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한국계 후보에 “공산주의자들 내세운 여자, 미친 사람들”

미국 민주사회주의자(Democratic Socialists of America·DSA) 계열의 진보·좌파 후보들이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진행 중인 민주당 예비경선에서 돌풍을 이어가고 있다. 청년층 취업난과 불평등 문제에 적극적인 민주사회주의자들이 젊은 층과 진보 진영 표심을 파고들며 약진하는 형국이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으로부터 ‘공산주의자’라는 공격을 받는 등 이들의 급진 좌파 이미지가 당 확장성에 저해될 수 있다는 점에서 민주당은 딜레마가 커지고 있다.
4일(현지시간) 미시간주 민주당 연방 상원의원 후보를 뽑는 예비선거에서 무슬림 의사 출신의 진보 성향 압둘 엘사예드(41) 후보가 중도 성향으로 분류되는 헤일리 스티븐스(43) 연방 하원의원을 근소한 차이로 누르고 신승을 거뒀다. 개표율 99% 기준 엘사예드 후보가 48.5%를 얻어 47.5%를 기록한 스티븐스 후보와의 격차가 1.0%포인트에 불과했을 정도로 초박빙 승부였다.
상원의원 경선서 무슬림 출신 엘사예드 승리
민주당 후보로 선출된 엘사예드는 11월 중간선거에서 공화당 후보인 마이크 로저스(63) 전 하원의원과 맞붙게 된다. 여기서 엘사예드가 승리하면, 첫 무슬림 연방 상원의원이 배출된다.
이번 경선은 민주사회주의자 진영과 중도 성향의 민주당 주류 세력 간 노선 다툼의 대리전 격으로 치러지면서 전국적 관심이 집중됐다. 공중보건 관료 출신 엘사예드 후보는 민주사회주의자 진영의 좌장 격인 버니 샌더스 무소속 상원의원(버몬트)을 비롯해 진보 진영의 젊은 리더로 부상한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 민주당 연방 하원의원(뉴욕) 등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다. 반면 4선 연방 하원의원 출신 스티븐스 후보는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 그레첸 휘트머 미시간 주지사 등 민주당 내 주류 인사들의 폭넓은 지지를 등에 업고 경선을 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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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주류 대 민주사회주의자 ‘노선 싸움’
둘이 치른 경선은 민주당 내 친이스라엘 노선을 둘러싼 싸움이기도 했다. 무슬림인 엘사예드 후보는 가자지구에서 벌어지는 이스라엘의 군사작전을 ‘제노사이드(집단 학살)’로 규정하며 이스라엘 정부를 강하게 비판해 왔다. 이에 반해 스티븐스 후보는 친이스라엘 성향을 분명히 했고, 친이스라엘 로비단체인 미·이스라엘 공공정책위원회(AIPAC) 관련 슈퍼팩(Super PAC·정치자금 모급 단체)으로부터 든든한 후원을 받아 왔다.
미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스티븐스 후보는 이번 예비선거에서 그를 지지하는 6개 외부 단체들로부터 6200만 달러(약 882억원)에 이르는 광고 비용을 지출했는데, 이중 절반을 넘는 3200만 달러(약 455억원) 이상이 미·이스라엘 공공정책위원회 계열 슈퍼팩에서 나왔다. 스티븐스 후보의 광고비 지출은 엘사예드 후보의 9배에 달해 선거자금 모금 면에서는 압도적 우위였다.
지지 기반도 두드러진 차이를 보였다. 엘사예드는 청년층, 고학력 진보 성향, 상대적으로 부유한 지역에서 우세했고, 스티븐스는 흑인 유권자와 농촌 지역, 대도시 디트로이트 교외 지역에서 강세를 보였다.
트럼프 “그는 공산주의자…공화당에 희소식”
중간선거가 가까워질수록 민주당을 급진 좌파 공산주의 정당이라고 바짝 날을 세워 온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소셜미디어를 통해 “공화당에는 좋은 소식”이라고 했다. 엘사예드 후보를 두고는 “유대인과 이스라엘을 혐오하는 공산주의자”라고 규정하며 “이제 민주당의 미친 정책들은 더욱 심해질 뿐”이라고 힐난했다. 로저스 공화당 연방 상원의원 후보도 성명을 내고 “이제 11월의 선택은 상식이냐, 완전한 광기냐의 문제”라며 각을 세웠다.
또 미 위스콘신주 주지사에 도전한 민주당 소속 한국계 후보 프란체스카 홍(한국명 홍윤정·37)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높였다. 트럼프는 그의 이름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공산주의자들이 내세운 여자는 추수감사절이 폐지돼야 한다고 한다. 경찰이 백인우월주의를 유지하기 위해 존재한다고 말한다. 위험하고 제정신이 아니며 미친 사람들”이라 비난했다. 홍 후보는 과거 추수감사절을 두고 미국 원주민의 고통을 감추고 식민주의를 기념하는 날이라고 비판한 적이 있는데, 이를 언급한 것이다. 홍 후보는 오는 11일 민주당의 위스콘신주 주지사 후보를 결정할 예비경선을 앞두고 선두를 달리며 주목받고 있는 인물이다.

엘사예드 후보의 승리는 조란 맘다니 뉴욕시장 당선 이후 민주당 내에서 계속되고 있는 ‘민주사회주의자 돌풍’의 연장선상에 있다. 지난 6월 맘다니 시장과 민주사회주의자 진영이 지지한 후보 3명이 민주당 예비선거에서 모두 승리했다. 이 중 2명은 현직 의원을 꺾으며 파란을 일으켰다. 최근 펜실베이니아·콜로라도에서도 민주사회주의자 진영 후보들이 잇따라 선전했다.
맘다니 뉴욕시장 당선 이후 ‘진보 돌풍’ 확산
민주사회주의자 성향 후보들은 부유층 증세, 주거비 부담 완화, 의료보험 확대 등 ‘경제적 불평등 해소’를 슬로건으로 내걸며 청년층과 진보 성향 유권자들의 표심을 파고들고 있다. 하지만 급진적 진보 진영이 당 전체의 강한 ‘좌클릭’을 이끌 경우 중도층 이탈을 부를 수 있다고 민주당 주류 세력은 우려한다.
실제로 본선 경쟁력은 엘사예드 후보가 스티븐스 후보에 뒤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달 22~24일 실시된 여론조사 업체 글렌개리프그룹의 조사에서 스티븐스 후보는 공화당의 로저스 후보를 오차범위 내인 0.8%포인트 차로 근소하게나마 앞섰지만, 엘사예드는 로저스에게 10.3%포인트 차로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미시간주를 찾아 한 연설에서 ‘공산주의’라는 표현을 열세 번 쓰면서 이념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이란 전쟁과 고물가 속에 지지율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지만 민주당의 급진 노선을 핵심 쟁점화해 중도·무당층의 불안 심리를 자극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워싱턴=김형구 특파원 kim.hyoung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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