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에 쓰러진 배달라이더가 구급차 거부하며 남긴 한마디

박정훈 2026. 8. 7.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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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노동자의 목소리가 대통령의 목소리보다 커져야 산업재해를 막을 수 있습니다.

특수고용 플랫폼 노동자인 배달라이더는 산업안전보건법에 보장된 작업을 중지할 권리가 없다.

라이더계의 안전전도사 주성중을 만나 배달노동자들의 노동안전 문제를 들었다.

"저도 요즘 2시간 정도 일하면 한계예요. 머리가 띵하고 어지럽습니다. 쓰러지신 라이더는 배달 일을 완수해야 한다는 직업의식이 강한 분이었어요. 배달 일을 중단했을 때 돌아오는 경제적 피해 역시 두려웠을 겁니다. 특고 플랫폼 노동자라 노동시간에 따른 대가를 받는 게 아니라 일의 완수에 따른 대가를 받아요. 쓰러질 정도로 힘들게 일했지만 일을 완수하지 못했으니 대가를 못 받잖아요. 물건 값이나 병원비도 걱정됐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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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료와 시민의 안전을 지키는 작은 영웅들] 라이더 주성중씨 인터뷰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노동자의 목소리가 대통령의 목소리보다 커져야 산업재해를 막을 수 있습니다. 박정훈 공공운수노조 노동안전보건위원회 위원장이 산업현장에서 동료와 시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기자말>

[박정훈 기자]

지난 4일 경기도 양주에서 배달라이더가 도로에 쓰러졌다. 119가 출동했지만 쓰러진 노동자는 구급차에 타는 걸 거부했다. "배달 해야 하는데..." 라이더는 몸을 휘청이면서도 구급차에 누울 수 없었다. 하지만 배달을 하기 위해 구급차에서 내린 라이더는 몸을 가누지 못했다. 구급대원들의 거듭된 설득으로 다시 구급차에 올랐다. 그는 2시간 동안 일한 대가와 오토바이에 실린 물건값, 병원비가 걱정됐을 거다. 특수고용 플랫폼 노동자인 배달라이더는 산업안전보건법에 보장된 작업을 중지할 권리가 없다.

아스팔트 위를 달리는 라이더들은 밑에서 올라오는 지열과 머리 위로 내리쬐는 태양을 피할 길이 없다. 배달라이더 노동조합인 라이더유니온에서 노동안전을 담당하며 안전교육강사와 배달일을 병행하고 있는 주성중씨는 2시간만 일해도 머리가 어지럽다고 말했다.

경기도 양주에서 쓰러진 노동자가 달린 시간도 2시간이었다. 산업안전보건법이 개정되어 33도 이상에서 2시간 일하면 20분 휴식의무가 생겼지만 배달라이더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 주성중씨는 요즘 동료들에게 돈보다 쉬는 게 중요하다 설파하고 다닌다. 그러나 날씨가 좋을 때는 최저임금보다 못한 배달료 주고, 폭염, 폭우 폭설 때만 높은 배달료를 주는 플랫폼사 때문에 라이더들이 멈추지 않는다고 말한다.

폭염보다 어지러운 문제도 생겼다. 한국은 오토바이에 주차장 자리를 내어주지 않는다. 공영주차장에도 오토바이 주차금지 푯말이 붙어 있다. 수많은 배달음식점이 있지만 오토바이 주차구역을 갖춘 곳은 찾기 힘들다. 그런데 경찰청에서 도로교통법 시행령을 개정해서 오토바이 주차단속을 하겠다고 나섰다. 합법적으로 주차를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주정차 단속을 하겠다고 하니 모든 라이더가 불법을 저지르게 생긴 셈이다.

사람들은 오토바이 하면 '불법'부터 떠올린다. 주성중씨는 라이더와 시민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라이더들이 법을 지켜야 한다고 힘주어 말한다. 그러나 라이더들을 보호해 줄 법은 적용시키지 않고, 라이더들이 지킬 수 없는 법만 집행하겠다는 정부정책에도 의문을 표했다. 그는 라이더에게 빨간색 경고등만 줄 게 아니라 합법적으로 달릴 수 있는 파란색 신호도 줬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라이더계의 안전전도사 주성중을 만나 배달노동자들의 노동안전 문제를 들었다. (관련 기사: [오마이포토] "처벌만 앞세운 이륜차 단속은 탁상행정" https://omn.kr/2j38f)

폭염에 쓰러져도 "배달해야 하는데"라고 생각하는 이유
 주성중 조합원이 인터뷰하는 모습.
ⓒ 공공운수노조
- 어제 (4일) 경기도 양주에서 2시간 동안 일을 하던 라이더가 쓰러진 사건이 있었습니다. 영상을 보니 배달해야 한다고 구급차 타는 걸 거부하시더라고요.

