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프로젝트 성공조건]③기술보다 생태계…피지컬AI 규제 개선 시급

이승진 2026. 8. 10.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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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추진하는 메가프로젝트의 마지막 퍼즐은 피지컬 인공지능(AI) 생태계다.

이 교수도 "국내 기업들은 제조 데이터와 로봇 하드웨어 설계·제조 역량이라는 강점을 갖고 있으며, 메가프로젝트를 통해 데이터센터 등 AI 인프라까지 구축된다면 경쟁력이 더욱 높아질 것"이라며 "다만 물리 세계를 이해하는 '라지 액션 모델(Large Action Model)' 개발 역량은 시급히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즉, 기업의 기술적 준비는 상당 부분 이뤄진 만큼 규제와 제도적 장벽만 해소된다면 국내 피지컬 AI 생태계는 빠르게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공장 안에서는 한계"대규모 실증 환경 구축해야현대차그룹을 비롯해 메가프로젝트에 참여하는 피지컬 AI 기업들이 속도를 내기 위해선 규제 혁신과 함께 실증(테스트베드) 확대가 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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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 등 기존 법 적용 어려워
데이터 수집, 개인정보 문제 장벽 해소돼야 성장
현대차 세계 최고수준 기술 확보
규제 혁신·테스터베드 확대 우선
실제 환경 검증 통해 피지컬AI 완성
안정정 전력망·에너지 공급 필요
인재 없는 클러스터는 성장 한계

정부가 추진하는 메가프로젝트의 마지막 퍼즐은 피지컬 인공지능(AI) 생태계다. 현대자동차그룹을 비롯한 국내 기업들이 로봇 기술과 제조 역량을 갖췄지만, 기술만으로 글로벌 주도권을 확보하기는 어렵다.

전문가들은 향후 3년 안에 낡은 규제를 걷어내고 대규모 실증 환경과 데이터 활용 기반, 인재·투자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정부가 기업의 기술을 실제 산업과 시장으로 연결할 기반을 얼마나 빠르게 마련하느냐에 메가프로젝트의 성패가 달렸다는 분석이다.

'움직이는 기계'서 '판단하는 AI'로…법·제도 전환 시급

전문가들이 가장 시급한 과제로 꼽은 것은 규제와 법·제도 정비다. 현재 산업안전보건법과 제조물책임법은 사람이 조작하는 기계를 전제로 만들어져 AI가 스스로 판단하는 자율주행차와 휴머노이드 로봇에는 그대로 적용하기 어렵다. 사고 발생 시 제조사와 AI 개발사, 운영 주체, 사용자의 책임을 어디까지 물을 것인지도 명확하지 않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미래에너지융합학과 교수는 "기존 법체계는 '정해진 대로 움직이는 기계'를 전제로 만들어져 피지컬 AI를 담아내기 어렵다"며 "포괄적으로 허용하고 예외적으로 금지하는 네거티브 규제 방식의 통합 안전인증 체계를 마련하고, AI 판단에 따른 사고를 보장하는 새로운 책임보험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이병헌 광운대 경영학부 교수는 안전기준과 책임 구조를 사전에 법으로 규정하는 방식에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그는 "피지컬 AI의 안전 인증과 책임 구조를 처음부터 모두 법으로 정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고 효과적이지도 않다"며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제한적인 상용화를 먼저 허용하고, 축적된 사례를 토대로 제도를 만들어가는 방식이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도 "보험과 책임 체계가 마련되지 않으면 자율주행 산업은 성장하기 어렵다"며 "과도한 사전 규제로 실험을 막기보다 기업이 민사상 책임을 지는 원칙 아래 실증을 확대하는 방향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데이터 수집 문제도 있다. 현장에선 피지컬 AI 기술력은 데이터 수집에서 결정된다고 강조한다. 로봇을 학습시키기 위해 데이터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사람 얼굴과 차량번호, 이동 경로 같은 개인정보가 함께 촬영된다.

문제는 국내에선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촬영한 영상을 AI 학습에 활용할 때 개인을 알아볼 수 없도록 처리해야 해 데이터가 누적될수록 가명처리와 검수·관리에 투입되는 비용 및 인력이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이와 관련해서도 전문가들은 규제 샌드박스 등의 방식을 통해 개인정보 규제의 문턱을 낮출 필요가 있다고 한목소리로 말했다.

보스턴다이나믹스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 현대차그룹
현대차는 이미 준비…생태계만 갖춰지면 속도 낸다

전문가들은 메가프로젝트의 한 축을 담당하는 현대자동차그룹이 피지컬 AI를 구현할 수 있는 국내 최고 수준의 기반을 갖추고 있다고 평가했다.

