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속 인천공항 ‘노숙인 퇴거’ 논란…질서유지냐 생존권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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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이어지는 극한 폭염으로 노숙인들이 24시간 냉방시설을 갖춘 인천국제공항으로 몰리면서 공항 이용객의 안전·편의와 노숙인의 생존권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인천국제공항공사가 노숙인들에게 퇴거를 요구하자 인권단체는 "퇴거보다 보호와 지원이 우선"이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10일 노숙인 인권단체 홈리스행동 등에 따르면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지난달 30일 공항 내 노숙인들의 물품에 퇴거명령서를 부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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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단체 “퇴거 아닌 보호·연계 먼저”…폭염 속 ‘마지막 피난처’ 주장
인천 노숙인 지원체계 부족 지적…공항 밖 내보낸 뒤 대책이 정책 쟁점

10일 노숙인 인권단체 홈리스행동 등에 따르면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지난달 30일 공항 내 노숙인들의 물품에 퇴거명령서를 부착했다.
퇴거명령서에는 공항시설법에 따라 여객터미널 내 노숙을 중단하고 즉시 퇴거하라는 내용이 담겼다. 퇴거 요청에 응하지 않을 경우 벌금이나 구류·과료 등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최근 기록적인 폭염이 계속되면서 24시간 냉방시설이 가동되는 인천공항을 찾는 노숙인도 늘어난 것으로 전해졌다. 평소 제1·2여객터미널을 합쳐 수십명 수준이던 노숙인이 많게는 200여명까지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항 “이용객 불편”…인권단체 “폭염 속 마지막 피난처”
공항공사가 퇴거 조치에 나선 배경에는 이용객의 안전과 편의, 공항 질서 유지 문제가 자리하고 있다.
인천공항은 하루 수십만명이 오가는 국가 주요 시설이다. 지난 2일에는 하루 이용객이 24만7200명에 달해 개항 이후 역대 최다를 기록하기도 했다.
일부 노숙인이 여객용 의자에 이불을 펴거나 짐을 쌓아두고 장기간 머무는 사례가 발생하면서 이용객들의 민원도 이어지고 있다. 공항 화장실에서 빨래나 샤워를 하거나 공용시설을 장시간 사용하는 사례도 전해지면서 환경미화원 등 공항 종사자들의 업무 부담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폭염을 피해 공항을 찾는 이른바 ‘공캉스족’까지 늘어나면서 공공시설 이용과 질서 유지 사이의 경계도 문제가 되고 있다. 인천공항공사 고객의소리(VOC)에는 공항 내 벤치나 대합실에서 장시간 머무는 이용객에 대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민원이 접수되고 있다. 올해 공사에 접수된 노숙인 관련 민원은 21건으로 전해졌다.
공항공사 측은 노숙인들에게 복지시설 입소 등을 권유하는 한편 다른 공항 이용객에게 피해를 주는 행위에 대한 계도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공항 이용객들에게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기존과 같은 계도 활동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반면 홈리스행동은 공항 질서 유지와 노숙인의 일괄적인 퇴거는 별개의 문제라는 입장이다. 폭염을 피할 장소가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아무런 보호 대책 없이 노숙인을 공항 밖으로 내보내면 결국 다른 지역의 거리로 이동시키는 데 그칠 수 있다는 것이다.
홈리스행동은 “인천공항 홈리스 문제는 개인의 일탈이 아닌 공공의 실패에서 비롯된 문제”라며 “공항은 주거를 잃은 이들에게 생존을 위한 마지막 피난처가 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필요한 것은 퇴거와 형벌이 아닌 보호와 연계”라며 노숙인들이 주거·복지·의료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공공 지원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공항서 내보내면 어디로…‘퇴거 이후’ 대책이 관건
이번 논란은 공항에서 노숙인을 퇴거시키는 것이 적절한지를 넘어 퇴거 이후 이들을 어디에서,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의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폭염과 한파 같은 극한기후가 일상화되면서 공항·역사 등 냉난방이 가능한 대형 공공시설이 주거 취약계층의 임시 피난처 역할을 하는 현상이 반복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홈리스행동에 따르면 인천에는 노숙인복지법에 따른 노숙인종합지원센터와 노숙인일시보호시설이 설치돼 있지 않고, 인천공항 노숙인을 대상으로 한 거리 상담 역시 월 2회 수준이다.
인권단체가 인천공항공사뿐 아니라 인천시의 책임을 함께 제기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홈리스행동 단체 관계자는 “인천공항공사는 졸속으로 추진한 퇴거 조치를 중단하고 공공기관의 책무를 다해야 한다”며 “거리 노숙인을 위한 지원체계 구축을 사실상 방치한 인천시도 지원체계 구축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공항 이용객에게 피해를 주는 행위에 대해서는 질서를 유지하되, 노숙인에게는 상담과 임시보호시설, 의료·복지 및 주거지원 등을 연계하는 대책이 함께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단순 퇴거만으로는 공항 내 노숙 문제를 다른 장소로 옮기는 데 그칠 수 있어서다.
홈리스행동은 오는 12일 인천공항에서 퇴거 조치 중단과 노숙인의 권리 보호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제도 개선을 요구할 예정이다.
조진수 기자 rokmc4390@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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