"저도 요즘 2시간 정도 일하면 한계예요. 머리가 띵하고 어지럽습니다. 쓰러지신 라이더는 배달 일을 완수해야 한다는 직업의식이 강한 분이었어요. 배달 일을 중단했을 때 돌아오는 경제적 피해 역시 두려웠을 겁니다. 특고 플랫폼 노동자라 노동시간에 따른 대가를 받는 게 아니라 일의 완수에 따른 대가를 받아요. 쓰러질 정도로 힘들게 일했지만 일을 완수하지 못했으니 대가를 못 받잖아요. 물건 값이나 병원비도 걱정됐을 거예요."

- 라이더들은 폭염이라고 쉬엄쉬엄 일하기 어려운 구조겠네요.

"여름에 돈을 못 벌면, 주문량이 줄어들고 배달료가 낮아지는 봄·가을을 버틸 수가 없어요. 일을 오래 많이 해야 하니 나름 대책을 세우긴 합니다. 저는 식염포도당과 물을 자주 섭취해요. 해열제 먹는 분들도 있는데 효과가 있는지는 모르겠어요. 물에 적시면 시원해지는 쿨 스카프가 효과가 제일 좋은 것 같아요. 겨울에는 장비에 투자를 하면 그래도 견딜 만한데, 여름에는 지치니깐 답이 없어요. 저는 안전교육 하면서 일하는데 들어가는 돈은 아끼지 말라고 해요. 몇 푼 아끼려 하다가 더 큰 문제가 생긴다고 하긴 하는데 이것도 다 알아서 사야 하니 개인별로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어요.

장비보다 중요한 건 자주 쉬는 겁니다. 저는 아무리 단가가 좋아도 쉬거든요. 동료들은 이 시간에 일을 못 하면 놓치는 수입이 아른거리는 거죠. 편의점에 물 먹으려고 들어가다가도 미션이(특정 시간 안에 주어진 배달 건수를 채우면 보너스를 주는 제도) 뜨면 다시 나가요. 집에 들어가다가 식당에 들어가다가도 미션 뜨면 나오죠."

- 산안법이 개정되면서 33도 이상에서 2시간 일하면 20분 휴식이 의무화됐는데 특수고용 플랫폼 노동자에게는 적용하기 어렵겠네요.

일단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라고 해서 법 적용이 안 돼요. 적용한다 하더라도 현재 구조로서는 쉽지 않을 것 같아요. 미션으로 추가 소득을 얻지 못하면 최저임금도 안 되니깐, 미션 중간에 쉬라고 하면 난리 날 것 같아요. 2시간 일하면 20분을 쉴 수 있는 구조가 먼저 만들어져야 합니다. 기본 배달료를 높이고 미션 비중은 낮추고, 내가 쉬면 미션 시간도 20분 늘어나는 구조 같은 게 들어와야 합니다. 작업을 중지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드는 게 더 중요합니다.

마비가 와도 병원에 가지 않는 동료 때문에 산재전도사가 되다
 주성중 조합원이 오토바이를 탄 모습.
ⓒ 공공운수노조
- 78년생이시면, 곧 50이 되십니다. 처음부터 배달 일을 하셨나요?

"안 해본 일이 없어요. 30대 후반에 배달을 시작했는데, 배달하기 전에 운전 교습 일을 했습니다. 강사로 일하다가 개인사업을 해보려고 렌터카도 사고 투자를 했었는데 나중에 불법이란 걸 알았어요. 투자금이 아까웠지만 불법인 걸 알고 계속 할 수는 없었습니다. 덕분에 빚을 지고 2014년에 배달 일을 시작했어요.

증권금융학과를 나왔는데, 20대 때는 가족회사에서 일했어요. 그런데 가족끼리는 사업하면 안 되겠더라고요. 사이가 틀어져요. 그리고 법인택시에서 한 2년 정도 일하다가 중고 핸드폰 수출일도 했어요. 다 잘 안됐죠."

