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배의 직격인터뷰] “신앙이 된 검수완박…개정 형소법은 개혁의 과잉”
박찬운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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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래 형소법에 검사는 수사기관
조문 몇 개 고쳐선 해결 어려워
정권 초 검찰 개혁 목표 못 정해
어려운 것 미루다 강경파가 주도
입법만 강조하면 부작용엔 소홀
국민이 체감해야 진정한 개혁
」

Q : 검찰개혁추진단 자문위원장을 맡아 활동하다 지난 3월 사퇴했는데 왜 그러셨나.
A : “검찰개혁의 목적은 검찰권 남용을 막으면서 국가의 범죄 대응 역량을 높이는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과유불급의 개혁이 국민에게 해가 될 수 있다는 취지의 말을 여러 차례 했고, 나도 같은 생각이어서 자문위원장을 맡았다. 맡고 났더니 정치권 분위기가 내 뜻과 반대로 흘러갔다. 검찰개혁이 강성 진보 진영이 주장하는 완전한 수사·기소분리, 이른바 검수완박으로 흐르는 것을 우려했는데 정말 그렇게 되고 말았다. 자문위 활동으로는 한계를 느껴, 지난 3월 자문위원장직을 내려놓고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Q : 보완수사권 폐지가 ‘조문 몇 개 고쳐서 되는 일이 아니다’라고 한 건 무슨 의미에서인가.
A : “형소법은 애초에 검사를 수사기관으로 전제하고 만들어진 법률이다. 수사권 조항 하나를 없앤다고 끝날 문제가 아니다. 체포·구속제도, 송치 이후 피의자 신병 처리, 불기소 시 검찰항고 등 수사 절차 전반에 영향을 준다. 그런데 이런 대변혁에 대한 연구가 학계나 실무에 충분히 되어 있지 않다.”
보완수사=직접수사는 공포심 조장용
Q : 여권 강경파는 보완수사란 게 결국 이름만 다른 직접수사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A : “보완수사도 검찰의 직접수사이긴 하다. 그러나 문제가 되는 건 수사개시권을 행사하는 직접수사이지, 송치사건에 대한 보완수사가 아니다. 보완수사를 뭉뚱그려 ‘직접수사’라 부르는 건 검수완박을 위한 공포심 조장 전략에 가깝다.”
Q : 영미권처럼 수사와 기소를 완전히 분리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A : “대륙법계든 영미법계든 직접 수사는 경찰이 하고 법적 통제는 검사가 맡는 게 일반적 구조인 건 맞다. 그러나 수사와 기소가 완전히 분리된 나라는 없다. 영미식을 도입하려면 대배심, 플리바기닝 같은 민중(民衆)사법 전통까지 함께 들여와야 하는데 당장 가능한 이야기가 아니다. 오히려 영국 중대범죄수사청(SFO)이나 미국 뉴욕 맨해튼 지검처럼 직접 수사해 기소하는 예외도 있다.”
Q : 장윤기 사건 같은 경우 검찰의 보완수사가 없었다면 묻힐 뻔했다.
A : “보완수사가 불가능해지면 경찰 수사 단계에서 은폐된 사실은 발견하기 어려울 것이다. 실체적 진실은 시스템이 아니라 경찰 내부자 고발이나 언론 추적에 기댈 수밖에 없다. 문명국가의 수사 절차로선 부끄러운 일이다. 경찰은 수사권을 독점하는데 그 통제는 매우 미흡하다. 통제 수단으로 제안됐던 전건송치와 보완수사권이 모두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보완수사 요구는 결국 경찰의 선의에 의존하는 시스템이다. 수사 기한 제한, 수사관 교체, 징계 요구권 같은 페널티를 뒀지만 현실에서 제대로 작동할지 걱정스럽다.”
Q : 개정법은 경찰이 보완수사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검사가 다른 수사기관을 지정할 수 있게 했다.
A : “실효성은 크지 않을 거로 본다. 구속 사건은 처리가 촉박한데 기관을 옮겨가며 보완수사를 요구하는 건 비현실적이다. 시간만 지체된다. 다른 수사기관을 지정한다는 건 중대범죄수사청을 말하는데, 전국 5~6곳에서 중대범죄를 수사하는 중수청이 감당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Q : 7대 범죄에 대해서는 전건송치를 하도록 한 게 어느 정도 보완책이 되지 않을까.
A : “7대 범죄만 중요한 게 아니다. 단순 사기 사건에서도 피해자는 사회적 약자일 수 있다. 만일 제한적 범위에서 전건송치를 한다면, 7대 범죄라는 분류보다는 형량을 기준으로 일정 법정형 이상의 범죄 사건을 전건송치 대상으로 하는 게 바람직하다.”
Q : 보완수사권 폐지는 위헌 소지가 있다고 주장해 왔다. 어떤 점이 위헌인가.
