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에 미사일 제공, 실전경험 쌓는 北…착탄오차 1m로 줄었다

이근평 2026. 8. 5.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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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북한과 러시아의 군사협력이 미사일과 병력 지원을 넘어 북한군의 직접적인 미사일 작전 참여로 확대될 가능성이 커졌다. 북한이 탄도미사일, 발사대 그리고 운용인력을 묶은 미사일부대를 러시아 서부에 배치하기 시작했다는 우크라이나 당국의 주장이 나오면서다. 북한군이 보병전에 이어 미사일 운용 경험까지 쌓게 될 경우 남북한의 실전 경험 격차는 더욱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023년 8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군수 공장을 시찰할 당시 공개된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로 추정되는 무기 사진(왼쪽)과 2024년 1월 2일 우크라이나 북동부 하르키우에 러시아가 발사한 미사일 잔재의 모습(오른쪽). X(옛 트위터) 계정 @IntelCatalyst 캡처

북한판 이스칸데르 운용병, 러 112여단 배속


5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국방부 정보총국 관계자 안드리 체르니악은 북한 미사일부대 약 90명이 러시아 서부 보로네시 지역에 배치되기 시작했다고 이날 밝혔다. 체르니악은 “이들이 러시아군 제112미사일여단에 배속돼 북한산 탄도미사일 120발, 발사대 6기를 운용할 수 있을 것으로 러시아는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북한이 이미 해당 물량 중 KN-23·KN-24 계열 미사일 40발과 일부 인력을 러시아로 보냈다고 보고 있다. 부대 편제와 미사일 수량은 다음 달 열릴 북·러 고위급 회담에서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군이 러시아의 미사일 작전에서 정확히 어떤 역할을 맡을지도 아직 불분명하다고 한다.


북한, 2019년부터 다듬어온 단거리 탄도탄으로 러시아 협력


KN-23과 KN-24는 북한이 각각 화성-11가와 화성-11나로 부르는 고체연료 단거리 탄도미사일이다. KN-23은 러시아의 이스칸데르, KN-24는 미국의 에이태큼스(ATACMS)와 유사하다는 평가를 받는데 북한은 2019년 이들 미사일을 처음 시험발사한 후 사거리와 명중률을 지속적으로 개선해왔다. 2023년엔 이들 미사일에 장착할 수 있는 전술핵탄두 화산-31도 공개했다.

우크라이나 정보총국은 2024년 이스칸데르-M을 운용하는 제112미사일여단이 하르키우와 수미 지역에 이스칸데르를 발사해왔다며 지휘관 30명의 신원을 발표한 적이 있다. 당시 우크라이나가 밝힌 해당 여단의 편제는 3개 미사일대대, 9개 포대, 발사대 12기였다.

북한 발사대 6기는 해당 여단의 기존 발사 전력을 절반가량 늘리는 규모다. 여기에 북한판 이스칸데르로 불리는 KN-23의 운용 경험을 갖춘 북한군이 가세할 경우 제112미사일여단과 표적 선정·발사·기동 절차를 비교적 빠르게 맞출 것으로 보인다.


1년 만에 재개된 북 탄도미사일 공격…우크라 최대 취약점 노렸다


이번 우크라이나 당국의 주장은 시기적으로 주목된다. 러시아는 지난달 30일 우크라이나 중부 한 마을을 향해 KN-23 또는 KN-24로 추정되는 미사일 2발을 발사했다. 2025년 8월 이후 약 1년 만에 이뤄진 북한산 탄도미사일 공격으로 민가가 파괴돼 최소 5명이 숨졌다. 체르니악은 “북한이 최근 보낸 40발 가운데 일부가 당시 발사됐다”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북한이 2023년 말부터 지난해 8월까지 러시아에 약 150발의 KN-23·KN-24를 제공했다고 추산한다. 앞선 누적 공급량의 80%인 120발이 추가로 배치될 경우 러시아로선 장기간 탄도미사일 공격을 이어갈 수 있는 물량을 갖추게 된다.

2025년 5월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 있는 한 아파트 단지의 모습. 한 달여 전 러시아가 발사한 북한제 KN-23 미사일에 맞아 완전히 파괴된 뒤 흔적만 남아있다. 박현준 기자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 KN 계열과 이스칸데르를 막을 수 있는 미국산 패트리엇 요격탄이 부족하다는 점을 노려 이번 기회에 북한산 미사일을 대량 확보하려 했을 수 있다. 지난 1일 러시아가 탄도미사일 27발을 포함한 미사일 35발을 발사했지만 우크라이나가 요격한 탄도미사일은 1발뿐이었다. 이란 전쟁 이후 우크라이나에 배정됐던 요격탄이 미군과 걸프 지역 동맹국으로 옮겨가면서 무기 부족이 심화됐기 때문이다. 롭 리 미 외교정책연구소(FPRI)의 선임연구원은 “우크라이나의 가장 큰 취약점으로 탄도미사일 방어가 꼽힌다”며 “탄도미사일 물량 공세 수위가 높아질수록 우크라이나는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로이터에 말했다.


패트리엇 요격 양상까지 학습…한반도 위협으로 돌아오는 경험치


북한 미사일부대가 실제 작전에 참여하면 파장은 한반도까지 미친다. 북한군 입장에선 미사일 성능을 개선하는 데 필요한 실전 자료뿐 아니라 서방 미사일 방어체계에 대응하는 운용 방식까지 습득이 가능하다. 패트리엇 등의 요격 양상을 분석한 뒤 발사 시점, 방향, 동시 발사 규모 등을 세밀하게 조정할 수 있는 경험치가 쌓이는 것이다.

실전 투입 이후 북한 미사일의 성능이 향상됐다는 평가도 있다. 교도통신은 지난 6월 우크라이나 정보당국 관계자를 인용해 “2024년 최소 1㎞에 달했던 북한산 미사일의 착탄 오차범위가 올해 4월 1~5m로 줄었다”고 진단했다.

러시아군이 지금까지 우크라이나 6개 지역에 북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인 '화성 11형' 50발 정도를 발사했다고 우크라이나 언론이 2024년 3월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언론매체 '뉴 보이스 오브 우크라이나'(NV)와 인테르팍스-우크라이나에 따르면 올렉산드르 필차코프 하르키우주 검사장은 이날 러시아가 개전 이후 대략 50차례에 걸쳐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로 불리는 화성 11형 미사일을 우크라이나 공격에 사용했다고 밝혔다. 사진 우크라이나 보안국(SBU)


이와 관련,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난달 “북한이 러시아의 도움을 받아 전쟁 수행법을 배우고 무기를 개선하며 실제 전투에서 이를 사용하는 경험을 쌓고 있다”며 “북한 미사일 사정권에 놓인 모든 아시아 국가에 대한 위협”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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