- 금융과 증권을 전공하셨으면 주식투자도 하셨겠네요?

"주식 공부를 해보니 합법적인 도박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절대 안 해요. 돈은 일해서 벌어야 한다고 생각하니 몸이 고생하네요."

- 2014년에 배달 일을 시작하셨으면 플랫폼이 시장을 장악하기 전이네요.

"처음에는 동네배달대행사무실이었죠. 하루 오토바이 리스비 1만 원 내고 씨티(오토바이 이름)로 시작했어요. 당시 기본 배달료가 3000원이었어요. 100m당 100원이었고 수수료로 200원씩 떼어 갔어요. 나중에는 500m당 500원으로 나아졌고요. 10년이 지난 지금 배달료가 2000원까지 떨어졌으니 세월이 거꾸로 가고 있는 거죠."

-라이더들은 '안라무복'(안전라이딩 무사복귀)이 인사말입니다. 사고가 일상인데, 본인이나 주변 라이더 중에 기억에 남는 사고가 있나요?

"저는 아직 사고가 없어요. 동료 중에 사고로 신경손상이 되어 마비가 왔어요. 보험처리가 안 된다고 생각해서 병원을 안 가고 버티더라고요. 보험에 대한 정보 없이 일부터 시작한 거예요. 보험 처리 안 되면 산재 처리라도 해줄 테니 믿고 병원 가라고 했죠. 라이더 안전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게 된 계기예요."

- 라이더유니온에 가입한 것도 배달료나 안전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서였나요?

"임금보다는 안전 때문이었어요. 2014년엔 유상운송보험(배달라이더들이 들어야 하는 영업용 보험)에 가입한 라이더가 없었어요. 산재보험이 있는지도 모르는 사장과 라이더도 많았고요. 저는 아무리 비싸더라도 영업용보험을 들었고, 사업주 설득해서 산재보험도 가입했어요. 과도한 오토바이 리스비, 수수료, 산재 가입 안 시키는 문제들을 해결하고 다녔죠. 그래서 별명이 노조위원장이 됐어요.

2020년에 이재명 대통령이 경기도지사 시절에 배달라이더 산재보험료 지원사업을 했어요. 워낙 가입을 안 하니깐. 그런데 처음엔 아무도 못 받았어요. 사업자들이 배달라이더에게 산재보험료 명목으로 뜯어가 놓고 산재보험료를 한 번도 납부를 안 한 거예요. 기록에 없으니 라이더들이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 거죠. 아 이거 혼자서는 안 되겠다 찾아보니깐, 나보다 더 X라이가 있던 거예요. 그게 바로 라이더유니온이었습니다. '뭉쳐야 바뀝니다'라는 슬로건이 너무 마음에 들었어요."

- 라이더유니온에서 주로 어떤 일을 하고 있나요?

"라이더유니온 경기지회장, 배민협의회장 등 간부 활동 하고 있어요. 간부라고 월급 나오는 게 아니기 때문에 배달 일도 병행합니다. 안전 문제에 관심이 많아서 라이더안전지킴이 활동과 안전교육 활동에 집중하고 있어요."

소형 소화기 들고 다니며 주민의 안전을 지키다
 주성중 조합원의 오토바이에 있는 소형소화기
ⓒ 공공운수노조
- 라이더 안전지킴이이면 라이더 안전을 지키는 건가요?

"시민의 안전을 지키는 활동이에요. 라이더는 골목 곳곳을 다니면서 동네의 위험 요소를 빠르게 발견할 수 있어요. 폭염에 쓰러진 분들이 있거나 교통사고가 나는 경우 재빨리 119 신고를 해요. 장마철에 도로가 침수되고 파손되는 경우가 많거든요. 나뭇가지도 훼손되고요. 지자체와 119에 신고해서 동네의 안전을 점검하는 거죠.

안전지킴이가 되려면 심폐소생술 교육을 모두 이수해야 해요. 작은 화재는 자체적으로 진화할 수 있게 오토바이에 소형 소화기가 실려 있어요. 라이더에 대한 안 좋은 이미지가 많은데 동네주민들에게 도움이 되는 존재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안전지킴이와 별도로 취약계층에 도시락을 배달하는 자원 활동도 정기적으로 합니다."

