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칩워 3년]②허치슨 부회장 "AI 반도체 최대 병목은 칩 아닌 인력…최대 리스크는 지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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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칩 워(Chip War)' 출간 3년이 지난 현재, 반도체 산업은 세계 경제 질서를 좌우하는 안보 패권의 최전선에 서 있다. 그러나 반도체 공급망·산업 사이클 분석 분야의 권위자인 댄 허치슨 테크인사이츠 부회장은 AI 반도체 인프라의 최대 병목은 기술이나 자원이 아니라 인재가 될 것으로 진단했다. 美 반도체 신규 일자리 58% '인력 공백' 우려허치슨 부회장은 반도체 산업단체 SEMI가 산업계, 정부, 교육기관을 인력 부족 문제에 맞춰 조율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SEMI가 할 수 있는 일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메모리 사이클 바꾼 HBM허치슨 부회장은 AI 반도체 산업의 권력 중심이 로직칩에서 메모리로 완전히 이동했다는 시각에는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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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자·엔지니어 등 58% 인력 공백 우려
지정학적 리스크도 변수로 부상
HBM이 메모리 사이클 바꿔
편집자주
'칩 워(Chip War)' 출간 3년이 지난 현재, 반도체 산업은 세계 경제 질서를 좌우하는 안보 패권의 최전선에 서 있다. 어느 국가가 얼마나 많은 핵심 칩을 개발하고 확보하느냐가 지정학적 승리 여부의 가늠자가 되고 있다. 넥스트 칩 워는 '중국업체와의 더 치열한 경쟁'과 '인재 확보'가 될 전망이다. '칩 워'의 저자인 크리스 밀러 터프츠대 교수는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를 통해 중국의 급부상에 대한 대응을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댄 허치슨 테크인사이츠 부회장은 반도체를 설계·생산·패키징하고, 팹과 데이터센터를 구축할 인재에 대한 갈증이 커지면서 지금보다 더한 경쟁이 펼쳐질 것이라는 관측했다. 미국·중국·대만·한국이 모두 반도체 공급망 자립에 나서는 상황에서 인재 부족은 인공지능(AI) 반도체 패권 경쟁의 새로운 병목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SK하이닉스가 최근 학력 제한을 없애고 수시 채용 확대에 나선 것도 이 같은 변화와 무관하지 않다.
"AI 반도체 인프라의 다음 병목은 칩이 아니라 인력이다."
AI 반도체 경쟁이 심화하면서 시장의 관심은 고대역폭메모리(HBM), 첨단 패키징, 전력 효율 같은 기술 병목에 집중돼 있다. 그러나 반도체 공급망·산업 사이클 분석 분야의 권위자인 댄 허치슨 테크인사이츠 부회장은 AI 반도체 인프라의 최대 병목은 기술이나 자원이 아니라 인재가 될 것으로 진단했다.

허치슨 부회장은 반도체 산업단체 SEMI가 산업계, 정부, 교육기관을 인력 부족 문제에 맞춰 조율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SEMI가 할 수 있는 일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전체 노동력은 연 1% 수준으로 증가하는데 반도체 산업은 이보다 몇 배나 빠른 두 자릿수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AI 경쟁의 최전선에 있는 미국에서는 이런 인재 병목 현상이 더 뚜렷하게 나타난다. 미국 반도체산업협회(SIA)와 옥스퍼드이코노믹스의 2023년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반도체 산업의 고용 규모는 2030년까지 약 34만5000명에서 46만명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이에 따라 2030년까지 약 11만5000개의 신규 일자리가 생기지만, 현재의 학위 취득 추세가 이어질 경우 이 가운데 약 6만7000개(58%)는 채워지지 못할 것으로 분석했다. 부족 인력은 기술자 2만6400명, 엔지니어 2만7300명, 컴퓨터과학 분야 1만3400명 정도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딜로이트는 2022년 보고서를 통해 전 세계 반도체 산업이 2030년까지 100만명 이상의 숙련 인력을 추가로 확보해야 할 것으로 전망했다. 매년 10만명 이상을 새로 충원해야 하는 규모다. 딜로이트는 이후에도 각국의 생산시설 확대와 AI 투자로 인력 부족 문제가 더 심화하고 있다며 기존 전망을 유지했다.

지정학적 리스크도 무시 못 할 변수다. 허치슨 부회장은 "향후 5년간 한국 반도체 기업들이 직면할 가장 큰 위험은 지정학적 위험"이라며 "여기에는 호르무즈 해협이라는 병목, 중국의 대만 통합 압박과 물리적 충돌 가능성, 그리고 북한이 포함된다"고 말했다.
한국 반도체 산업은 원자재와 에너지, 장비, 생산기지, 주요 고객이 여러 국가와 연결되어 있다. 호르무즈 해협의 불안은 에너지와 물류비용을 끌어올릴 수 있고, 대만해협에서 충돌이 발생하면 첨단 반도체 공급망 전반이 흔들릴 수 있다. 북한 리스크 역시 국내 생산기지의 안정성과 대외 투자 심리에 부담을 줄 수 있다. 지정학적 충격 하나가 생산과 물류, 수요를 동시에 압박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한국 기업이 AI 반도체 공급망에서 차지하는 전략적 가치는 크다고 평가했다. 허치슨 부회장은 "한국 반도체 기업들은 로직과 메모리의 상호보완성이라는 이중 구조 때문에 AI 반도체 경쟁에서 핵심 보석과 같은 존재"라며 "AI와 HBM은 향후 5년간 한국 반도체 기업들에 분명히 가장 큰 기회"라고 강조했다.
허치슨 부회장은 AI 반도체 산업의 권력 중심이 로직칩에서 메모리로 완전히 이동했다는 시각에는 선을 그었다. 그는 "로직과 메모리는 서로 완벽한 보완 관계"라며 "이것이 컴퓨팅 구조의 본질"이라고 설명했다.
메모리 산업이 AI와 HBM을 계기로 사이클 산업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여전히 본질적으로 사이클 산업"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HBM은 범용 상품이 아니기 때문에 메모리 산업의 변동성은 과거보다 완화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허치슨 부회장은 "전통적으로 메모리는 서로 다른 브랜드의 쌀처럼 쉽게 대체될 수 있는 순수 범용 상품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AI와 HBM이 등장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며 "HBM에서는 메모리가 특정 AI 칩과 작동하도록 맞춤화된다. 이러한 구조적 사실이 시장의 구조를 바꾸고 있다"고 강조했다.
HBM은 고객사와 공급업체 간 기술적 결합도가 높고, 제품 개발과 공급 계획도 장기간에 걸쳐 이뤄진다. 그만큼 범용 메모리처럼 가격과 재고 변화에 따라 주문이 급격히 출렁일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다. 메모리 산업 특유의 사이클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AI 수요가 이어지는 한 현재의 성장세도 과거보다 오래 지속될 수 있다는 의미다.
뉴욕(미국)=황윤주 특파원 hy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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