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래 야호” “민석초코”…살벌한 난타전 뒤, 앙증맞은 구애

8·17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선두 경쟁 중인 김민석·정청래 후보가 서로를 거칠게 공격하다가도, 돌아서서는 당심(黨心)을 겨냥한 호감 경쟁에 골몰하고 있다. 선호투표제가 도입된 이번 전대에서 유권자들의 ‘2순위 표’를 겨냥한 풍경이란 해석이 나온다.
정청래 후보가 4일 오전 찾은 광주통합시 말바우시장은 검지와 중지를 이용해 만든 ‘V’자를 뒤집은 일명 ‘갸루 피스’를 들어 보이는 지지자들로 넘쳤다. 진한 화장과 화려한 헤어스타일을 해 일명 ‘갸루’로 불리는 일본 청년들이 즐겨 하는 이 포즈는 최근 정 후보가 자신의 기호인 ‘2번’을 강조하기 위해 “청래 야호”와 함께 밀고 있다. 이날도 정 후보는 지지자 사이에 섞여 들어가 같은 포즈를 하며 “이렇게 2번이여”라고 말했다. 정 후보 측은 “정 후보의 소탈한 면모가 잘 드러나는 것 같다”며 “상대적으로 취약한 청년층 반응도 좋다”고 했다.
경쟁주자인 김 후보는 최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올리는 영상마다 #초코#김초코 같은 태그를 붙이고 있다. ‘초코’는 이재명 대통령이 민주당 대표이던 시절 당시 수석최고위원이던 김 후보를 언급하는 SNS 글에서 ‘김민석 최고님’을 ‘김민석 초코님’으로 잘못 쓰며 붙은 별명이다. 김 후보 캠프 관계자는 “최근 네거티브전이 거세지며 비호감이 좀 쌓였는데, 후보의 인간적인 면모로 호감을 쌓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는 두 후보가 연일 서로를 향해 날 선 네거티브 공방전을 벌일 때에 비하면 낯선 풍경이다. 두 후보는 호남에 집결한 4일에도 난타전을 피하지 않았다. 김 후보가 X(구 트위터)에 “황금시대가 목전인데 (정 후보 당선으로) 대통령과 정부를 흔들 수는 없다”고 하자, 정 후보는 “실재하지 않는 명·청대전 프레임을 씌워 당원들을 갈라치는 것은 대단히 비겁한 행위”라고 받아쳤다. 전날도 “반명(반 이재명) 분열주의자”(김민석), “18년 가출자가 집문서(대표직) 요구”(정청래)라며 공격을 주고받았다. 서로를 향한 날 선 네거티브 전과, 당원을 향한 ‘호감 경쟁’을 병행하고 있는 셈이다.
반전의 배경으로는 이번 전당대회 핵심 변수로 주목받는 ‘선호투표제’를 꼽는 시각이 많다. 송영길 후보까지 3명이 본선에 진출한 이번 전당대회에서는 유권자가 세 후보 모두에 대해 1~3순위를 기표한다. 과반 1위 득표자가 없을 시, 3위 득표자를 탈락시키고 그를 1순위로 찍은 유권자의 2순위 표를 1·2위 후보가 나눠 갖는다. “김·정 후보 모두 송 후보를 1순위로 찍는 유권자가 2순위 표를 줄 만한 ‘호감 후보’가 되는 게 중요하다”(민주당 관계자)는 판단에 따라 호감도 쌓기 경쟁도 동시에 벌어진다는 것이다. 지난 주말 충청·영남권 순회 경선 결과 정·김 후보가 0.99%포인트 박빙 승부를 벌이며 2순위 표의 가치는 더 올랐다.

송 후보도 자신의 이름과 유명 래퍼 ‘기리보이’를 합성한 ‘영기리보이’를 곳곳에서 언급한다. 이 대통령이 “영기리보이 귀엽지 않느냐”고 2022년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했던 송 후보를 가리킨 것을 상기시키는 식이다. 송 후보 캠프 관계자는 “영기리보이는 송 후보와 이 대통령의 신뢰 관계를 떠올리게 하는 매개체”라고 했다. 다만 송 후보도 4일 화순을 찾아 정 후보를 향해 “위정척사파 같은 사고로 어떻게 대한민국 집권 여당을 끌고 갈 수 있겠는가”라고 주장했다.
한편, 전당대회 룰을 둘러싼 친김민석·친정청래계 최고위원 후보 간 신경전도 거칠어졌다. 친민계 서미화·임미애 후보가 이날 “후보들의 연설을 본 뒤 투표할 수 있게 권리당원 투표 마감을 합동연설회를 마친 뒤로 연장하자”고 주장하자, 친청계 최민희 후보는 “억지를 쓰면 당이 뭐가 되냐”고 반발했다.
이찬규 기자 lee.chanky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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