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문대도 마다하고 경찰대 간다…中청년들 몰리는 ‘무서운 신호’

취업난과 경제난이 심화하고 있는 중국에서 고등학생들이 명문대를 마다하고 경찰학교와 군사학교 등 공공부문 취업이 유리한 특수 대학으로 몰리고 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중국 대입 시험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둔 고등학교 졸업생들이 경찰대학과 군사학교를 비롯해 공공부문 취업이 보장되는 특수 대학으로 몰리며 이들 학교의 입학 점수가 크게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중국의 고등학생들은 매년 6월 ‘가오카오(高考)’라고 부르는 대학입학시험을 치른다. 시험은 전국적으로 실시되지만 대학 합격선은 각 성(省)별로 따로 산정된다.
FT가 교육열이 높고 입시 경쟁이 치열한 것으로 알려진 장쑤성을 기준으로 분석한 결과, 올해 중국 공안부 산하 경찰교육기관인 중국인민공안대학(PPSUC)의 인기학과 합격선은 750점 만점에 652점이었다. 이는 중국 최고 명문대인 베이징 칭화대 비인기 학과의 최저 합격선보다 불과 3점 낮은 수준이었다.
세관 검사와 검역 안전 등의 전공을 운영하는 상하이 세관대학의 인기학과의 합격선은 PPSUC보다 더 높은 662점이었다. 이 점수는 또 다른 중국의 명문대로 손꼽히는 상하이교통대학교 합격 최저점보다도 높은 수준이었다고 FT가 전했다. 중국 국방부에 따르면 올해 사관학교 신입생들의 성적도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난 배경엔 취업난과 경제난이 있다. 베이징대가 지난해 말 전국의 대학 졸업예정자 및 졸업생 약 3만224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평판은 좋지만 최상위권은 아닌 대학 졸업생 가운데 3분의 1 이상이 졸업 후에도 정규직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 대학 졸업생의 경우 그 비율은 5분의 2를 넘어섰다. 좋은 대학을 졸업해도 취업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중국 사회에 팽배해있는 이유다.
반면 경찰대나 사관학교 등 공직 취업이 보장된 대학에 가면 취업은 물론 안정적인 고용을 보장받을 수 있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있는 실정이라고 한다. 설령 민간 기업에 취업한다 하더라도 언제 해고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있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중국 역시 한국과 마찬가지로 공무원, 경찰, 군인 등 공직은 ‘철밥통’이라고 불리는 전통적인 인기 직종이다. 특히 지난 2022년경 코로나19와 부동산 경기 침체 등이 겹치며 민간기업 채용이 급감하자 이를 계기로 공직 선호 현상이 심화했다.

심지어 명문대 입학이 가능한 성적임에도 공직 취업이 보장된 교육기관을 선택하는 학생들도 적지 않다고 FT가 전했다. 올해 저장성의 한 고등학교 졸업생은 중국 상위 20개 대학 가운데 하나에 진학할 수 있을 정도의 높은 점수를 받았지만, 최종적으로 경찰대학을 선택했다. 이 학생은 FT에 “나는 취업하기 위해 대학에 가는 것”이라며 “일자리가 없다면, 일류 대학 졸업생이나 고등학교 졸업생이나 아무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다만 학생들이 어린 나이부터 진로를 고정하려고 선택하는 세태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중국인민공안대학의 한 교수는 “만일 경찰대학을 선택하면 졸업 후 경찰이 되고 싶지 않다고 마음을 바꿔도 다른 분야로 진출하기 매우 어렵다”고 경고했다.
이 같은 현상이 중국 경제의 취약성을 드러낸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닐 토머스 아시아소사이어티 정책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중국의 젊은이들이 그렇게 이른 시기에 자신의 진로를 사실상 고정하려 한다는 사실은 그들이 자신의 경제적 미래에 대해 얼마나 큰 불안감을 느끼고 있는지를 보여준다”며 “또한 중국 경제가 여전히 얼마나 취약한지를 보여주는 지표이기도 하다”고 짚었다. 다양한 진로를 모색하기보다 안정적인 공공부문 일자리를 택하는 청년이 늘고 있는 것은 중국의 민간기업 취업 전망이 불투명하다는 가장 적나라한 신호라는 것이다.
하수영 기자 ha.su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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