- 라이더가 라이더에게 안전교육을 하는 것도 인상적입니다.

"제가 공단에서 하는 교육을 받아보았는데 배달라이더에게 자동차 교육을 해요. 다른 기관 교육도 받아봤는데 마찬가지였어요. 영상 보여주고 과실 비율 얘기만하다가 끝나요. 우리나라는 자동차면허만 있으면 오토바이를 탈 수 있어요. 그런 사람들이 배달하면 당연히 사고 나죠.

이륜차의 특성, 사고의 원인, 예방 방법, 산재 처리와 유상운송보험의 역할 등 오토바이에 맞춘 교육이 필요해요. 오토바이가 자주 다니는 이면도로의 위험성 같은 우리 특성에 맞는 교육을 현직 라이더가 하면 미미하게라도 사고가 줄 수 있을 거라 믿고 열심히 돌아다니고 있어요. 이륜차 주차 문제도 2021년부터 이야기를 했거든요."

- 이륜차 주차 단속 문제는 시민들이 잘 모를 것 같아요.

"주차 단속을 반대하는 게 아니라 주차를 할 수 있는 방법을 먼저 제시하라는 겁니다. 한국은 돈 내고 주차한다는 오토바이도 막는 나라입니다. 공영주차장에도 대문짝만하게 '이륜차 금지'라고 되어 있어요. 관공서 심지어 경찰서에도 이륜차 주차장이 없는데 이륜차 주차를 단속하겠다는 게 납득이 안 되잖아요. 배달 전문 음식점 앞에도 배달 음식을 받는 손님 집에도 이륜차 주차장이 없는 상황에서 단속을 하겠다고 하면 과태료를 내면서 배달하라는 거잖아요.

이륜차 제도는 동남아시아에서 오히려 잘되어 있어요. 태국은 국회의사당에 수백 대의 이륜차를 주차할 공간이 있고 편의점 앞에 헬멧 소독기가 있어요. 한국도 이륜차에 대한 전반적인 시각 변화가 선행되어야 해요."
 태국 국회에 조성되어 있는 이륜차 주차장
ⓒ 주성중
라이더가 쓰러진 이유는 폭염 때문만은 아니다

- 안전교육이나 산재상담만으로는 배달노동자 사고를 예방하기는 힘들 것 같아요. 배달노동자 사고의 핵심적 원인은 무엇일까요?

"일단 외부 환경적 요인이 커요. 비와 눈, 물에 취약한 페인트 등이죠. 이륜차가 지나갈 거라 생각을 안 하고 횡단보도 도로 위에 미끄러운 성분의 페인트를 써요.

플랫폼 기업이 배달라이더를 조급하게 만드는 것도 핵심적 원인입니다. 낮과 밤의 배달료 편차, 날씨가 좋은 날과 궂은 날의 배달료 편차가 너무 커요. 그러다 보니 배달료 많이 줄 때 멈추지 않고 일을 해야 해요. 30분 안에 몇 건 이상 하면 보너스를 주는 미션이나 몇 건 이상 일하면 등급을 높여주는 시스템도 문제예요. 퇴근 시간이나 차가 막히는 시간에 주로 미션이 뜨니깐 차 사이를 엄청난 속도로 지나가죠. 이렇게 이야기하면 플랫폼 기업은 기본운임을 올리는 대신 미션을 없애겠다고 하겠죠. 그래서 라이더유니온은 건당 최저임금 또는 최저 보수를 보장하라고 요구하는 겁니다."

- 여러 구조적 원인에도 불구하고 결국 돈을 벌기 위해 교통법규를 위반하는 건 잘못된 거라는 비판도 만만치 않습니다. 시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신호위반은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라이더 본인을 위해서도 신호를 준수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안전교육도 열심히 하는 것이고요. 라이더들이 스스로 자정 노력을 하고 있다면 사회적으로도 시간에 쫓기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 주면 좋겠습니다. 폭염 대책이든 교통법규 준수든 결국 근본적 문제는 소득 문제예요. 양주에서 쓰러진 라이더가 구급차 타는 걸 거부하는 모습이 지금 현실을 잘 보여준다고 봐요. 폭염 이외에 라이더를 쓰러트린 원인을 함께 고민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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