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한집 산 게 투기냐”…분노 폭발한 강남 노인들
“한 집에서 오래 산 사람을 왜 투기꾼 취급하나. 늙은이들한테 고향 떠나 지방에 가라는 정책을 펴니까 ‘고려장’이라는 말까지 나오지 않느냐.”

서울 강남구 개포주공6단지에 사는 심모(73)씨는 8·3 세제개편안에 대해 9일 “답답해서 잠도 못 잘 지경”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심씨는 “25년 전 3억원 주고 산 아파트 가격이 자연스럽게 오른 게 내 탓이냐”며 “양도소득세 공제액도 10억원(2029년부터)으로 제한한다는데, 오래 산 사람일수록 바보가 되는 정책”이라고 했다.
30년 전 서초구 반포동 경남아파트(현 래미안원베일리)를 2억6000만원 주고 산 김모(85)씨도 “연금 말고는 소득도 없는데, 자식들한테 돈 빌려서 세금 내라는 것이냐”고 한탄했다. 김씨는 “세금 무서워서 조만간 집을 내놓을 생각”이라며 “강남권은 노인 원주민이 밀려나고 젊은 부자만 사는 성역이 될 것”이라고 했다.
오래 살수록 양도세 불이익
정부 세제개편안에 강남권 은퇴 고령자들이 직격타를 맞고 있다. 고가주택일수록 보유세를 무겁게 하는 한편, 팔려고 해도 양도세 폭탄에 처하게 돼서다.
예컨대 종합부동산세는 그간 최대 80%까지 고령자·장기보유 세액공제를 했지만 내년부턴 800만원, 2028년부터는 600만원 상한이 생긴다. 일부 고가 주택의 경우엔 연간 보유세가 순식간에 수천만원 뛸 수 있다. 20~30년 전 비교적 저렴한 값으로 집을 산 후 은퇴한 고령자들 입장에선 버틸 수 없는 금액이다.
집을 팔려고 해도 양도세 벽을 맞게 된다. 현재는 10년 이상 보유하고 거주 요건을 충족하면 양도차익의 최대 80%를 금액 제한 없이 공제받을 수 있었지만, 개편안이 시행되면 공제액은 2028년 최대 20억 원, 2029년부터 최대 10억 원으로 제한된다. 10년보다 더 오래 거주한 장기 거주자일수록 불이익을 받는 구조다.
유예기간·감면책에도 효과 미지수
정부는 2027년에는 공제 한도를 적용하지 않는 유예기간이 있으니 그 사이 집을 팔면 된다는 입장이지만, 앞서 정부가 발표한 또 다른 규제들로 이마저 어렵다. 토지거래허가제로 인해 ‘세 낀 매매’(갭투자)가 막혔고, 25억원 초과 주택은 주택담보대출이 2억원밖에 나오지 않아 매수자를 찾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아울러 정부는 65세 이상 고령 1주택자가 5년 이상 거주한 수도권 주택을 처분하고 비수도권으로 이주하면 2027년에는 50%(5억원 한도) 2028년에는 30%(3억원 한도)로 양도세를 감면해주는 정책도 유화책으로 내놨지만 고령층 반응은 비판적이다. 가족·지인·병원을 떠나 낯선 곳에서 살라는 취지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오래 살수록 불이익을 주는 정책은 주거 안정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며 “강남권 은퇴 고령층을 못 버티게 하고, 실거주 중심 정책으로 세입자들에게 피해를 주는 세제개편안을 보면 정부가 이루려는 부동산 정책의 목적이 뭔지 아리송하기만 하다.”고 말했다.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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