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에 구멍이 나도록 맞은 그는 '모니터링 대상 X'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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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원(가명, 여)씨와 이무영(가명, 남)씨는 교제관계였습니다. 김씨는 2019년부터 경찰에 31회 교제폭력 피해를 신고했습니다.
이씨가 출소한 지 일주일 만인 2023년 3월 12일 교제폭력이 발생했고 하루 뒤 김씨는 A등급 모니터링 대상자가 됐다.
사후콜백은 모니터링 등급 지정 이전에도 김씨가 교제폭력을 신고한 다음 날 경찰이 반복적으로 진행해 온 조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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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원(가명, 여)씨와 이무영(가명, 남)씨는 교제관계였습니다. 김씨는 2019년부터 경찰에 31회 교제폭력 피해를 신고했습니다. 그리고 2024년 5월 11일, 이씨는 사망했습니다. 김씨가 불을 질렀습니다. 도화선, 한자로 풀이하면 불을 이끄는 줄이란 뜻입니다. 불이 더 커지지 않도록 하는 게 공권력의 역할입니다. "교제폭력 피해자가 가해자가 될 때까지 우리 사회는 무엇을 했을까". 항소심 김씨 대리인 이한선 변호사의 질문입니다. 그 답을 찾아보려고 합니다. <편집자말>
[이주연 기자]
2021년 11월 11일, 전라북도에 위치한 대학병원 응급실에 김희원(가명)씨가 내원했다. 왼쪽 눈 부위가 심각하게 부어있었고, 입 주변은 오른쪽으로 부풀었다.
당시 의무기록에 따르면 가장 심각한 손상은 폐에 난 구멍이었다. 여러 대의 갈비뼈가 부러졌고 허리뼈 일부도 부러졌다. 눈 주변 뼈가 부러졌으며 시신경 손상도 발견됐다. 두피와 눈썹이 찢어졌고, 배·팔꿈치·손·손목·엉덩이 등 온몸에 멍이 든 상태였다. 그야말로 죽을 뻔할 만큼 맞았다. 이렇게 여자를 때린 사람, 남자친구 이무영(가명)씨였다.
입원 후 19일 만인 11월 30일, 부종이 가라앉은 김씨는 퇴원했다. 바로 그날, 앞서 발생한 상해에 대해 김씨와 "논의하기 위해" 이씨는 김씨 집을 다시 찾았다고 한다. 이씨는 김씨에게 "같이 살고 싶다. 재워 달라"고 말하며 소리를 질렀고, 나가 달라는 요구를 받았지만 나가지 않았다고 한다. 상해와 퇴거불응. 두 건으로 이씨는 재판을 받았다. 가혹한 폭력을 휘두른 이유, 판결문에 한 줄로 설명됐다. '자신의 휴대폰을 돌려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씨에게 선고된 형량, 징역 6월형이었다.
2022년 5월 31일 출소한 이씨는 일주일 후인 6월 7일 또 김씨를 때렸다. 2022년 6월 11일에도 폭행당했고 김씨는 경찰에 "살려주세요" 문자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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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6년부터 2018년까지 발생한 '교제살인' 108건 중 피해자가 죽음에 이르기 전 폭행 등 신고로 가해자에 대해 경찰이나 검찰 수사를 받았거나 재판까지 이뤄진 경우는 19건이었다. 공권력은 '살인의 전조'를 분명히 알고 있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
| ⓒ 이정환 |
경찰이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실에 제출한 <김OO 신고이력 조치> 문건에는 '모니터링 대상 X', '교제폭력은 22.11.3부터 모니터링 시행' 문구가 총 9번 등장한다. 해당 문구의 의미는 <신고이력 질답서>에서 조금 더 뚜렷하게 확인할 수 있다.
경찰은 '군산 교제폭력 사건의 사후 모니터링 실시 현황'을 묻는 용혜인 의원실 질문에 "사후 모니터링은 2023년 5월 9일부터 11월 30일까지 진행됐으며, 이 기간 중 총 12회 실시"했다며 "22.11.3 <데이트폭력 모니터링 효율화 방안>(아래 효율화 방안)에 의거 APO시스템상 사후모니터링 도입되었으며, 사후콜백 된 경우 사후모니터링 대체"라 답했다.
위 두 문건 내용을 종합하면 이렇다. '<효율화 방안>이 도입됨에 따라 APO(학대예방경찰관 Anti-abuse Police Officer)시스템상 사후모니터링을 했다. 이에 따라 김씨는 2022년 11월 3일 이전에는 모니터링 대상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교제폭력 피해자에 대한 사후모니터링은 2017년부터 시행됐다.
