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에 밥그릇 뺏긴다? 이 나라선 틀린 말…“고용 되레 탄탄해져”

이승호 2026. 8. 6.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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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인도 구자라트주 수라트의 공장에서 한 노동자가 작업 중 물을 마시고 있다. AP=연합뉴스

인공지능(AI)이 개발도상국엔 위기가 아닌 기회란 분석이 나왔다. AI로 대체될 가능성이 큰 일자리 비중이 선진국보다 작은 데다, 막대한 자본이 들어가는 최첨단 AI 못지않은 저비용의 ‘소형 AI’ 모델이 보급된다면 생산성이 높아져 일자리가 기존보다 탄탄해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세계은행(WB)은 4일(현지시간) 공개한 ‘세계 개발 보고서 2026 : 인공지능의 약속(World Development Report 2026: The Promise of Artificial Intelligence)’에서 “AI가 개도국 노동자들을 일터에서 내쫓기보다 도움을 줄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인데르밋 길 WB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그 이유를 “개도국이 선진국보다 AI로 얻을 것은 많고 두려워할 건 적어서”라고 봤다.

지난 2023년 7월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세계 인공지능 콘퍼런스에 AI 로고가 걸려있다. 로이터=연합뉴스

WB는 개도국에서 AI 자동화로 사라질 위험에 처한 일자리 비율이 4.5%라고 분석했다. 선진국(14.2%)보다 피해가 작다고 봤다. 지식노동과 사무직 비중이 높은 선진국일수록 AI가 기존 업무를 대체할 가능성이 커서다. 반면 AI로 생산성 향상이 기대되는 일자리 비율은 개도국(16.2%)도 선진국(18.7%) 못지않았다.

WB의 예측은 AI로 선진국과 개도국 간 경제 격차가 더 벌어질 거란 많은 전문가 경고와 달랐다. 개도국 중산층 지식 노동자의 일자리가 AI에 의해 많이 대체되고, AI 기반이 되는 데이터센터, 반도체 경쟁 등에서도 개도국이 자금 부족으로 인해 선진국을 당해내지 못할 거란 전망이 많다고 FT는 전했다.

길 이코노미스트도 “보고서를 준비하기 시작했을 때만 해도 일자리 감소 측면에서 (개도국에) 훨씬 덜 낙관적이었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개도국의 AI 생산성 개선 효과가 선진국 못지않을 거란 분석 속에 생각이 바뀌었다.

지난 4월 소말리아 남부 키스마요에 있는 한 병원의 모습. 무기 소지를 금지하는 경고 문구가 그려져 있다. AFP=연합뉴스

WB의 판단은 AI가 선진국보다 취약한 개도국의 인프라를 대체하고 있다는 평가 때문이다. WB는 “AI는 숙련된 전문가, 신뢰할 수 있는 기록, 공공부문 역량이 부족한 국가에서 특히 유용하다”고 평가했다. 인도부터 케냐에 이르는 개도국에서보다 정확한 의학 영상 정보를 제공하고, 법원의 재판 처리 속도가 높아지며, 일기 예보가 정확해진 것엔 AI의 도움이 있다는 것이다. 길 이코노미스트는 “AI는 과거라면 숙련 인력 확보를 위해 수십 년, 길게는 한 세기가 걸려야 달성할 수 있었던 업무를 손쉽게 처리할 수 있게 했다”고 평가했다.

WB는 반도체·전력·데이터센터 등 AI에 필요한 자원이 선진국보다 개도국이 부족한 상황도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다고 봤다. 천문학적 개발비용이 드는 최첨단 AI 대신 ‘증류’ 등의 방식으로 첨단 AI의 결과물을 학습한 소형 AI를 현지 실정에 맞게 쓰면 된다. WB는 연산 능력과 전력 공급, 인터넷망이 부족한 상황에서도 개도국이 생산성을 낸다면, 오는 2030년까지 AI에 힘입어 경제 성장률을 4.1%에서 4.9%로 끌어올릴 것으로 예상했다.


개도국, AI 혁신 놓치면 제2의 산업혁명 낙오


미국 AI 기업 오픈AI와 앤트로픽의 로고. 로이터=연합뉴스
다만 이는 AI 시대에 잘 적응했을 때를 전제로 한다. 최첨단 AI 기술은 소수의 선진국 기업과 정부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 현실이다. 이 혜택을 가장 많이 가져가는 것도 선진국이다. WB는 선진국이 AI의 도움으로 2030년까지 경제 성장률을 1.2%에서 3.6%로 높일 거로 전망했다.

개도국이 AI 시대에 들어서기 위해선 전력과 인터넷망 등 기초 인프라를 확충하는 게 급선무다. 길 이코노미스트는“개발도상국은 산업혁명을 놓친 대가를 2세기 동안 치렀다”며 “이번 (AI) 혁명을 놓친다면 그 결과도 막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선진국, 미·중과 경쟁하다 ‘개발 함정’ 빠질수도


중국 AI 기업 문샷AI가 지난달 공개한 AI 모델인 키미3의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선진국도 안심할 수 없다. WB는 ‘AI 주권’ 확보를 위해 선진국들이 데이터센터 확충과 반도체 생산에 대규모로 투자하고 있지만, 걸맞은 실적이 나오지 못할 경우 ‘개발의 함정’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AI 경쟁에서 앞선 미국·중국과 그 외 선진국과의 격차가 크기 때문이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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