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고채 담합’ 과징금 최대 15조?…금융권, 행정소송 가능성도

최은희 2026. 8. 7.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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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가 국고채 전문딜러(PD)들의 입찰 담합 의혹에 대해 '낙찰액 전체'를 기준으로 과징금을 산정하겠다는 방침을 세우자 금융권이 크게 술렁이고 있다.

7일 관계부처 및 금융권에 따르면, 공정위는 이르면 이달 말 15개 국고채 전문딜러(PD) 사업자들의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에 대한 전원회의를 개최한다.

낙찰액은 국고채 원금 규모일 뿐 금융회사가 거두는 수익이 아니며, 실제 과징금 산정은 영업수익이나 거래이익 등을 기준으로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금융사들이 담합 성립 여부와 관련매출액 산정 방식에 이견을 보이는 데다, 수조원대 과징금을 별다른 대응 없이 수용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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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국고채 입찰 담합 제재 착수
시장 관행 vs 전형적 입찰담합…과징금 산정 방식도 쟁점
충당금 적립 시 자본여력 타격…‘배임 이슈’에 행정소송 가능성도
그래픽=한지영 디자이너

공정거래위원회가 국고채 전문딜러(PD)들의 입찰 담합 의혹에 대해 ‘낙찰액 전체’를 기준으로 과징금을 산정하겠다는 방침을 세우자 금융권이 크게 술렁이고 있다. 법정 상한을 단순 적용할 경우 최대 15조원이 넘는 과징금이 부과될 수 있는 탓이다. 금융권에서는 “무리한 처분”이라는 반발과 함께 향후 대규모 행정소송까지 예고되는 분위기다.

7일 관계부처 및 금융권에 따르면, 공정위는 이르면 이달 말 15개 국고채 전문딜러(PD) 사업자들의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에 대한 전원회의를 개최한다. 전원회의는 피심인 숫자 등을 고려해 여러 차례에 걸쳐 열릴 예정이다.

15개 PD사는 교보증권, 대신증권, 메리츠증권, 미래에셋증권, 삼성증권, 신한투자증권, NH투자증권, KB증권, 한국투자증권, 키움증권 등 증권사 10곳과 KB국민은행, NH농협은행, IBK기업은행, 하나은행, 산업은행 등 은행 5곳이다.

공정위는 이들 PD가 2020년 1월부터 2023년 6월까지 약 3년 6개월간 국고채 입찰 과정에서 응찰금리와 물량 등 경쟁상 핵심 정보를 교환하고 입찰담합을 했다고 보고 있다.

국고채는 정부가 재정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발행하는 채권으로, 대부분 경쟁입찰 방식으로 발행된다. 재정경제부는 일정 요건을 갖춘 금융회사에 입찰 참여 권한을 주는 대신 시장에 호가를 제시해 거래를 활성화하는 ‘국고채 전문딜러(PD)’ 제도를 운영 중이다. PD사는 대규모 채권을 인수·유통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금리 변동 위험도 부담한다.

시장 관행 vs 전형적 입찰담합 …과징금 산정 방식도 쟁점
 
최대 쟁점은 과징금 산정 기준이다. 담합 매출액 규모가 낙찰액 기준인지 영업수익 기준인지 여부다. 이번 담합행위 영향을 받은 국고채는 76조2000억원이다. 공정위는 관련 매출액을 국고채 낙찰금액으로 산정했다. 국고채 입찰은 사업자들이 국채를 매입하는 구매입찰인 만큼 계약금액인 낙찰금액 전체를 관련매출액으로 봐야 한다는 논리에서다. 공정위는 15개 PD사의 담합 행위를 ‘매우 중대한 위법행위’라고 보고 있다. 이 같은 경우, 과징금 고시상 관련매출액의 10.5~20%의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이론적으로 최대 약 15조2400억원의 과징금 산정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그러나 금융권은 낙찰액을 매출로 규정하는 것은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무리한 적용이라고 반발한다. 낙찰액은 국고채 원금 규모일 뿐 금융회사가 거두는 수익이 아니며, 실제 과징금 산정은 영업수익이나 거래이익 등을 기준으로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PD 업무는 수익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음에도 정부 채권 발행과 시장 유동성을 뒷받침하기 위한 의무의 성격이 강하다”며 “거래 모수 전체를 위법행위로 얻은 경제적 이익과 동일시하는 과징금 책정 방식은 타당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각사의 가담 여부와 정도도 다른 만큼 전원회의 전까지 적극 소명할 것”이라고 했다.

정보 교환이 담합에 해당하는지를 놓고도 공방이 예상된다. 공정위는 응찰금리와 물량 등 경쟁 변수를 반복적으로 공유한 행위인 만큼 전형적인 입찰담합이라는 입장이다. 반면 업계는 PD 간 정보 교환이 국고채 시장의 유통 여건과 수급을 파악하기 위한 관행이었고, 최종 입찰은 각사가 독자적으로 결정했다고 맞서고 있다. 일부 금융사는 시세를 맞추거나 주도적으로 담합을 공모한 사실이 없는데도 일률적으로 제재 대상에 포함됐다며 억울함을 호소한다.

충당금 적립 시 자본여력 타격… ‘배임 이슈’에 행정소송 가능성도

대규모 과징금이 확정되면 충당부채 적립에 따른 자본여력 약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일부 은행은 홍콩 H지수 ELS 배상과 기존 과징금 관련 충당 부담을 안고 있는 상황이다. 과징금은 손익에 직접 반영되는 만큼, 연간 실적과 자본 운용은 물론 생산적·포용금융 공급 여력에도 부담이 될 가능성이 크다.

행정소송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금융사들이 담합 성립 여부와 관련매출액 산정 방식에 이견을 보이는 데다, 수조원대 과징금을 별다른 대응 없이 수용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과징금이 손익과 자본에 미칠 충격이 큰 경우, 주주들로부터 “경영진이 회사의 이익을 적극적으로 방어하지 않았다”는 비판과 배임 논란이 제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앞서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은 LTV 정보교환 담합 사건에서 총 2720억원의 과징금 처분을 받은 뒤 이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과징금 규모에 따라 은행 간 당기순이익 순위가 바뀔 수도 있을 만큼 중대한 사안”이라며 “최종 처분액과 회사별 책임 정도를 확인해야겠지만, 과징금 산정 방식이 과도하다고 판단되면 법적 대응을 검토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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