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한국 방어에 핵 꺼내드나…중·러 대비 ‘단거리 전술핵’ 검토

1991년 한국에서 사라진 전술핵무기가 다시 들어오게 될까. 미국이 검토 중인 핵무기 전략이 채택된다면 가능하다. 미 국방부가 중국·러시아와의 지역 분쟁에서 동맹국을 방어하기 위해 전술핵무기의 역할을 확대하는 새로운 핵전략을 구상 중이라고 NBC방송이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실제 사용할 가능성이 낮은 장거리 전략핵무기보다 제한된 표적을 겨냥하는 단거리 전술핵이 중국과 러시아의 전쟁 의지를 억제하는 데 더 효과적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NBC에 따르면 엘브리지 콜비 미 국방부 정책차관이 감독하는 새 핵전략 초안에는 단거리 전술핵무기를 중시하는 내용이 담겼다. 핵무기는 전략핵과 전술핵으로 나뉘는데, 전략핵은 대규모 위력을 통해 전쟁을 끝내거나 적국의 핵전력을 파괴하는 무기다. 반면 전술핵은 적 부대나 기지 등 제한된 표적을 공격하는 무기다.
기존 미국의 핵전략은 적국의 핵 공격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전략폭격기,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 전략핵을 통해 대규모 보복을 하는 것에 방점을 두고 있었다. 여기에 한국과 일본 등 동맹국이 핵 공격을 받을 경우 미 본토가 공격당한 것처럼 대응한다는 원칙(확장억제)도 있었다.

하지만 중국과 러시아가 미 동맹국에 핵 공격을 벌였을 때 미국이 자국의 핵 보복 위험을 감수하며 대규모 전략핵을 쓸 것이냐에 대한 의문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이른바 ‘미국이 서울을 위해 로스앤젤레스(LA)를 희생할 수 있냐’는 질문이다.
새 핵전략은 이러한 ‘확장억제의 신뢰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안됐다고 NBC는 전했다. 미 국방부 고위 당국자는 “신뢰할 수 있는 핵 옵션이 필요하다는 게 우리의 견해”라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실제 쓸 수 있는 다양한 대응 수단을 제공해야 억지력이 강화된다고 설명했다.
전략핵보다 전장의 제한된 표적을 공격하는 전술핵무기 사용을 강조해 핵무기를 실제 작전에 쓸 수 있는 선택지로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다. 이렇게 돼야 중국과 러시아가 동맹국 등에 핵 공격을 할 위협이 억제된다는 논리다.

미 국방부의 새 핵전략은 한국과 일본 안보에도 영향을 미친다. 중국과의 대만해협 충돌이나 한반도 유사시 미국이 전술핵을 핵심 대응 수단으로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 내 전술핵 재배치나 핵 공유 논의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미 국방부 고위 당국자는 NBC에 “확장억제가 신뢰받기를 원한다면 실제로 사용할 수 있다는 상식적인 생각이 들 정도의 핵전력을 해당 국가의 정치 지도부에 제공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우리 지도부의 선택지가 적국이 믿지 않아 억지력으로서 제구실을 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1958년부터 전술 핵무기를 운용했던 주한미군은 1991년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에 따라 전술 핵무기를 전면 철수했다.
새 핵전략 초안을 주도한 이가 콜비 차관인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 외교안보 전략 설계의 핵심 인물이다. 과거 한국에 전술핵을 재배치해야 한다는 주장을 했다. 콜비 차관은 이날 네브레스카주 오마하 전략사령부에서 열린 ‘2026 억제 심포지엄’에 참석해 비공개 연설을 했다. 전략사령부는 전 세계 핵전력 운용을 총괄하는 곳이다. 그는 6일까지 국가 방위전략과 향후 핵전략을 논의할 예정이다.

다만 전술핵에 대한 우려도 거세다. 전략핵보다 위력이 작고 공격 범위가 제한돼 국가 정상이 사용을 결정하기 쉬울 수 있어서다. 핵무기 사용 가능성이 커져 재래식 전쟁이 핵전쟁으로 번질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술핵에 지나치게 의존하면 전략핵을 사용해야 할 상황에서도 미 대통령이 소극적인 선택을 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미 의회 고위 인사는 NBC에 “(초안은) 핵 억지력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과 많이 동떨어진 연구”라고 비판했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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