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설까지는 가격 계속 오를 것" 한 판에 1만원 '금란'의 공습[계란 난맥상]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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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국민의 1인당 연간 소비량 300여개.
도소매업체 한 관계자는 "지난해 수준으로 달걀 가격이 내려가려면 적어도 5개월 이상은 걸릴 것"이라며 "내년 설까지는 달걀값이 계속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정부가 2021년에도 산란계 감염병에 따른 공급 부족 사태가 발생하자 그해 상반기 미국과 태국 등에서 달걀 2억개를 수입했는데 가격 인하 효과는 제한적이었다는 점에서 생산자 단체를 중심으로 불만이 커지고 있다. 사료비와 인건비 등 생산비가 오르는데 정부가 이를 고려하지 않고 '달걀 1판(30구)은 7000원'이라는 묵시적 가이드라인을 설정하고 임시방편으로 소비자 가격을 낮추기 위한 정책만 펴고 있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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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란계 대량 살처분…공급량 감소
수입란으로 부족분 대응…가격 인하 효과는 미미
생산비 증가에도 소비자價 억누르기 초점
"감염병 예방 선행 관리·생산비 안정화 필요"
편집자주
우리나라 국민의 1인당 연간 소비량 300여개. 비교적 저렴한 단백질 공급원인 달걀은 서민 밥상의 필수 품목이다. '1일 1란(卵)'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지만 대형마트와 슈퍼 등 주요 판매처에서 30구 한 판 가격은 1만원을 훌쩍 웃돈다. 지난 겨울 산란계(달걀을 생산하는 닭) 농가를 휩쓴 조류인플루엔자(AI) 등 감염병 여파로 알을 낳을 닭이 부족해진 것이 가격 상승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그러나 정부가 부족한 공급량을 채우기 위해 수입란을 들여오고 각종 할인 정책을 유도해도 수급 불안정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 시장에서는 낙후한 유통 구조와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규제를 지목한다. 체계적인 가격 결정 시스템이 부재한 가운데 사육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는 탁상공론이 맞물려 물량 부족 사태를 초래했다는 것이다. 아시아경제는 달걀 유통구조를 둘러싼 난맥상을 짚어 보고 해외사례와 전문가 제언 등을 통해 '금란의 시대'를 해소하기 위한 대안을 모색했다.
#지난달 경기 파주시의 한 달걀 도소매상. 이곳은 산란계 농가로부터 달걀을 수집해 대형마트나 슈퍼, 음식점뿐 아니라 소규모 유통상 등 소매처에 납품하는 매장이다. 매대는 최근 달걀 품귀 현상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진열대는 듬성듬성 비어 있었고, 자유 방사한 산란계가 낳은 달걀을 뜻하는 난각번호 '1번' 달걀은 재고가 5~10판 안팎에 불과했다. 이마저도 예약한 고객들만 구매할 수 있어 달걀을 사러 왔다가 발길을 돌리는 소매상인들이 눈에 띄었다.
#같은 날 경기 연천군의 또 다른 달걀 도소매 업체에서는 물량이 부족해 기존 1~2곳이었던 거래처를 확대해 겨우 납품 수량을 맞추고 있었다. 다만 오래된 기존 거래처 대신 신규 농가 물량이 뒤섞여 상한 달걀이 포함됐거나 파손율이 높아졌다고 하소연했다.
현장에서 만난 산란계 농장주와 달걀 유통업자들은 지난 겨울 고병원성조류인플루엔자(HPAI)로 상당수 닭을 살처분하면서 달걀 생산량이 부족해 가격이 오르는 상황이라고 입을 모았다. HPAI로 인한 살처분 이후 새로 병아리를 들여왔으나 본격적인 산란이 이뤄지기까지 최소 6개월은 걸리기 때문에 공백에 따른 가격 상승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도소매업체 한 관계자는 "지난해 수준으로 달걀 가격이 내려가려면 적어도 5개월 이상은 걸릴 것"이라며 "내년 설까지는 달걀값이 계속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천정부지로 치솟은 달걀 가격이 떨어지지 않고 있다. 매년 겨울 유행하는 HPAI가 올해는 산란계 시장에 더 큰 타격을 입히면서 공급 부족이 서민 밥상의 필수 식재료 가격을 끌어올린 것이다.
5일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특란 30구 기준 달걀 1판의 평균 소비자 가격은 지난 2월 6561원에서 지난달 7432원으로 13.3% 올랐다.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SSM) 등 주요 판매 채널에서는 1판에 1만원대를 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이마저도 수요가 몰리면서 1인당 2판으로 구매량을 제한하기도 했다. 산지 가격도 불안정해 달걀 1판의 평균 산지 가격은 올해 1월 5208원에서 2월 5243원, 3월 5317원, 4월 5580원, 5월 5935원, 6월 6336원, 7월 6771원으로 6개월 연속 상승했다.

