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우군’ 1년 만에 등 돌렸다…2030 그녀들의 변심, 왜

지난해 대통령 선거에서 이재명 대통령을 뽑은 권수연(31)씨는 5일 “이제는 기대를 접었다”고 했다. 그가 돌아선 이유는 부동산이었다. “내년 결혼을 위해 몇 개월째 전셋집을 구하는데 적정한 가격의 매물이 씨가 말랐다.” 권씨는 “아무리 민주당 정부라지만 자가도 아니고 전셋집마저 이렇게 구하기가 어려울 줄은 몰랐다”며 “여기다 코스피까지 떨어지니 국내 주식 투자를 부추겼던 정부 탓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고 토로했다.
이 대통령에 투표했던 신현지(28)씨도 “이재명 정부와 민주당이 국민의힘과 다를 바가 없는 것 같다”고 했다. 신씨는 “정부와 당이 1년간 어떤 여성 의제를 제시하고 추진했느냐”라며 “몇 년째 지지부진한 미프진(임신중절 약물) 도입 같은 여성의 재생산권은 외면하는 동안 보완수사권은 폐지해서 여성 안전을 더 위협하지 않았느냐”고 했다. 신씨는 “이젠 더 진보 색깔이 선명한 정당에 투표할 생각”이라고 했다.

이재명 대통령과 민주당에 기대를 걸었던 20∙30 여성이 돌아서고 있다. 한국갤럽의 월별 여론조사 통계표에 따르면 지난해 7월 20대 여성의 이 대통령 지지율은 61%, 30대 여성은 69%였다. 하지만 1년 뒤인 지난달 이들의 이 대통령 지지율은 45%(20대)와 47%(30대)로 각각 16%포인트와 22%포인트 급락했다. 같은 기간 이 대통령의 전체 지지율 하락폭 11%포인트(64%→53%)에 비해 확연히 가파른 추세다.
20대 여성은 2월 이후 지지율 반등 구간이 있었지만 6월 48%로 떨어진 이후 하락세가 이어졌고, 30대 여성 역시 60%대를 횡보하다 6월(55%)에 이어 지난달 급락했다. 20∙30 여성의 ‘의견 유보’ 비율이 같은 기간 오차범위 내(±3.1%포인트)에서 횡보한 점을 고려하면 두 세대의 이탈이 이 대통령 지지율 하락을 가속하고 있는 셈이다.
민주당 역시 다르지 않다. 1년 내내 40% 이상을 유지해왔던 민주당 지지율은 지난달에도 42%를 기록해 지난해 7월 대비 3%포인트만 하락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20대 여성 지지율은 8%포인트(37%→29%), 30대 여성은 9%포인트(48%→39%) 떨어졌다.

여권은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20∙30 여성이 지난해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집회에 적극 참여한 데다, 지난 대선에서 이 대통령도 적극 지지한 ‘우군’으로 인식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대선 지상파 3사 출구조사에서 20대 여성은 58.1%가, 30대 여성은 57.3%(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각각 25.3%와 31.2%)가 이 대통령에게 투표했다.
하지만 지난 6∙3 서울시장 선거 지상파 3사 출구조사 땐, 30대 여성의 53.6%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에 투표한 것(정원오 민주당 후보 42.8%)으로 조사됐다. 20대 여성들은 정원오 후보에 더 많은 표를 준 것(48.5%, 오세훈 후보 41.4%)으로 조사됐지만 그 격차가 7.1%포인트차에 불과했다. 민주당의 한 여성 의원은 “선거를 졌는데도 부동산이나 여성 인권 문제에서 반전을 만들어내지 못하니 ‘잡아놓은 물고기’처럼 느꼈을 것 같다”고 했다. 김봉신 메타보이스 대표는 "20∙30 여성은 중장년 세대와 달리 여권과 일체감은 없는데 효능감까지 떨어지니 급속도로 이탈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모멘텀을 못 찾고 있다”(지도부 인사)는 한탄이 나올 만큼 지지층에서 이탈한 20·30 여성을 되돌아오게 할 방안이 마땅치 않다. 특히 “여성을 타깃으로 하는 정책을 추진했다가는 ‘젠더 갈라치기’에 빠진다”(초선 의원)는 우려가 발목을 잡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2022년 대선에서 여성 커뮤니티 사이트에 지지를 호소해 청년 남성의 반감을 샀던 전례를 반복하지 말자는 논리다.
민주당은 지난해 대선에서도 일부러 성별 공약을 내지 않고 ‘청년 세대’로 통칭하는 선거 캠페인을 했다. 이 대통령은 6월 8일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도 ‘20·30 여성의 여당 지지세 약화’에 대한 질문을 받자 “단정하기 어렵다”며 “한 명 한 명을 무서워해야 한다”고만 답했다. 민주당 지도부의 한 의원은 이를 거론하며 “부동산이나 코스피 같은 문제를 해결하면 자연스레 지지율이 올라갈 것”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민주당의 다른 여성 의원은 “남성은 남성대로, 여성은 여성대로 맞춤 정책을 내는 등 민감도를 높여야 한다”고 했다.
박준규 기자 park.junkyu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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