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특사경 부당수사하면 오세훈에 이의신청? 형소법 빈틈

정진호 2026. 8. 7. 05:02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10월부터 적용하는 개정 형사소송법에 모순적 조문이 상당수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검사의 지휘 권한이 없어지게 된 특별사법경찰(특사경)의 권한을 놓고 구멍 뚫린 법안이 만들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도지사·시장이 수사에 관여할 길 열려


6일 법무부와 대검찰청은 개정 형사소송법에 기존 형사법 체계와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고 보고, 수사준칙 등 하위법령 정비에 착수했다. 대표적인 모순 조항은 형소법 개정안 197조의4다. 범죄수사 관할 협의·조정을 위해 수사기관 간 수사권관할조정협의회를 둘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개정안은 “수사기관의 장은 다른 수사기관 범죄 수사와 경합하는 경우 해당 수사 관할에 대한 협의·조정을 협의회에 신청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김영희 디자이너

수사기관엔 특별사법경찰(특사경)이 포함된다. 개정 형소법엔 수사기관의 범위를 별도로 정한 규정이 없다. 특사경에 대한 검사의 수사지휘권을 폐지하다 보니 경찰 등 일반 사법경찰에게 적용하던 규정이 특사경에도 적용된다. 지자체 특사경은 자치단체의 장이, 행정부처 특사경은 장관이 수사기관의 장에 해당한다는 게 법조계 해석이다.

개정 형소법에 따르면 서울시장이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 등이 수사권관할 조정에 직접 나서야 한다. 이들이 법에 따라 공식적으로 수사기관의 장으로 인정된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지금까진 지자체장은 수사권이 없어 개별 사건에 대해 구체적으로 보고받거나 지시하지 못 했다.

이근우 가천대 법학과 교수는 “수사 관할에 대한 협의·조정을 신청하는 자격이 있다는 건 사건의 구체적인 내용을 파악해야 한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며 “각 지자체의 장이 수사에 관여할 길을 열어주게 됐다. 애초 그런 목적으로 법 개정을 한 게 아니겠지만 결과적으로 해석을 그렇게 할 수 있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보완수사요구 실효성 떨어져


특사경에 대한 수사지휘권이 사라진 자리를 메우는 통제 장치에도 빈틈이 있다. 개정안은 특사경에 대한 검사의 지휘 조항을 “검사와 특사경은 상호 협력해야 한다”로 바꾸고, 특사경에 대해서도 수사지휘가 아닌 보완수사요구 방식으로 지도하도록 했다. 그런데 특사경엔 보완수사요구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한 장치를 그대로 적용하기 어렵다는 게 법조계 우려다.

개정안은 1차 수사기관의 적정한 보완수사를 기대하기 어려운 경우 상급 수사관서 또는 다른 수사기관을 지정해 보완수사를 요구할 수 있도록 했다. 일선 경찰서에 보완수사요구를 하는 게 적절하지 않을 때 상급 기관인 경찰청 단위에서 보완수사를 하도록 한 건데 특사경은 경찰과 달리 상급 수사기관이 없다. 또 법에 따른 수사 관할이 정해져 있어 다른 수사기관에 보완수사를 맡기기도 어렵다. 수사지휘가 아닌 보완수사요구만으로 특사경에 대해 사법통제를 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뜻이다.

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행안부·경찰청·법무부·검찰청 등에 대한 부처 업무보고가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이의제기·징계 등도 빈틈


개정안에 신설한 245조의11의 고소인 이의제기 역시 모호하다. 고소인이 부당한 수사가 벌어지거나 6개월 이상 수사가 지연될 경우 수사관서의 장에게 이의신청할 수 있도록 했는데, 특사경은 수사관서의 장을 누구로 할지 정하지 않았다. 통상 1개의 국이나 과로 운영하는 지자체 특사경은 지자체장이 여기 해당할 수 있다. 이의신청이 들어오면 수사관서 장은 수사경과와 수사계획을 고소인 등에게 알려줘야 한다. 사실상 수사에 직접 관여하도록 열어준 구조다.

징계 조항에도 맹점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개정안은 197조의3 7항에서 각급 공소청장이 수사과정에서 수사권 남용을 발견하면 그 소속 수사기관의 장에게 징계를 요구할 수 있고, 징계 절차는 징계 관련 법령에 따르도록 했다. 공무원은 징계 관련 법 규정이 따로 있지만, 특사경을 둔 공공기관은 민간인이다 보니 징계 근거가 불분명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무부는 대검으로부터 형사소송법 하위법령 개정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는 등 법 개정에 따른 후속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특사경의 경우 법안에 모순적인 부분이 많아 이를 해소하고 구체화하는 게 중요 과제로 꼽힌다. 또 검사와 특사경 간 협력에 관한 구체적인 사항을 시행령에 위임한 만큼 하위법령에 따라 실제 수사 환경에도 차이가 클 예정이다.

정진호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