달걀값 상승의 가장 큰 원인으로는 감염병이 지목된다. 2025~2026년 기준 HPAI 여파로 살처분된 산란계 수는 1140만마리다. 이 기간 산란계 총 사육 마릿수(8269만마리)의 13.8%에 달한다. 2014~2015년 이후 최근 10여년 중 2016~2017년(2518만마리·35.4%)과 2020~2021년(1696만마리·23.4%)에 이어 세 번째로 큰 규모다.
알을 낳을 닭이 줄면서 달걀 공급량도 감소세로 돌아섰다. 국가데이터처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국의 1일 평균 식용 달걀 생산량은 4862만개로 지난해 같은 기간 5049만개보다 3.7% 감소했다. 2분기에는 일평균 생산량이 4828만개로 감소 폭이 전년 동기 대비 0.8%로 줄었으나 달걀 소비량이 매년 증가하는 점을 고려하면 공급 부족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 국민의 1인당 달걀 소비량은 평균 308개로 2015년 264개에서 10년 만에 16.7% 상승했다.

여기에 HPAI뿐 아니라 전염성 호흡기병과 조류메타뉴모바이러스 등 산란계에 치명적인 전염병이 지난해 말부터 올해까지 확산하면서 폐사와 산란율 저하를 부추겼다. 2017년 살충제 달걀 파동 여파로 산란계에 발생하는 질병 예방이나 퇴치 목적의 농약이나 항생제 사용을 제한하고 있는데, 2024년부터 축산물 농약허용물질목록관리(PLS) 제도가 시행되면서 이들 약품을 사용한 경우 이후 15일간 생산된 달걀은 폐기하도록 강제하는 규정이 추가됐다. 업계 관계자는 "질병이 발생해도 농가에서 대부분 농약과 항생제를 사용하지 않아 폐사가 증가하고, 회복한 닭도 2주 동안 낳은 달걀을 폐기한 뒤 검사를 거쳐 부적합 물질이 나오면 다시 3주 동안 달걀을 폐기해야 하기 때문에 달걀 생산량이 예년보다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생산비 오르는데 동남아 수준 계란값 요구"…수입란 확대에도 요지부동

정부는 달걀 수급 불안을 해소하고 가격 안정화를 유도하기 위해 신선란 2억3000여만개 수입을 추진 중이다. 올해 1월부터 지난달 초까지 미국·태국·브라질산 신선란 3139만개 수입에 215억원을 투입했고, 이달까지 신선란 2억개 수입에 997억원을 지출한다.
이 같은 임시방편에도 달걀값은 잡히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보이지 않은 손에 의한 가격 왜곡' 의심으로 번졌다. 앞서 농림축산식품부 고위 관계자는 지난달 24일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이번 주 1700만개, 다음 주와 다다음 주 2000만개를 투입하면 (달걀) 가격이 내려갈 줄 알았는데 안 떨어지고 있다"며 "가격 변동이 없는 것은 아직도 우리가 모르는 보이지 않는 손이 미치고 있는 것이 아닌지, 현장에서는 그런 이야기가 많이 들리지만 확인할 방법이 없어서 국세청에 이야기할지 경찰에 수사를 의뢰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정부가 2021년에도 산란계 감염병에 따른 공급 부족 사태가 발생하자 그해 상반기 미국과 태국 등에서 달걀 2억개를 수입했는데 가격 인하 효과는 제한적이었다는 점에서 생산자 단체를 중심으로 불만이 커지고 있다. 사료비와 인건비 등 생산비가 오르는데 정부가 이를 고려하지 않고 '달걀 1판(30구)은 7000원'이라는 묵시적 가이드라인을 설정하고 임시방편으로 소비자 가격을 낮추기 위한 정책만 펴고 있다는 주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산란계 사료는 대부분 수입하고 생산원가도 비싸다"며 "선별 포장까지 의무화하기 때문에 이를 포함한 원가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인데, 달걀 가격은 태국이나 필리핀, 네팔 수준으로 요구하고 있다"고 했다.
실제 2020년 ㎏당 408원이던 산란계용 배합사료 가격은 이듬해부터 457원, 588원, 605원으로 매년 오르다가 2024년 548원으로 한 차례 꺾였으나 지난해 577원으로 다시 올랐다. 허철무 호서대 벤처대학원 교수는 "환율과 사료 가격·인건비 상승 등 생산비가 증가하면서 달걀 가격 상승 요인이 발생했는데, 정부 대책은 대형마트 할인이나 납품단가 인하 지원, 수입 신선란 도입 등 공급 확대보다 가격 완화 정책에 맞춰져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시장 가격 안정화를 위해서는 곡물 비축 확대와 수입 관세 탄력 운용 등 생산비 안정화가 가장 중요한 요인"이라며 "기본적으로 방역 강화를 통해 변동성을 제거하는 선행 관리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
허경준 기자 kjun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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