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가들이 작심하고 낸 보고서, 극우파 정당 해산 시나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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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오후 베를린 지역신문 <타게스슈피겔> 온라인판에 눈길을 끄는 기사가 올라왔다. 극우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이하 AfD)'의 해산심판청구를 요구하는 독일의 법률가가 1천 명을 넘어섰다는 소식이었다. 전문가에게 자료 수집과 법률 검토를 의뢰해 승소 가능성을 먼저 확인한 뒤 위헌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할지를 결정하자는 것이었다. AfD는 독일 기본법 제21조 2항이 규정한 위헌정당에 해당하며, 연방헌법재판소에 해산심판을 청구하면 인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타게스슈피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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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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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7월 11일, 독일 동부 마그데부르크에서 열린 극우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의 주당 대회에 참석한 한 대의원이 다른 대의원을 맞이하는 모습. AfD는 이번 당 대회에서 2026년 9월 6일로 예정된 주 선거 이후를 위한 100일 계획을 발표했다. |
| ⓒ AFP/연합뉴스 |
AfD 금지 논의는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이미 2024년 말에 연방의회에 두 개의 안건이 제출되었다. 하나는 기민·기사련, 사민당, 녹색당, 좌파당 소속의원 123명이 참여한 초당적 안건으로 연방헌법재판소에 AfD의 위헌 여부 심사를 청구하자는 내용이었다.
녹색당의 원로 레나테 퀴나스트를 중심으로 의원 43명이 제출한 두 번째 안건은 조금 더 신중했다. 전문가에게 자료 수집과 법률 검토를 의뢰해 승소 가능성을 먼저 확인한 뒤 위헌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할지를 결정하자는 것이었다. 두 안건은 2025년 1월 30일 연방의회 본회의에서 격렬한 논쟁 끝에 내무위원회로 넘겨졌다. 그러나 조기 총선 이후 새 의회가 구성될 때까지 표결이 이뤄지지 않아 효력을 잃었다. 새 연방의회에는 아직 같은 안건이 다시 제출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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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6월 25일 자유권협회(GFF)가 발표한 AfD 위헌성 검토 보고서의 겉표지 |
| ⓒ GEF |
보고서의 결론은 명확했다. AfD는 독일 기본법 제21조 2항이 규정한 위헌정당에 해당하며, 연방헌법재판소에 해산심판을 청구하면 인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독일 기본법 제21조 2항은 정당의 목적이나 지지자들의 행동이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침해·폐지하거나 연방공화국의 존립을 위협하려는 경우에 그 정당을 위헌으로 규정한다. 다만 위헌 여부를 최종적으로 판단하고 정당을 해산할 권한은 연방헌법재판소에만 있다. 그리고 위헌정당 심판은 연방정부와 연방의회, 연방참사원만이 청구할 수 있다. 이들 가운데 어느 한 기관이 청구해야 비로소 재판소의 심사가 시작된다. 시민단체가 할 수 있는 일은 이들에게 압박을 가하는 것이다.
AfD는 보고서가 발표되자 즉시 반발했다. 공동대표 알리체 바이델은 이를 인공지능으로 작성한 엉터리 NGO 보고서라고 조롱했다. 그러나 보고서에 수록된 구체적인 증거나 헌법적 논증을 조목조목 반박하지는 않았다.
보고서와 함께 발표된 공개서한에서 1천 명이 넘는 법률가들은 정치권을 향해 묻고 있다. 두 건의 안건이 이미 의회에 제출되었고, 그동안 부족하다고 했던 자료와 법률 검토도 나왔다. 그런데도 지금이 아니라면 대체 언제 민주주의는 자신을 방어해야 하는가.
이 질문은 무겁다. 독일에는 방어적 민주주의라는 개념이 있다. 옛날 바이마르공화국이 나치의 위험을 몰랐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위험을 과소평가했고, 아직은 때가 아니라며 머뭇거렸으며, 보수 정치인들은 히틀러를 제도 안에 끌어들이면 통제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러나 민주주의의 절차를 이용해 권력을 장악한 세력이 민주주의 자체를 파괴하는 결과를 빚었다. 이 악몽이 반복되지 않게 1949년에 제정된 독일 기본법은 민주주의가 자신의 파괴를 수동적으로 기다리지 않고 스스로를 지킬 수 있도록 위헌정당 해산제도를 마련했다. 이것이 '방어적 민주주의'다.