A : “검사에게서 수사권을 완전히 빼앗는 게 입법만으로 가능한가의 문제다. 헌법 12조와 16조는 영장주의를 규정하며 ‘검사의 청구’를 명시하는데, 여기서 검사의 헌법상 수사권 근거를 찾을 수 있는가가 쟁점이다. 영장청구권을 경찰 신청이 있을 때만 행사하도록 한 것도 헌법 위반 소지가 있다.”
사실, 검찰의 수사권 제한에 대한 위헌 논란은 과거에도 있었다. 2022년 민주당 주도로 검사의 수사 착수 범죄를 좁히는 법이 통과되자 법무부 장관과 일부 검사들이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는데, 헌법재판소는 이듬해 5대 4로 법이 유효하다고 판단했다.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는 위헌 소지
Q : 개정된 형소법도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묻게 되지 않을까.
A : “그때는 수사개시권만 제한된 상황이었고 이번엔 보완수사권마저 박탈됐다. 검사들이 권한쟁의 심판을 다시 청구할 수도 있고, 검찰의 보완수사 없이 기소된 피고인이 적법절차 위반이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당했다며 공소기각을 주장하면서 위헌법률심사제청 신청을 하고 그것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헌법소원을 제기할 수 있다. 헌법의 강(江)을 건너야 한다는 얘기다.”
Q : 자문위원장을 지낸 경험으로 보기에, 형소법이 이렇게 강행 처리로 흐르게 된 이유는 뭔가.
A : “집권 초기에 대통령과 민주당 지도부가 검찰개혁의 방향을 분명히 정리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경찰이 수사하고 검사는 보완수사를 맡는다는 큰 틀만이라도 조기에 확정해야 했는데, 어려운 문제는 뒤로 미뤘다. 검찰개혁 담론을 주도해 온 진보진영 일부 국회의원과 법률가들의 원리주의가 문제를 키웠다. 이들에게 수사·기소 분리는 어느 순간 신앙 수준의 원리가 됐고, 검수완박이 아니면 개혁이 아니라는 인식을 강성 지지자들에게 퍼뜨렸다. 여론이 유지를 원해도 흔들리지 않은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좀 더 현실적인 접근을 했어야 했는데 안타깝다.”
집행 과정의 혼란 커지면 진보정권 위기
Q : 최근 쓴 글에서 진보의 개혁은 왜 실패하느냐를 말했다.
A : “다수 의석으로 법안을 통과시키면 개혁은 완성된 것이나 다름없다고 여기는데, 이는 입법과 개혁을 혼동한 것이다. 개혁의 성패는 국민이 그 제도를 어떻게 경험하느냐에 달려 있다. 입법은 끝났지만 심각한 부작용이 생기면 법을 고치고 또 고치는 ‘도돌이표 개혁’이 된다. 형소법은 베타(실험)버전으로 출시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아니다. 한 번 시행되면 실험 대상은 국민이다.”
Q :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까.
A : “법 집행 과정의 혼란은 불가피하고 이런 것이 언론에 보도될수록 여론이 나빠질 것이다. 그렇게 되면 대통령은 정권의 위기라 생각하고 신속하게 형소법 재개정 작업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그때는 민주당 강성 의원과 강성 지지자들도 더 이상 주도권을 유지하긴 어려울 것이다.”
Q : 페이스북 글에서 형소법 개정이 정권의 운명까지 흔들 수 있다고 했다. 결국 무엇이 문제였다고 보나.
A : “문재인 정부 시절엔 수사개시권만 뺏으려 해도 검사들이 집단 반발했다. 이재명 정부 들어선 검사가 수사개시권을 행사해선 안 된다는 것에 검사와 언론, 여론도 공감대가 형성되었다. 그러니 경찰을 수사 주체로 세우고 검사에게 보완수사권과 전건송치 정도의 통제권만 줬어도 개혁을 완성할 수 있었을 것이다. 문제는 그 선을 넘어서면서 반대 세력만 단단해졌고, 국민의힘에 새로운 정치적 기회를 줬다. 개정을 주도한 이들은 과잉개혁과 입법만능주의에 대해 자성을 해야 한다.”
Q : 10월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이 출범할 때까지라도 해야 할 것이 있다면.
A : “정부는 안정적인 형사사법 절차를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 부실한 규정은 하위법령을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최소화해야 한다. 다만 혼란이 법률 자체의 구조적 미비에서 온다면 하위법령 정비만으론 역부족이다. 그때는 여론이 아주 나빠질 텐데, 그것이 이 개정 형소법이 국민의 강(江)을 못 넘는 순간이라 본다. 그러면 신속하게 재개정해서 형사 절차 붕괴를 막아야 한다.”
◆박찬운(64)=진보 성향의 법률가·학자. 한양대 로스쿨 교수. 사법연수원 16기로 민변 국제연대위원장과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을 지냈다. 이재명 정부에서 검찰개혁추진단 초대 자문위원장을 맡았지만 지난 3월 물러났다. 이후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계속 내왔다.
김원배 논설위원 oneb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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