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ETF 24조 몰린 ISA…기존 혜택 유지로 선회, 과세 형평성은 숙제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의 절세 혜택을 보고 해외 상장지수펀드(ETF)에 장기 투자를 계획했는데 갑자기 5년까지만 유지하라니… 왜 기존 가입자까지 불이익을 받아야 하나.”
정부가 지난 3일 내놓은 ISA 개편안을 둘러싼 투자자들의 불만을 요약하면 이렇다. 반발이 커지자 이재명 대통령은 ‘전면 재검토’를 지시했고 여당도 “기존 ISA는 건드릴 필요가 없다”며 물러섰다. 다만 정부가 ISA의 사실상 무기한 연장을 손보려 한 데에는 과세 형평성을 높이려는 목적도 있었던 만큼 투자자 반발과 과세 형평성 사이에서 어떤 절충안을 내놓을지가 관건이다.

논란의 출발점은 정부가 생산적금융 ISA를 신설하면서 기존 ISA의 운용 조건도 함께 바꾸기로 한 데 있다. 생산적금융 ISA는 이자·배당소득을 전액 비과세하고 납입 한도를 늘리는 대신 투자 대상을 국내 자산으로 한정했다. 동시에 기존 ISA는 의무가입기간 3년 이후 사실상 계속 연장 가능했던 계약 기간을 최대 5년으로 제한하고, 사용하지 않은 연간 납입한도의 이듬해 이월도 폐지하기로 했다.
상당수 투자자 입장에서는 기존 ISA의 장점이 한꺼번에 줄어드는 셈이다. 특히 만기를 길게 설정하지 않은 기존 가입자들은 원래 계좌를 5년 넘게 유지할 수 없게 된다는 점에 반발했다. “장기투자용 절세 계좌의 취지가 무색해진다”는 지적이 나온 이유다. 납입한도 이월 폐지 역시 당장은 연 2000만원을 채우기 어려운 사회초년생이나 소득이 일정하지 않은 자영업자에게 불리하다는 비판이 나왔다.
ISA 자산에서 해외지수 ETF 비중이 3분의 1에 달할 만큼 해외 투자 수요가 큰 점도 반발을 키웠다. 10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개인이 직접 주식·ETF 등을 골라 투자하는 중개형 ISA에서 해외 ETF 등 상장펀드가 차지하는 비중은 32.0%로 국내 개별주식(37.4%)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다. 해외 ETF 평가액은 지난해 12월 말 12조1784억원에서 올해 6월 말 23조8007억원으로 6개월 만에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신탁형과 일임형까지 합친 전체 ISA에서도 해외 ETF 투자액은 24조8945억원으로 전체의 26.5%에 달했다.

중개형 ISA에서 해외 ETF 비중은 2023년 말 4.3%에서 2024년 4월 19.7%로 뛰며 국내 ETF를 처음 넘어섰다. 증권가 관계자는 “ISA에서는 해외주식을 직접 살 수 없지만 S&P500·나스닥100 등을 추종하는 국내 상장 ETF에는 투자할 수 있다”며 “일반계좌보다 세 부담도 크게 줄일 수 있어 ISA에 해외지수 ETF를 담는 게 대표적인 절세 투자법으로 통했다”고 말했다. 일반계좌에서는 매매차익 등에 15.4%의 배당소득세가 붙지만 ISA에서는 손익통산 후 일반형 200만원, 서민형 400만원까지 비과세되고, 초과분도 9.9%로 분리과세된다.

다만 세제 혜택이 큰 만큼 투자자 반발을 그대로 수용해 기존 ISA 제도를 유지할 경우 과세 형평성 문제가 남는다는 게 정부의 고민이다. 이자·배당 등 금융소득이 연 2000만원을 넘으면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가 돼 ISA에 새로 가입할 수 없지만 가입한 뒤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이 된 경우에는 계좌를 계속 연장하며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었다. 정부가 계약기간에 상한을 두고 주기적으로 가입 자격을 다시 확인하려 한 이유다.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이날 본지 통화에서 “생산적금융 ISA는 세제개편안에서 발표한 내용대로 추진하며, 현재 재검토는 기존 ISA 개편안에 집중하고 있다”며 “계약기간 제한은 일정 기간마다 가입 자격을 다시 확인하고 계좌 내 소득을 정산·과세해 형평성을 높이려는 취지였지만, 투자자 의견도 고려할 필요가 있어 계약기간 제한과 납입한도 이월 폐지에 대한 보완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현주 기자 park.hyun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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