경찰청은 2017년 3월 3일 보도자료를 배포하면서 '데이트폭력 피해자 보호를 위한 현장대응 강화'를 추진한다며 그 일환으로 사후모니터링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이때부터 피해자에 대한 재발 우려 정도에 따라 등급을 구분해 대처한다고 명시돼 있다. 모니터링 실시 이유에 대해 "불입건하고 현장 종결 시 피해자 사후관리가 다소 미흡"했기 때문이며, 사후 모니터링을 통해 "초동 조치 후 특별팀이 피해자 전화 등 모니터링 강화로 추가 피해를 예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2022년 도입됐다는 <효율화 방안>은 무엇일까. 피해자 관리 등급을 4등급(A~D)에서 2등급(A·B)으로 축소하는 것이 효율화 방안의 골자다. 경찰청은 <효율화 방안> 문건을 통해 등급 간소화 배경에 대해 "모니터링 기준이 현장과 부합하지 않고 불필요하게 세분화돼 있어 업무부담이 가중, 개선 필요 의견이 대다수(215개서, 79.9%)"라며 "과도한 세분화로 불필요한 행정업무를 초래해 등급 간소화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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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이트폭력, 모니터링 효율화 방안>에 따르면, 2017년 2월부터 모니터링을 시행 중이며, 관리등급을 2단계로 줄이는 개편을 한다고 기재돼있다. |
| ⓒ 용혜인 의원실 제공 |
그렇다면 김씨는 왜 모니터링 대상이 아니었던 걸까. 사후 모니터링 기준을 살펴보면, 의문은 더욱 커진다.
<효율화 방안> 문건에 따르면, 모니터링 대상자는 전수합동조사를 통해 선정한다. 최근 3년간 입건 2회 이상, 최근 1년간 신고 3회 등이 발생했을 시 A등급으로 지정해 모니터링을 실시하게 돼 있다. 이는 '효율화 방안' 도입 이전과 이후 모두 동일하게 적용되는 기준이다.
김씨의 경우 2019년 7월 첫 교제폭력 신고 이후 2022년 11월 전까지 총 24번 신고했다. 전북군산경찰서가 김씨 방화살인 사건 공판 과정에서 법원에 제출한 교제폭력 사건 접수 사실에 따르면 같은 기간 이씨가 입건된 횟수만 최소 15번이다. 또한 김씨에 대한 상해와 김씨 집에서 나가 달라는 요구에 불응한 혐의 등으로 이씨는 2022년 4월과 11월 두 차례 재판을 받았다.
더군다나 경찰은 김씨의 위험 등급을 '매우 높음'으로 판단하기도 했으며, 2022년 11월 이전에 이미 두 차례 안전조치를 시행했다. 두 번째 안전조치를 가동케 한 폭력은 2022년 10월 23일 발생했다. 김씨는 "살려주세요"라는 문자를 보냈다.
10월 23일 신고에 대한 조치를 적은 경찰은 이 문구를 오른편에 또 남겼다.
모니터링 대상 X
(교제폭력은 22.11.3부터 모니터링 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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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OO 신고이력조치>에 '모니터링 대상 X', '교제폭력은 22.11.3부터 모니터링 시행' 문구가 연달아 적혀있다. 2023년에는 사후모니터링을 사후콜백으로 대체했다고 기재돼있다. |
| ⓒ 이정환 |
김씨에 대한 모니터링 등급은 2023년 3월 13일 지정됐다. 앞서 이씨는 김씨 자택에서 퇴거불응한 죄로 징역 4월형을 선고 받아 복역했다. 이씨가 출소한 지 일주일 만인 2023년 3월 12일 교제폭력이 발생했고 하루 뒤 김씨는 A등급 모니터링 대상자가 됐다.
그러나 김씨에 대한 경찰의 대응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A등급 지정 후 두 번의 교제폭력 신고가 있었다. 경찰은 사후모니터링을 시행하지 않았고 '사후콜백으로 대체'했다고 <신고이력 조치>에 기재했다. 사후콜백은 모니터링 등급 지정 이전에도 김씨가 교제폭력을 신고한 다음 날 경찰이 반복적으로 진행해 온 조처였다.
A등급 지정 후에도 교제폭력은 멈추지 않았다. 2023년 5월 4일에도, 6일에도 김씨를 때린 이씨의 폭력은 5월 8일 잠시 멈췄다. 김씨 주거를 침입했다는 혐의로 현행범 체포됐기 때문이다.
김씨에 대한 '사후 모니터링' 시행은 이씨가 체포 된 후 이뤄졌다. 첫 모니터링은 2023년 5월 9일 실시됐으며 다음 모니터링은 5월 26일 진행됐다. 그해 11월 30일까지 총 12회의 전화 모니터링이 이뤄졌다. 이씨는 체포된 후 2023년 5월 17일 구속됐다. 이미 이씨를 철창에 가둔 후, 경찰은 어떤 '사후 관리'를 하려 했던 것일까. 이후 경찰은 '3개월간 신고 이력이 없어 등급 하향 후 2023년 10월 24일 모니터링을 해제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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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순찰 중인 경찰차. |
| ⓒ 권우성 |
그러나 일주일 뒤, 김씨는 또 교제폭력을 당했다. 김씨 수사기록에 따르면, 시력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맞았다고 한다. 그리고 이씨는 뒤에서 목을 조르다 숨을 헐떡거리면 놓아주는 행태를 반복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날, 그 불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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