 기업 AI 에이전트, 그리고 휴머노이드로 이어지는 기술 진보까지 닷컴버블이나 단순한 반도체 사이클로 설명하는 것은 무지에 가까운 주장이다. AI는 메모리에 살고 있고 우리는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세상을 살고 있다. 앞으로 AI의 거주지는 데이터센터에서 개인 단말과 기업 서버, 휴머노이드 로봇으로 계속 넓어질 것이고, 우리는 그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 과거의 경험으로 판단하는 미래와는 분명 다를 것이다.
(주)티티테라 대표이사·공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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