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텔에 입던 옷 버리고 나왔다…현금만 쓰던 조선족女 정체 [영상]

신진호 2026. 8. 4.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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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26일 오후 3시19분쯤 대전시 서구의 한 주택가 우편함에 한 남성이 검정색 봉투를 넣었다. 남성은 휴대전화로 이 모습을 촬영해 누군가에게 보낸 뒤 서둘러 자리를 떴다. 잠시 뒤 모자를 깊게 눌러쓴 여성이 주택가로 접근하더니 우편함에서 검정봉투를 꺼내 가방에 넣고 유유히 사라졌다.

지난 5월 26일 오후 대전시 서구의 한 주택가에서 20대로 추정되는 여성이 우편함에서 놓인 현금을 수거하기 위해 접근하고 있다. [사진 대전경찰청]

검정색 봉투 안에 담긴 건 현금 1000만원. 남성은 금융감독원과 검사를 사칭한 보이스피싱 범죄에 속아 은행에서 현금을 인출한 뒤 조직이 시키는 대로 주택가 우편함에 돈을 넣었다고 한다. 뒤늦게 자신이 속은 사실을 알게 된 남성은 경찰에 “보이스피싱 범죄를 당해 1000만원을 빼앗겼다”고 신고했다.


추적 피하기 위해 현금만 사용…옷도 수시로 바꿔


신고를 접수한 대전서부경찰서는 주택가에 설치된 폐쇄회로TV(CCTV) 영상을 분석, 현금을 수거한 피의자가 20대로 추정되는 여성인 것을 확인했다. 범행 장소를 시작으로 동선을 추적하던 경찰은 피의자를 특정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여성은 경찰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교통카드는 1~2회만 사용한 뒤 변경했다. 모텔에서는 1박만 머문 뒤 다른 곳으로 이동했고 숙박비와 교통비는 모두 현금으로만 결제했다. 모텔에서 나오기 전에는 전날 입었던 입도 모두 폐기했다.

경찰은 피의자를 추적한 끝에 지난 6월 8일 오후 10시50분쯤 전북 익산역에서 A씨(20대 여성·조선족)를 검거했다. 경찰에 따르면 검거 당일 서울에서 보이스피싱 범죄에 속은 피해자로부터 5400달러를 수거한 A씨는 다음 범행을 위해 전북 정읍으로 이동하던 중 익산에서 환승하기 위해 대기 중이었다. 검거 당시 A씨는 피해자로부터 수거한 5400달러를 비롯해 수당으로 받은 379만원을 소지하고 있었다.

보이스피싱 범죄에 속은 피해자들로부터 현금을 수거하기 위해 입국했던 20대 조선족 여성이 다름 범죄를 위해 이동하던 중 전북 익산역에서 경찰에 검거되고 있다. [사진 대전경찰청]

조사 결과 중국 지린성 연변에 살던 A씨는 현지에서 상점을 운영하던 중 빚이 쌓이자 아르바이트를 구했고 이를 알고 접근한 보이스피싱 조직에 포섭돼 지난 3월 초 한국으로 입국했다. 조선족 신분으로 6개월짜리 관광비자로 입국한 A씨는 범행을 마친 뒤 출국했다가 다시 입국하는 방식으로 범행에 가담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범죄조직 포섭돼 6개월짜리 관광비자로 입국


A씨는 범행 1건당, 또는 회수 금액에 따라 보수를 받는 조건으로 입국한 뒤 서울과 대전, 부산 등 전국을 돌며 7차례에 걸쳐 1억5400만원을 수거해 조직에 송금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텔레그램을 통해 지시를 받으면 해당 지역으로 이동, 우편함 속 현금이나 통장을 수거했다고 한다. A씨를 구속 송치한 경찰은 그에게 지시를 내린 윗선(상선)에 대한 수사도 이어가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최근에는 인적이 드문 골목이나 외부인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우편함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며 “보이스피싱 범죄에는 비상구가 없는 만큼 끝까지 추적해 반드시 검거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진호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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