만에 하나 AfD가 해산된다면 그다음은?
그러나 여기서 또 하나의 질문이 떠오른다. 만일 AfD가 금지된다면 그다음에는 어떻게 될까?
AfD라는 조직은 해산할 수 있다. 당의 재산을 몰수하고 공적인 정치활동의 통로도 차단할 수 있다. 그러나 AfD에 표를 준 유권자들까지 해산할 수는 없다. AfD가 사라진 자리에 새로운 조직이 들어서거나, 그 정치적 에너지가 다른 형태로 이동할 가능성도 있다. AfD 지지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당이 해산되는 경우 앞으로는 아예 투표권 행사를 하지 않겠다는 사람의 비율이 약 30%였다. 따라서 정당 금지가 과연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적절한 방법인가 하는 의문이 떠 오른다.
기존 정당들은 바로 이 점을 우려하여 AfD 금지보다는 정치적으로 맞서 이겨야 한다고 말해 왔다. 원칙적으로 옳은 말이다. 그렇다면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지금까지는 왜 정치적으로 이기지 못했는가? 기민련과 사민당을 비롯한 기존 정당은 오랜 집권 경험도 있고, 행정조직과 정책 전문가도 충분하다. 그런데도 주택난과 생활비 상승, 교육과 연금, 이민과 사회통합, 복잡한 행정과 지역 격차처럼 시민들이 일상에서 체감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 실패했다. 발표되는 정책은 많지만, 삶이 나아졌다고 느끼는 시민은 드물다. 정치에 대한 믿음이 무너지자, 그 틈으로 AfD가 들어왔다.
그렇다고 모든 AfD 지지자를 기존 정치에 실망한 항의형 유권자로만 보아서도 안 된다. 한 연구에 따르면 AfD 유권자 가운데 권위주의와 반유대주의 성향이 특히 강한 급진적 우파는 20%에 조금 못 미친다. 하지만 이들 중 약 3분의 2는 이주민과 무슬림에게 독일 문화에 동화할 것을 요구하는 보수적 강경파다. 그러므로 AfD 유권자 전체를 극우로 규정할 수는 없지만, 대다수를 단순한 항의형 유권자로 간주하는 것 역시 현실과 거리가 멀다.
기존 정당이 시민의 삶을 실제로 개선하고 정치에 대한 신뢰를 회복한다면, AfD의 핵심 지지층까지 곧바로 사라지지는 않더라도 이 정당이 불만을 빨아들이며 대중정당으로 팽창하는 흐름은 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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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7월 18일, 독일 마그데부르크에서 ‘독일을 위한 대안(AfD)’ 당 공동대표 앨리스 바이델이 작센안할트주 선거를 앞두고 열린 당 선거 운동 시작 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
| ⓒ 로이터/연합뉴스 |
베를린의 상황은 조금 다르다. 7월 여론조사에서는 좌파당이 22%, 기민련이 20%, 녹색당이 17%, AfD가 16%, 사민당이 12%를 기록했다. AfD가 압도하는 형세는 아니지만 기존 정당 구도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 어느 정당에 투표할지 이미 결정했다는 응답자는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앞으로 남은 짧은 기간 동안 정당들이 얼마나 설득력 있는 정책을 내놓고 실행 능력을 보여주는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뜻이다.
9월 선거가 AfD 금지 여부를 법적으로 결정해 주지는 않는다. 그러나 금지 논쟁의 정치적 조건은 크게 바꿀 수 있다. 기존 정당들이 신뢰를 회복해 이탈한 유권자들을 되찾는다면, 민주주의가 아직 정치의 힘으로 자신을 지킬 수 있다는 희망이 있다. 그러나 민주주의 수호를 정치에만 의존해서도 안 된다. 어느 한쪽만의 노력으로는 지킬 수 없다. 정치가 시민의 삶으로 돌아오고 시민이 이기주의를 벗고 다시 공동체를 생각할 때, 민주주의는 비로소 방화벽이 아니라 사람들의 선택으로 보호받을 수 있을 것이다.
오는 9월 세 번의 선거는 독일의 기존 정당들이 아직 유권자를 설득할 능력을 갖추고 있는지, 시민들이 민주주의를 지키려는 의지가 얼마나 절실한지를 보여주는 시험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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