유 교수는 "현대차는 보스턴다이나믹스를 통해 세계 최고 수준의 액추에이터와 로봇 기술을 확보했고, 싱가포르 글로벌 혁신센터(HMGICS)와 울산 전기차(EV) 전용공장 등 스마트팩토리에서 방대한 행동 데이터(Behavioral Data)를 축적하고 있다"며 "AI가 현실 세계에서 제대로 작동하려면 양질의 행동 데이터가 필수인데, 현대차는 이를 가장 효율적으로 확보하고 활용할 수 있는 기업"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도 "국내 기업들은 제조 데이터와 로봇 하드웨어 설계·제조 역량이라는 강점을 갖고 있으며, 메가프로젝트를 통해 데이터센터 등 AI 인프라까지 구축된다면 경쟁력이 더욱 높아질 것"이라며 "다만 물리 세계를 이해하는 '라지 액션 모델(Large Action Model)' 개발 역량은 시급히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 교수는 "한국은 세계에서 산업용 로봇 활용도가 가장 높은 국가 중 하나로 기계산업 경쟁력도 충분하다"며 "현대차 역시 자체 생산에 활용할 로봇을 넘어 휴머노이드와 자율주행 기술을 미래 수출 산업으로 육성하려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즉, 기업의 기술적 준비는 상당 부분 이뤄진 만큼 규제와 제도적 장벽만 해소된다면 국내 피지컬 AI 생태계는 빠르게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공장 안에서는 한계"…대규모 실증 환경 구축해야

현대차그룹을 비롯해 메가프로젝트에 참여하는 피지컬 AI 기업들이 속도를 내기 위해선 규제 혁신과 함께 실증(테스트베드) 확대가 꼽혔다.

피지컬 AI는 공장 내부뿐 아니라 항만과 물류센터, 도심 등 실제 환경에서 다양한 변수를 경험하며 학습해야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각종 규제로 개방형 테스트가 여전히 제한적이라는 지적이다.

유 교수는 "정부가 추진하는 데이터팩토리 구축 계획이 실효성을 가지려면 단순히 공간만 제공해서는 안 된다"며 "전파법과 개인정보보호법, 도로교통법 등을 일정 기간 유예하는 오픈 이노베이션 특구를 조성해야 의미 있는 상용화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현재 국내 실증 환경은 매우 부족하다"며 "5극3특 권역별 성장 전략과 연계해 지역마다 대규모 테스트베드를 민관 합동으로 구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양 교수 역시 "신약이 임상시험을 거쳐야 하듯 피지컬 AI도 결국 실제 환경에서 검증해야 완성된다"며 "기업이 사고에 대한 책임을 지는 전제 아래 실전 테스트를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유 교수는 "피지컬 AI 생태계를 지탱할 안정적인 전력망과 에너지 공급 체계를 국가 차원에서 구축해야 한다"며 "데이터센터와 실증단지에 필요한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해상풍력과 수소 등 무탄소 전원을 확대하는 에너지 전략도 함께 마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세제보다 중요한 것은 '사람'…인재 없는 클러스터는 한계

전문가들은 피지컬 AI 산업의 또 다른 핵심 과제로 인재 확보와 산업 생태계 조성을 꼽았다.

이 교수는 "첨단 기술을 개발하는 스타트업과 벤처를 육성하고 이를 이끌 인재 양성, 글로벌 인재 유치, 대·중소기업 협력 생태계를 함께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의 한 휴머노이드 로봇 전문가는 "현재 AI와 로봇 연구인력은 대부분 서울과 판교 등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며 "데이터센터는 부지와 전력 문제 때문에 지방이 유리할 수 있지만 연구개발(R&D) 조직은 인재 확보가 어려워 지방 이전이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공장과 생산시설은 지방에 둘 수 있지만 연구소는 결국 서울에 두는 기업이 많다"며 "새로운 AI·로봇 클러스터를 조성하려면 부지나 전력뿐 아니라 연구인력이 정착할 수 있는 생활·교육 인프라와 인재 유치 대책이 함께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원 방식에서는 의견이 다소 엇갈렸다. 유 교수는 피지컬 AI 핵심 기술과 설비투자(CAPEX)를 국가전략기술로 지정해 세액공제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이 교수는 스타트업 중심의 기술개발에는 세제보다 R&D 투자펀드와 벤처투자가 더 효과적이라고 평가했다. 양 교수 역시 세제 지원보다 데이터 수집과 실험을 가로막는 규제 완화가 우선이라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결국 메가프로젝트의 성패는 특정 기업의 기술력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고 입을 모았다. 현대차그룹이 보스턴다이나믹스와 스마트팩토리, 제조 데이터를 기반으로 피지컬 AI를 구현할 토대를 마련한 만큼, 정부가 규제 혁신과 안전 제도, 대규모 실증 환경, 투자 생태계, 인재 확보, 전력 인프라를 얼마나 빠르게 구축하느냐가 한국 피지컬 AI 산업의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승진 기자 promotion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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