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 노마드족’ 이재영·이다영

‘배구 노마드(유목민)’라 불리는 이재영과 이다영(이상 30) 쌍둥이 자매의 방랑이 이어진다. 이번엔 아제르바이잔 리그다.
아제르바이잔 수퍼리그 투란 VC는 지난 4일 “아웃사이드 히터 이재영을 영입했다”고 발표한 데 이어 사흘 뒤 쌍둥이 동생인 세터 이다영의 계약 사실을 추가 공개했다. 둘은 지난 7일 출국해 10일부터 팀에 합류할 예정이다.
이재영과 이다영은 국가대표 출신 모친(김경희)의 피를 물려받아 대를 이어 태극마크를 달았다. V리그 흥국생명에서 함께 활약하며 ‘김연경의 뒤를 이을 여자배구 간판’으로 나란히 주목 받았다. 하지만 지난 2021년 끝 모를 추락을 경험했다. 중학생 시절 배구부 동료들을 폭행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며 여론이 싸늘하게 식었고, 결국 함께 팀에서 방출됐다. 대한배구협회는 두 선수의 국가대표 자격을 무기한 박탈했다.
이후 이곳저곳을 떠도는 삶이 이어졌다. 지난 2021년 말 그리스 PAOK 테살로니키로 함께 떠난 이후 자매의 행보가 크게 엇갈렸다. 이다영은 루마니아, 프랑스, 미국 등 여러 리그를 전전했다. 고질적인 무릎 부상으로 조기 귀국한 이재영은 은퇴 수순을 밟는 듯하다 지난해 7월 일본 빅토리아 히메지에 입단하며 뒤늦게 코트에 복귀했다.
이재영은 지난 시즌 24경기(42세트)에 출전해 108점을 기록했다. 공격 성공률 35.8%, 리시브 효율 41.5%로 출전 기회는 적었지만 나쁘지 않은 성적을 냈다. 1년 계약이 종료된 이재영은 여러 리그를 고려하던 중 투란의 제안을 받았다. 이재영의 에이전시 측은 “일본에서 뛸 때는 부상 공백기가 길어 자신감을 잃은 상태였다. 1년을 뛰면서 어느 정도 몸과 마음이 회복돼 유럽 리그 도전을 결심했다"고 설명했다.
투란은 창단 직후인 지난 2025~26시즌 자국리그 우승과 함께 유럽배구연맹(CEV) 챔피언스리그 플레이오프(PO) 출전권을 거머쥐었다. PO 2라운드와 3라운드를 통과하면 20개 팀이 경쟁하는 본선 무대를 밟을 수 있다.
쌍둥이 자매의 한국 무대 컴백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일단 규정상 V리그 복귀에 걸림돌은 없다. 한국배구연맹(KOVO)이 영구제명 등 별도의 중징계를 내린 적이 없어 두 선수 모두 어느 팀과도 계약할 수 있다.
결국 관건은 대중의 시선이다. 제7구단으로 창단했던 페퍼저축은행(현재 해체)이 2022~23시즌을 앞두고 이재영과 접촉했으나 여론을 이기지 못했다. 배구계 관계자는 “두 선수 스스로도 국내 복귀가 쉽지 않다는 걸 잘 알고 있다. 논란이 불거진 당시에 피해자들과 원만한 합의를 이뤄내지 못한 게 너무 크다”고 진단했다.
김효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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