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얼마냈어?” 매일 당 돈줄 꿴다…트럼프 ‘영원한 상왕’ 전략
오는 11월 미 중간선거를 앞두고 민주당의 돈은 후보별로 흩어지는데 공화당의 돈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개인에게 쏠리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소로스도 외면했다…민주당 중앙당의 굴욕
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민주당 전국위원회(DNC)가 확보한 선거자금은 1630만 달러(약 239억원)로 공화당 전국위원회(RNC)의 1억2850만 달러(약 1883억원)에 견줘 8분의 1 수준으로 나타났다. 상원 선거를 전담하는 상원 선거위원회의 경우 민주당 4100만 달러(약 601억원), 공화당 5590만 달러(약 819억원)였고 하원 선거를 맡는 하원 선거위원회 역시 민주당 7900만 달러(약 1157억원), 공화당 9270만 달러(약 1358억원)로 공화당이 앞섰다.
당 또는 후보와 조율하지 않은 채 광고 등을 지원하는 독립지출전용 정치위원회(슈퍼팩·Super PAC)를 보면 격차는 더 벌어진다. 트럼프 대통령 지지단체인 ‘마가(MAGA Inc)’가 4억60만 달러(약 5869억원), 공화당 상원리더십펀드가 2억3860만 달러(약 3495억원), 하원리더십펀드가 1억4180만 달러(약 2077억원)를 모았다. 민주당 쪽은 상원다수당팩 1억2650만 달러(약 1853억원), 하원다수당팩 8990만 달러(약 1317억원)에 그쳤다.
민주당에선 전통적 후원자들의 이탈이 결정적이었다. 헤지펀드의 대부 조지 소로스와 아들 알렉스는 2018년 중간선거 때 DNC에 40만 달러(약 5억9000만원) 이상, 2022년엔 100만 달러(약 14억7000만원) 넘게 기부했지만 올해는 기부금이 현재까지 전무하다. 링크드인 공동창업자 리드 호프만 등 다른 거액 기부자들도 민주당 중앙당 기구 기부를 꺼리고 있다. WSJ는 민주당 관계자를 인용해 “기부자들 사이에서 DNC가 '기부하지 말라(Do Not Contribute)'의 약자라는 농담이 돈다”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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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돈줄은 개별 후보로…지도부 불신의 반사효과
주목할 대목은 민주당 개별 후보들이 여전히 성황리에 기부금을 모으고 있다는 점이다. 텍사스주 상원 선거에 나선 민주당 제임스 탈라리코 후보는 5540만 달러(약 812억원)를 모아 390만 달러(약 57억원)를 모은 공화당 켄 팩스턴 후보를 앞섰다. 조지아주에서도 민주당 존 오소프 후보가 3400만 달러(약 498억원)로 공화당 320만 달러(약 47억원)의 마이크 콜린스 후보를 압도했다. 오하이오·노스캐롤라이나·알래스카·미시간·뉴햄프셔 등 다른 경합지에서도 비슷한 기류가 나타난다.
기부자들이 중앙당을 통한 간접 지원 대신 후보 직접 지원으로 방향을 틀었다는 의미다. 이를 두고 WSJ는 2024년 대선에서 카멀라 해리스 후보 캠프의 자금 사용 내역에 대한 불만, 당내 반유대주의에 대한 유대계 큰손들의 불만, 민주사회주의 세력에 대한 거부감 등이 작용했다고 진단했다.

트럼프, 재집권 후 긁어모은 8억 달러
반면 공화당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앞장 서 기부금을 쓸어 담고 있다. WSJ는 “트럼프 대통령이 거의 매일 밤 공화당의 대표적인 정치자금 모금 전문가이자 최측근인 메러디스 오루크에게 전화를 걸어 어느 기업과 후원자가 얼마를 내는지 챙기고 있다”며 “지난해 1월 재집권한 뒤 이런 식으로 모금된 돈이 8억 달러(약 1조1720억원) 이상”이라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이 주도하는 별도 모금망 구축에 공을 들이는 건 정치자금의 통제권이 곧 당내 권력이라는 점을 인식한 결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5년 대선 후보 시절 때만 해도 정치자금 통제권이 닿지 않는 캠프 외곽의 정치활동위원회(Political Action Committee·PAC) 활동을 사기라고 폄하하며 “나는 내 선거비용을 직접 댄다”고 강조한 적이 있다. 집권 1기에 들어서고 나서도 모금액이 RNC로 흘러가는 데 불만을 드러내곤 했다.
그러나 2024년 대선 승리 후 기류가 바뀌었다는 게 WSJ의 분석이다.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선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정치자금이 당내 충성 경쟁을 이끌어내고 퇴임 뒤에도 당내 영향력을 유지하도록 만드는 수단이라고 깨달았을 수 있다. 트럼프 체제 아래 중앙당 우회 현상을 놓고 민주당과 달리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설계한 구조 아니냐는 얘기는 그래서 나온다.
2028년 상왕 노리는 트럼프의 ‘큰 그림’ 가능성
미 매체의 보도도 이 같은 해석에 힘을 싣는다. 악시오스는 2일 “트럼프는 올가을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양원을 모두 잃거나 하나를 빼앗기더라도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고 당내 분위기를 전했다. 마가 충성파가 공화당을 채울 수 있는지가 트럼프 대통령에겐 중간선거 승리보다 더 중요하다는 뜻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2028년 대선의 킹메이커 역할을 노리고 있다는 관측도 비슷한 맥락이다. 공화당 대선주자들이 자신의 지지를 받기 위해 경쟁하는 그림을 그리고 당내 절대 권력자로서의 위상을 유지하겠다는 의도다. 트럼프 대통령의 한 측근은 악시오스에 “공화당원들이 지지를 간청하는 상황을 트럼프 대통령은 영원히 즐기려고 할 것”이라며 “통장 잔액이 곧 권력의 크기를 말해준다”고 말했다.
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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