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천사야” 노숙인 극찬했다…주4일 을지로 뜨는 그 트럭 [르포]

“촤아, 촤아”
낮 최고 기온이 37도 가까이 치솟은 5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서울광장 앞. 12t짜리 물탱크를 실은 살수차 두 대가 ‘깜빡깜빡’ 비상등을 켠 채 광장 주변 세종대로를 천천히 달렸다. 차량 전면부 아래 장착된 노즐에서 부채꼴로 시원하게 뻗어 나온 물줄기가 달궈진 아스팔트를 식혔다. 세종대로와 맞닿은 종로구 광화문 앞 사직로에도 살수차가 오갔다. 기록적인 폭염이 연일 이어지면서 도심 열기를 식히기 위한 살수 작업도 한층 강화됐다고 한다. 전날 서울 전역에서만 200여 대의 살수차가 7000㎞가량을 달렸다. 서울시 관계자는 “역대 가장 많은 양의 살수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인근 광화문광장에서는 도로에 물을 분사해 노면 온도를 낮추는 ‘쿨링로드’ 장치가 쉼 없이 가동 중이었다. 6~8차선 세종대로 중앙선 위와 인도 쪽에 설치된 분사 장치에서 각각 뿜어져 나온 물줄기가 아스팔트 위로 흘렀다. 쿨링로드는 광화문광장, 시청역~숭례문 구간 등 모두 19곳 5.67㎞ 구간에 설치돼 있다. 전날 서울에 첫 폭염 중대경보가 발령되면서 쿨링로드는 1시간 간격으로 하루 최대 9번 가동된다. 한 번 가동할 때마다 구간 길이에 따라 2~7t의 물을 뿌린다. 물은 상수도나 지하철 역사에서 발생하는 유출수를 주로 쓴다.

열화상 카메라에 측정된 쿨링로드 주변 도로의 표면 온도는 약 36~37도였다. ‘아지랑이’가 핀 한낮 일반 도로의 표면 온도가 50도 안팎까지 오르는 것과 비교하면 10도 이상 낮다. 박완송 서울시 도로관리팀장은 “쿨링로드를 가동하면 일반적으로 아스팔트 표면 온도가 7~11도 정도 떨어진다”며 “유동인구가 많은 지하철역 주변의 6차선 이상 도로를 중심으로 설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서대문구 청소년센터 내 무더위쉼터는 바깥과 전혀 다른 풍경이었다. 실내 온도는 24도 안팎으로 유지됐고, 냉장고에는 생수와 얼음이 채워져 있었다. 방학을 보내고 있는 청소년들은 학원에 가기 전 테이블에 둘러앉아 문제집을 풀거나 이야기를 나눴다. 그러다 목이 마르면 생수를 꺼내 마셨다. 카페처럼 꾸며진 휴게공간에서 더위를 피하는 청년들도 있었다. 센터 수영장 이용을 마친 60대 노인들도 잠시 들러 생수를 챙겨 갔다. 하루 50명 정도가 이곳 쉼터를 이용한다고 한다. 고등학생 유모(16)양은 “카페는 2시간 정도 앉아 있으면 눈치가 보이는데 여기는 마음 편하게 있을 수 있어 자주 찾는 편”이라고 말했다.

이어 찾아간 마포구 휴(休)서울이동노동자 합정쉼터. 점심 배달 피크 시간을 마친 배달기사 등 6명이 두런두런 모여 더위를 피하는 중이었다. 헬멧을 벗은 머리카락에서는 땀이 흘렀다. 반장갑을 벗어든 한 배달기사의 손은 손가락만 구릿빛으로 그을려 있었다. 또 다른 배달노동자는 “너무 더워 말할 기운도 없다”고 했다.
이 쉼터는 오전 9시 문을 열어 다음 날 오전 6시까지 운영된다. 안마의자 2대와 탕비실, 냉감 타월 지급대 등을 갖췄다. 스마트폰으로 주 업무를 보는 이동노동자를 위해 휴대전화 충전기, 거치대 등도 원하는 만큼 쓸 수 있다. 지하철 택배 종사자와 배달기사, 대리운전기사 등이 하루 평균 120여 명 정도 찾는다고 한다. 서울이 펄펄 끓으면서 지난달 이용객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1000명 늘어났다는 게 합정센터 측 설명이다.

이날 오후 7시 서울 중구 2호선 을지로입구역 3번 출구 앞. 서울시립브릿지종합지원센터 이동목욕차량에서 나온 노숙인 A씨(60대)는 한결 말끔한 모습이었다. 익숙한 듯 입고 온 빨래감을 비닐봉투에 담은 뒤 냉커피를 집어 들었다. 차 안에는 샤워기와 비누, 타월, 거울 등이 갖춰져 있었다. 샤워를 마친 이용자에게는 속옷과 양말도 제공한다. 차량 앞 인도 한쪽에서는 컵라면에 부을 뜨거운 물도 주전자 안에서 끓고 있었다.

이동목욕차량은 평일에만 운행된다. 주 4일은 을지로에서, 하루는 동대문 일대에서 노숙인을 만난다. 브릿지종합지원센터 차량 외에도 2대가 더 다른 지역을 운영 중이다. 김영택 서울시립브릿지종합지원센터 상담과장은 “무더위에도 씻을 곳이 마땅하지 않은 노숙인을 위한 차량”이라며 “장마철에는 하루 평균 10명 정도 찾아왔지만, 무더위가 본격화되면서 최근에는 14~15명으로 이용자가 늘었다”고 말했다.
노숙인 B씨(60대)는 “거의 매일 오다시피 한다. 동대문 지역 지하철 역사 안에 있다가 시간 맞춰 을지로로 온다”며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우리에게는 이 차량이 천사 같은 존재”라고 말했다.
김민욱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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