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에 노숙인 몰린 인천공항…“귀가 권유도 안 통한다” 왜

변민철, 한찬우 2026. 8. 6.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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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 휴가철을 맞아 해외로 출국하려는 이용객들로 북적이는 가운데 벤치 등 휴식공간 곳곳에서 얼굴을 가리고 누워 있는 사람들이 눈에 띄었다. 얼핏 봐서는 여행객과 구별하기 어려웠지만, 옆에 놓인 공항 카트에 실어 놓은 이불이나 옷가지 등 살림살이가 노숙인임을 짐작게 했다. 몇몇 노숙인은 무료 와이파이를 연결해 유튜브를 보는 등 휴대전화를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6일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에서 취침하고 있는 노숙인. 변민철 기자

최근 극심한 폭염이 이어지면서 인천공항에는 노숙인으로 추정되는 사람들이 급격히 늘고 있다. 모든 노숙인이 이용객들에게 피해를 주는 것은 아니지만, 일부는 쓰레기를 아무 데나 버리거나 음주를 하는 등 민폐를 끼치고 있다. 유아휴게실이나 직원휴게실 같은 용도가 정해진 곳을 무단으로 점거하거나 심한 경우 편의점에서 절도 행각을 벌이기도 한다. 인천공항에서 일하는 한 환경미화 직원은 “돌아다니다 보면 여기저기 노숙인이 있는데, 어떤 사람은 소변을 아무 데나 보고 그대로 돌아다니기도 한다”며 “민원이 들어오면 우리가 가서 즉각 치우고 있다”고 했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자회사인 인천공항운영서비스에 노숙인 모니터링을 맡기고 있다. 인천공항운영서비스는 노숙인을 장기(2주 이상)와 단기로 나누어 관리한다. 이런 노숙인은 인천공항 1~2터미널을 합쳐 평소 수십에서 많을 때는 200여명까지 늘어난다고 한다. 이 회사 관계자는 “최근에는 휴가철을 맞아 공항 이용객이 늘면서 노숙인들의 행동을 평소보다 더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혹시나 여행객들의 공항 이용에 불편을 주는 노숙인이 있다면 곧장 제지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에서 취침하고 있는 노숙인. 사진 독자


하지만 노숙인들을 설득하거나 다른 곳으로 이동시킬 마땅한 방법은 없다. 이들은 공항 직원 등 다른 사람들과의 소통을 극도로 꺼린다고 한다. 이날 공항에서 만난 노숙인 대부분은 “어디서 왔느냐” “얼마나 공항에서 지냈느냐”는 질문에 “인터뷰를 하지 않겠다”며 손사래를 쳤다. 직원들도 이들을 설득해 다른 곳으로 이동을 권하고 있지만, 노숙인들이 되레 화를 내는 일이 많다고 한다. 특히 일부 노숙인은 계도에 나선 직원들을 모욕이나 명예훼손 등으로 고소하기도 했다.

인천공항공사와 인천공항운영서비스 입장에서는 이들이 소란을 피우거나 범죄를 저지르지 않는 한 마땅히 대응할 방법이 없다. 공항시설법에 근거해 노숙인들에게 부과하는 퇴거 명령서도 법적 강제성은 없다. 퇴거명령서에는 ‘즉시 노숙을 중단하고 여객터미널 밖으로 퇴거하시길 바랍니다. 퇴거 요청에 불응할 경우 공항시설법 67조2에 의거 벌금이나 구류 또는 과료에 처해집니다”라고 적혀 있다. 인천공항운영서비스 관계자는 “최근에 계도 횟수를 늘려 적극 귀가나 이동을 권유하고 있지만, 소통이 어렵다”면서 “가족들 연락처를 알아내 소통도 해봤지만, 가족들 역시 큰 관심이 없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지난 5일 인천국제공항 1여객터미널 출국장이 여름 성수기 휴가철을 맞아 해외로 떠나려는 여행객들로 북적이고 있다. 뉴스1

“거리 노숙인 보호책 마련해야” 주장도


또한 거리 노숙인 지원 단체인 ‘홈리스 행동’은 인천공항공사가 벌이는 노숙인 계도에 반발해 지난 3일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홈리스 행동은 “홈리스가 인천공항에 머무는 것은 다른 선택지를 갖지 못한 상황에서 이뤄지는 생존을 위한 불가피한 대응”이라며 “국가의 책무 방기로 발생한 위난을 임시적으로 피하기 위한 긴급피난적 성격”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공항공사는 인천시를 비롯한 관계기관과 협력해 홈리스를 단속과 배제의 대상이 아닌 보호와 지원의 대상으로 인식하고, 실질적인 대응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동현 홈리스 행동 활동가는 “홈리스 문제는 주거·질병 등 복합적 사안이 얽혀있다. 인천시 차원에서 거리 홈리스 지원체계를 다듬고 인천공항공사는 더욱 공공성 측면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공항 내 소란·불통이 생기는 상황에 대해서는 “주체와 상관없이 위법 행위로만 판단되면 될 것”이라면서도 “관련법을 과대 적용해 처벌하려는 것은 문제다. 홈리스는 주거 부정(주거지 불명확)의 이유로 가중 처벌이 내려지는 경우가 잦다”고 했다.

변민철·한찬우 기자 byun.minch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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