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특별법이 추구하는 미래에 우리가 있을까

해미 2026. 8. 10.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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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1월, '반도체산업 경쟁력 강화 및 혁신성장을 위한 특별법안'(아래 반도체특별법)이 국회에 발의되며 논란이 됐다. 이것만은 막아야 한다며 민주노총, 반올림,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같은 노동단체와 기후·환경, 진보정당 등이 모여 <재벌특혜 반도체특별법 저지·노동시간 연장 반대 공동행동>을 결성했다.

반도체특별법은 반도체 공정을 위한 작업장 환경 개선과 노동자 처우개선 등 복지 증진을 정부 추진 사항으로 명시하고 있다.

세상의 언론이 온통 반도체산업의 주가, 전망, 성장에만 몰두하는 것처럼 보이는 지금, 일하며 살아가는 모든 이들의 권리를 바라온 우리는 어떤 이야기를 더 나누고 또 함께 행동해야 할지 고민이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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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터 기후정의공론장] 8월 11일 시행되는 반도체 특별법과 시행령 뜯어보기

[해미]

2024년 11월, '반도체산업 경쟁력 강화 및 혁신성장을 위한 특별법안'(아래 반도체특별법)이 국회에 발의되며 논란이 됐다. 시작은 연구개발직에 대한 주 52시간 노동시간 상한제 적용 제외였다. 반도체산업의 쉼 없는 발전을 위해 연구개발 노동자들의 쉼을 빼앗겠다는 내용이었다. 이것만은 막아야 한다며 민주노총, 반올림,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같은 노동단체와 기후·환경, 진보정당 등이 모여 <재벌특혜 반도체특별법 저지·노동시간 연장 반대 공동행동>을 결성했다.

공동행동의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특별법의 문제는 단지 노동시간만이 아니라 사회의 모든 자원, 재정 등을 산업에 몰방하려는 데 있었다. 이를 막기 위한 목소리를 내며 주 52시간 예외 조항은 빠졌지만, 남은 문제들은 고스란히 가져간 법이 올 1월 국회를 통과했다. 그리고 최근 반도체 대기업의 연이은 초과이윤 흐름을 타며 정부는 반도체 생산은 더 빠르게, 생산거점은 더 넓게, 기술은 더 앞서 확보하겠다는 '속도전·거점전·선도전'을 내걸고 총력전을 선언했다. 온 사회가 그 열기에 휩쓸리는 와중, 반도체특별법 시행령이 발표됐다. 시행령도 일사천리로 추진돼, 반도체특별법과 시행령은 8월 11일부터 시행된다. 걷잡을 수 없이 커가는 반도체산업에 대한 열광 속에서, 우리가 함께 짚어봐야 할 것들을 정리해 본다.

무엇을 촘촘히 규정하고, 무엇을 비워두었나
 2025.11.4. 반도체특별법 강행 처리 반대 기자회견 현장에서 ‘기후위기 시대, 생명과 자원을 연료 삼는 반도체산업’의 문제점에 대해 발언 중인 필자.
ⓒ 반도체산업의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공동행동
반도체특별법은 반도체 공정을 위한 작업장 환경 개선과 노동자 처우개선 등 복지 증진을 정부 추진 사항으로 명시하고 있다. 그런데 시행령을 보면, 클러스터 지정 요건, 산업기반시설 지원 비율, 인허가 신속처리 절차,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기준까지 온갖 특례가 조항 하나하나 세밀하게 구체화돼 있는 것과 달리, 노동권 관련 사항만은 시행령 어디에도 구체화한 조항이 없다. 법이 정부의 책무로 정해둔 게 시행령에서는 통째로 비워진 셈이다. 무엇을 촘촘히 규정하고 무엇을 비워두는지를 보면 이 시행령의 우선순위를 알 수 있다.

시행령의 우선순위는 환경과 안전을 따지는 데서도 확인할 수 있다. 규제개선을 심의할 때(제29조), 위원회가 고려할 네 가지 사항 중 "안전·환경 등에 미치는 영향"은 세 번째다. 그보다 우선인 건 신청 내용의 구체성과 반도체산업 목적 달성 기여도, 즉 '성과'다. 인허가를 신속처리할 때(제32조)도 마찬가지다. 신속처리를 거부할 수 있는 사유에 전쟁· 재난·회생파산은 있지만, 환경과 안전에 관한 고려는 찾아볼 수 없다. 산업의 확장 등이 환경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따지는 환경영향평가 같은 절차가 마련되어 있지만, 시행령의 규제개선과 신속처리 조항은 이런 심사를 우선순위에서 뒤로 밀어내는 방식으로 설계돼 있다.

