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한집 산 게 투기냐”…분노 폭발한 강남 노인들

김준영 2026. 8. 9.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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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집에서 오래 산 사람을 왜 투기꾼 취급하나. 늙은이들한테 고향 떠나 지방에 가라는 정책을 펴니까 ‘고려장’이라는 말까지 나오지 않느냐.”

서울 강남구 개포동 개포주공7단지. 1983년에 지어진 구축 아파트다. 김준영 기자


서울 강남구 개포주공6단지에 사는 심모(73)씨는 8·3 세제개편안에 대해 9일 “답답해서 잠도 못 잘 지경”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심씨는 “25년 전 3억원 주고 산 아파트 가격이 자연스럽게 오른 게 내 탓이냐”며 “양도소득세 공제액도 10억원(2029년부터)으로 제한한다는데, 오래 산 사람일수록 바보가 되는 정책”이라고 했다.

30년 전 서초구 반포동 경남아파트(현 래미안원베일리)를 2억6000만원 주고 산 김모(85)씨도 “연금 말고는 소득도 없는데, 자식들한테 돈 빌려서 세금 내라는 것이냐”고 한탄했다. 김씨는 “세금 무서워서 조만간 집을 내놓을 생각”이라며 “강남권은 노인 원주민이 밀려나고 젊은 부자만 사는 성역이 될 것”이라고 했다.


오래 살수록 양도세 불이익


정부 세제개편안에 강남권 은퇴 고령자들이 직격타를 맞고 있다. 고가주택일수록 보유세를 무겁게 하는 한편, 팔려고 해도 양도세 폭탄에 처하게 돼서다.

예컨대 종합부동산세는 그간 최대 80%까지 고령자·장기보유 세액공제를 했지만 내년부턴 800만원, 2028년부터는 600만원 상한이 생긴다. 일부 고가 주택의 경우엔 연간 보유세가 순식간에 수천만원 뛸 수 있다. 20~30년 전 비교적 저렴한 값으로 집을 산 후 은퇴한 고령자들 입장에선 버틸 수 없는 금액이다.

집을 팔려고 해도 양도세 벽을 맞게 된다. 현재는 10년 이상 보유하고 거주 요건을 충족하면 양도차익의 최대 80%를 금액 제한 없이 공제받을 수 있었지만, 개편안이 시행되면 공제액은 2028년 최대 20억 원, 2029년부터 최대 10억 원으로 제한된다. 10년보다 더 오래 거주한 장기 거주자일수록 불이익을 받는 구조다.


유예기간·감면책에도 효과 미지수


정부는 2027년에는 공제 한도를 적용하지 않는 유예기간이 있으니 그 사이 집을 팔면 된다는 입장이지만, 앞서 정부가 발표한 또 다른 규제들로 이마저 어렵다. 토지거래허가제로 인해 ‘세 낀 매매’(갭투자)가 막혔고, 25억원 초과 주택은 주택담보대출이 2억원밖에 나오지 않아 매수자를 찾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아울러 정부는 65세 이상 고령 1주택자가 5년 이상 거주한 수도권 주택을 처분하고 비수도권으로 이주하면 2027년에는 50%(5억원 한도) 2028년에는 30%(3억원 한도)로 양도세를 감면해주는 정책도 유화책으로 내놨지만 고령층 반응은 비판적이다. 가족·지인·병원을 떠나 낯선 곳에서 살라는 취지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오래 살수록 불이익을 주는 정책은 주거 안정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며 “강남권 은퇴 고령층을 못 버티게 하고, 실거주 중심 정책으로 세입자들에게 피해를 주는 세제개편안을 보면 정부가 이루려는 부동산 정책의 목적이 뭔지 아리송하기만 하다.”고 말했다.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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