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 면제” 안 먹힌다…‘중수청 이직’ 시큰둥한 검사들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검사 특례임용 신청 마감(20일)이 열흘밖에 안 남았지만 검사 상당수가 신청을 주저하는 분위기다. 처우나 복리후생 등 구체적 근무조건이 여전히 불투명하다는 게 걸림돌이다.
검사나 검찰청 수사관은 기한 내 특례임용에 신청하면 별도 시험 없이 중수청 수사관이 될 수 있다. 10월 2일 중수청 개청 전 검찰청 핵심 수사 인력을 선제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나름의 유인책이다. 하지만 검사들로선 시험 면제를 기본으로 여겼던 터라 특례임용 기간 내 지원할 유인을 못 느끼는 분위기다. 익명을 요구한 현직 검사는 9일 “중수청에 ‘시험 보고 들어가라’ 하면 들어갈 검사가 어디 있겠나”라며 “시험 면제는 디폴트(기본 요건)로 생각하고 있었고 합류가 꺼려지는 건 신분과 지방 순환근무 여부 등이 불투명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성과연봉제? 성과 어떻게 평가?”
검사가 중수청에 합류하려면 그동안 검사로서 누렸던 신분상 특권을 일정 부분 내려놔야 한다. 가장 큰 장벽은 검사 신분을 아예 포기하고 지금껏 자신 지휘를 받던 검찰 수사관이나 경찰과 같은 일반 중수청 수사관이 돼야 한다는 점이다. 검찰청 내에선 검사와 검찰 수사관 신분이 엄격히 구분됐다면 중수청에선 같은 수사관 신분으로 뒤섞인다. 향후 승진 결과에 따라 직급 역전 현상이 벌어질 수 있다.

개청준비단은 중수청 출범 초기에 한해 전직 검사들에게 1~4급 부여하면서 경력 10년 차 미만 검사는 기존 3급 대우를 받다가 4급으로 강등되게 됐다. 또 검사들은 중수청 합류 시 종전의 호봉제 대신 성과연봉제 적용을 받아야 한다. 전직 검사 출신 변호사는 “누가 수사를 잘했냐 못했냐는 것은 굉장히 모호한 개념”이라며 “각자 배당받은 사건의 수사 난이도가 다를 수 있고 면밀한 수사에도 혐의가 소명되지 않았다면 당연히 무혐의 처분할 수 있는 건데 어떤 기준으로 성과를 평가할지 불확실하다”고 지적했다.
정원 초과 시 ‘강등’ 배치될 수도
중수청은 직급별로 검사를 4급 221명, 3급 30명, 2급 16명, 1급 7명 배치한다. 만일 직급별 지원자가 정원을 초과하면 더 낮은 직급에 배정될 수 있다는 점이 검사들의 중수청 합류를 더 주저하게 만든다. 중수청에 합류하더라도 4급 정원 대비 3급 정원이 14% 수준으로 급감하는 승진 병목 현상도 검사들이 우려하는 지점이다. 재경지검 평검사는 “가뜩이나 반부패부 등 격무로 악명 높은 인지수사 부서들을 모아놓은 중수청인데 승진 경쟁까지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방 순환근무에 대한 부담도 있다. 검찰청에선 지방에 발령되더라도 관사가 배정된다. 그러나 중수청은 관사 배정이나 주거지 지원 여부에 관해 여전히 기획예산처와 협의 중이다. 협의가 길어지면 검사, 수사관이 주거 지원 없이 지방 근무를 할 가능성도 있다. 중수청은 특례임용 신청자에게 근무 희망청 4곳을 작성한 후 실제 근무지가 마음에 안 들면 중수청 지원을 철회할 수 있게 했다.
중수청은 기존 검찰의 특별직무수당을 중대범죄수사수당으로 그대로 지급하는 처우 개선책을 마련했다. 기존에 검찰청은 6급 이하 공무원에게 특별직무수당으로 매달 7만원, 이상 공무원은 15만원을 지급했다. 중수청은 이를 증액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다만 월 10만~20만원 수당 증액이 검사들에게 효과적인 유인책이 되진 않는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중수청은 특례임용 신청을 받은 후 다음 달 중 인사 배치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중수청 개청준비단은 지난 5일부터 전국 순회 임용 설명회를 하고 있다. 6일까지 이틀간 설명회에 참석한 1100여명 중 검사는 110여명이었다. 검사들 무관심에 참석률이 저조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김성진 기자 kim.seongji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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