특히나 반도체산업은 거대한 화학산업으로서, 환경뿐 아니라 우리 안전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반도체 공장은 위험한 물질을 다루는 만큼 여러 안전장치를 두고 있다고 해도 나쁜 조건들이 중첩되면 대형 사고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 바로 얼마 전인 6월, 충북 청주 SK하이닉스 반도체 공장에서 가스 누출 사고가 두 차례 연달아 발생했다. 반도체와 특수 가스 공장이 밀집한 충북에서는 이전에도 보은, 음성 등에서 화학물질 사고가 잇따라 일어나 전문가들이 대형사고 전조를 경고한 바 있다.

안전에 온 힘을 쏟아도 모자랄 상황에, 시행령에서는 그저 고압가스와 화학물질이 단 1초도 끊기지 않고 계속 공급되도록 예비 배관로와 비상 저장설비를 늘리는 일을 '이중화시설'이라는 이름을 붙여 챙기고 있다(제27조). 한편, 사고를 막는 실질적인 장치, 가령 가스 감지기와 자동 차단 시스템 등에 대해서는 그 어떤 언급도 없다. 정부에게 초미의 관심사는 역시나 안전이 아닌 산업의 '성과'로 보인다.

반도체 단지가 들어설 지역에서 가장 선명하게 드러날 문제는 '전력'과 '용수'다. 정부와 정치권은 반도체 클러스터 유치가 지역의 곤란을 해결해 주는 만능 해결사인 듯 홍보하지만, 정작 그 산업을 지역에 유치하는 데 필요한 전력과 용수를 누구의 몫으로부터 어 떤 대가를 치르며 가져다 쓸지는 침묵한다.

시행령에 단서가 있다. 전력망·용수망까지 아우르는 이중화시설을 국가 상위계획에 "우선 반영"하도록 의무화하여(제27조) 반도체산업의 인프라 수요가 국가 에너지·수자원 계획의 맨 앞자리를 차지하게 만든다. 또 전력· 용수·폐수 및 폐기물처리·도로 등 산업기반시설을 짓는 총사업비에서 최소 50%, 최대 전액까지 지원(제20조)하도록 명시해 생태적 한계는 아랑곳하지 않고 자원을 펑펑 쓸 수 있게 숨통을 터놨다.

이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신규 핵발전소 건설까지 검토된다는 이야기도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기후 위기 시대, 국가 자원 전체를 반도체산업에 몰아주려고 총력을 다하는 정부의 설계 앞에서 공공이 앞장서는 재생에너지 전환은 다시 멀어지고 있다. 노동, 안전, 기후, 지역. 그 무엇 하나 시행령의 우선순위에 들지 못했다. 시행령이 촘촘히 챙기는 건 오직 산업의 더 빠른, 더 많은 성과뿐이다.

이건 우리가 원하는 미래가 아니다

지금 우리가 넘어야 할 산은 반도체특별법 하나가 아니다. 정부와 여당은 반도체·피지컬AI·AI데이터센터를 '핵심 3대 메가프로젝트'로 선정하고, 이를 뒷받침할 '메가특구특별법'을 연내 제정하겠다고 밝혔다. 주 52시간 예외 조항이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를 두고 이 법에서 재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장은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로 예외가 한정된다지만, 한 곳에서 무너진 권리는 다른 곳에서도 무너지기 쉽다는 걸 우린 이미 여러 차례 겪었다.

이 글을 쓸 때 국무회의 의결만 남겨두고 있던 반도체특별법 시행령은 결국 통과되어, 8월 11일부터 시행된다. 세상의 언론이 온통 반도체산업의 주가, 전망, 성장에만 몰두하는 것처럼 보이는 지금, 일하며 살아가는 모든 이들의 권리를 바라온 우리는 어떤 이야기를 더 나누고 또 함께 행동해야 할지 고민이 커진다. 그러나 확실한 건, 반도체산업이 모든 것을 집어삼키는 미래에 우리의 권리는 볼품없는 걸림돌에 불과할 것이란 점이다. 적어도 "이건 우리가 원하는 미래는 아니다"라는 고민과 목소리를 내는 데서 시작해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월간 일터 8월호에도 실립니다.이 글을 쓴 해미님은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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