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첫 여성 유엔총장 탄생?…유엔재단 회장 “변수는 물밑외교”
" 좋은 출발이지만 아직 판세를 말하기에는 너무 이릅니다. "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차기 유엔(UN) 사무총장 선출을 위한 첫 비공개 예비투표(스트로 폴)에서 여성 후보들이 나란히 1·2위를 차지하며 첫 여성 사무총장이 탄생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유엔 창설 이후 80년 가까이 여성 사무총장이 없었던 만큼, 두 여성 후보가 선두를 달린 것은 역사적인 장면이라는 평가까지 나온다. 그러나 “첫 투표 결과만으로는 예견하기 힘들다”는 신중론도 적지 않다.

엘리자베스 커즌스(63) 유엔재단(UN Foundation)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5일 화상으로 만나 “첫 스트로 폴에서 여성 후보들이 1·2위를 차지한 것은 첫 여성 유엔 사무총장 탄생 가능성을 높인 신호”라면서도 “최종 결과는 국제 정세와 각국의 이해관계,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상임이사국(P5)의 판단 등에 달렸다”고 말했다.
2020년 유엔재단의 세 번째 회장에 오른 커즌스는 미국 유엔대표부 정책 고문과 유엔 경제사회이사회(ECOSOC) 미국대사를 지냈고,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협상과 유엔 개혁 논의에도 참여한 외교 전문가다. 각국 외교관과 전직 유엔 고위 인사들이 자주 의견을 구하는 인물로도 꼽힌다. 유엔재단은 유엔과 정부·기업·시민사회를 연결하며 국제 현안에 대한 정책 연구와 협력을 지원하는 미국의 비영리재단이다. 유엔 산하기관은 아니지만, 공식 협력관계를 맺고 있다.

그는 아직 판세를 신중하게 본다며 “‘의견 없음(No opinion)’ 표가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첫 예비 투표에서 1위를 차지한 레베카 그린스판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 사무총장은 찬성 10표를 얻었지만, 안보리 15개 이사국 가운데 4개국(약 27%)은 ‘의견 없음’을 택했다. 2위 캐럴린 로드리게스-버케트 가이아나 유엔대사 역시 찬성 9표, 반대 2표, 의견 없음 4표를 기록했다. 아직 4분의 1이 넘는 국가가 최종 입장을 정하지 않은 셈이다.
더 큰 변수는 앞으로 이어질 비공개 외교다. 스트로 폴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고 여러 차례 이어진다. 후보들은 각국 외교부와 유엔대표부를 찾아 설득을 이어간다. 커즌스는 “후보들의 이런 비공개 외교가 결과를 뒤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코피 아난 전 사무총장이다. 그는 1996년 스트로 폴에서 프랑스의 거부권 신호를 받았지만, 이후 여러 차례 물밑 협상 끝에 프랑스의 반대 철회를 이끌어내며 제7대 사무총장(1997~2006)으로 선출됐다. “처음에 반대표가 나왔다고 그대로 끝난다고 볼 수는 없다”는 말이 나온 이유다.

커즌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원하는 차기 사무총장상에 대해서도 견해를 밝혔다. 그는 “미국은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이자 독립성과 리더십을 갖춘 인물을 원할 것”이라며 “역동적 리더십과 새로운 시각을 갖추고 미국과 신뢰 관계를 구축할 수 있는 인물일 것”이라 짚었다. 트럼프 행정부는 그간 유엔 인권이사회를 탈퇴하고,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기구(UNRWA) 지원을 중단하는 등 여러모로 압박하며 유엔 개혁을 요구해 왔다.

인터뷰 말미 그는 차기 사무총장의 최우선 과제로 “복잡한 국제정세 가운데 흔들리는 국제협력과 평화라는 유엔의 기본 원칙을 다시 세우는 것”을 꼽았다.
유엔 사무총장 선출은 안보리 15개 이사국이 비공개 예비투표를 여러 차례 실시해 후보를 압축한 뒤, 미국·중국·러시아·영국·프랑스 등 P5의 거부권 여부를 확인하는 절차를 거친다. P5 가운데 한 나라라도 거부하면 선출될 수 없다. 통상 최종 결론은 9월 말에서 10월 초 사이 나온다.
한지혜 기자 han.jeeh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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