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참모총장단 “정부 논리 모순 그자체…사관학교 통합, 재검토해야”

육·해·공군 역대 참모총장단은 6일 이재명 정부가 추진 중인 육·해·공군 사관학교 통합을 두고 “대한민국 국방의 미래를 좌우하는 중대한 사안”이라며 “재검토할 것을 정부에 강력히 건의한다”고 밝혔다.
삼군 역대 참모총장단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지난 5일 삼군 역대 참모총장들은 한 자리에 모여 현재 추진되고 있는 삼군 사관학교 통합이 가져올 문제점과 파장에 대해 심도 있게 논의했다”며 “이는 역대 삼군 참모총장이 하나의 사안을 두고 함께 모인 최초의 자리였다”고 말했다.
총장단은 우선 “각군 사관학교는 국방환경 변화에 따라 교육체계를 지속적으로 변화·발전시켜 왔다”며 “교육체계 개혁의 필요성은 상존하는 것이지만 삼군 사관학교 통합의 필요성은 구체적으로 입증되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각 군 사관학교는 오랜 기간 각군 고유의 정체성과 전문성을 갖춘 장교를 안정적으로 양성해 왔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방 인재 양성체계를 근본적으로 흔드는 것은 무책임한 처사”라고 말했다.
또 “정부가 제시한 통합의 논리는 앞뒤가 맞지 않는 모순 그 자체”라며 “합동성 강화는 각 군 고유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발휘되는 것이지 동일한 장소에서 함께 교육시킨다고 해 발휘되는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미래전 대비를 위한 신기술교육과 인구 감소에 따른 교육의 효율성 제고 등은 현 체계 내에서도 해결 가능한 문제”라며 “통합으로 예산이 절감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천문학적 예산 소요가 발생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고 밝혔다.
총장단은 정부의 통합 추진이 국민적 공감대 없이 추진되고 있는 점도 지적했다. 총장단은 “공청회를 비롯한 의견 수렴은 결론이 정해진 상태에서 형식만 갖추는 요식행위로 추진되고 있다”며 “사관학교 개혁 TF 연구 결과가 정치적 필요에 따라 바뀌었고, 관계 전문가들의 의견과 여론이 반영되지 않은 채 밀어붙이는 방식은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고 말했다.
따라서 “정부의 현 계획은 현실적 준비가 결여된 무리하고 성급한 계획”이라며 “사관학교 통합은 장교 양성체계 전반, 예산 및 부지 수용성 등 종합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총장단은 “졸속으로 추진되는 사관학교 통합은 이행 과정에서 심각한 혼란을 초래할 것”이라며 “초급장교 양성 및 보수교육체계 전반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으며 국가와 군의 미래를 걸고 감행할 사안이 결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과거 특정 사관학교 출신 일부 군인들의 정치개입을 출신학교 전체의 문제로 일반화하고, 나아가 삼군 사관학교 통합을 그 예방책으로 제시하는 것은 진단과 처방이 어긋나는 것”이라며 “이는 사관학교 통합이 각 군 사관학교의 발전과 정예장교 양성보다 정치적 이유에서 추진되고 있다는 우려를 깊게 한다”고 말했다.
전날 이재명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방부 등을 대상으로 한 업무보고에서 “지금까지 대한민국의 군사 쿠데타가 몇 번 있었나. 다 육군에서 벌어진 일 아닌가”라며 “육군사관학교 출신들이 한 일인데 거기에 대해 책임을 물은 일이 있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군별로 따로 떼어서 군을 육성하고, 아주 장기간 특정 군종이 군대를 압도적으로 장악하고, 가끔 쿠데타를 일으켜 나라를 절단내고 난 다음 아무런 책임을 안 지면 되겠나. 통합하면 이런 가능성이 좀 줄어들지 않겠나”라며 사관학교 통합에 속도를 내라고 관계부처에 지시했다.
총장단은 “우리 역대 참모총장단은 삼군 사관학교 통합 추진에 대한 재검토를 정부에 강력히 건의한다”며 “정부는 지금이라도 사관학교의 물리적 통합이 아니라 초급장교들의 자긍심과 명예를 고양할 수 있고 우수한 인재들이 군에 모여들 수 있는 근본적인 발전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번 입장문에는 역대 육군참모총장 18명과 해군참모총장 13명, 공군참모총장 15명 등 모두 46명이 이름을 올렸다.
■ 다음은 입장문에 이름을 올린 역대 참모총장 명단
「 ▶육군=이종구·이진삼·김진영·김동진·도일규·김판규·남재준·박흥렬·임충빈·한민구·황의돈·김상기·조정환·권오성·김요환·장준규·김용우·박정환
▶해군=유삼남·이수용·장정길·문정일·남해일·김성찬·최윤희·엄현성·심승섭·김정수·이종호·양용모·강동길
▶공군=이광학·이억수·이한호·김성일·김은기·이계훈·박종헌·성일환·최차규·정경두·이왕근·원인철·이성용·정상화·이영수
」
정혜정 기자 jeong.hye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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