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거절에 ‘내돈내산’ 기차역 건설…예산 내포역에 닥칠 미래 [르포]

지난달 14일 충남 예산군 삽교읍 삽교리 일원에 건설 중인 서해선 복선전철 내포역(가칭) 건설현장. 2028년 1월 22일 준공을 목표로 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내포역은 연면적 2386㎡ 규모로 역사(2층)와 주차장 등이 들어선다. 건설비는 548억원으로 충남도와 예산군이 각각 70%와 30%를 부담한다. 애초 계획에 없던 역(驛)을 새로 짓다 보니 지방자치단체가 건설비용 전액을 부담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경제성 낮게 나오자 "역(驛) 직접 짓겠다" 추진
충남 홍성과 경기 화성 송산까지 총연장 90.01㎞의 서해선 복선전철은 4조1487억원의 예산을 들여 정부가 건설했다. 국토교통부는 2010년 12월 서해선 복선전철 기본계획을 고시하면서 7개 역을 신설하고 내포역(당시 충남도청역)은 ‘장래 신설역’으로 지정했다. 열차 운행을 시작한 뒤 수요가 늘어나면 추가로 건설하겠다는 취지였다.
기획재정부(현 재정경제부) 의뢰로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진행한 수요 분석에서 경제성이 낮게 나오면서 내포역 신설이 어렵게 되자 2021년 11월 충남도와 예산군은 건설비용을 직접 부담하겠다고 나섰다. 당시 충남도와 예산군은 “정부가 이미 국비(7억원)를 들여 내포역 신설에 필요한 부지(7239㎡)를 매입한 만큼 내포신도시(홍성·예산) 정주 여건 개선과 공공기관 이전을 위해 역 건설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내포역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적자를 떠안는다는 조건(이면계약)은 공개하지 않았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 등에 따르면 서해선 철도 7개 역은 이용객이 적어 모두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충남 당진 합덕역과 아산 인주역은 기차 1편에 승객이 한 명도 탑승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올해 들어 6월까지 인주역을 이용한 승객은 모두 4018명으로 월평균 670명으로 집계됐다. 하루 평균 22.3명에 불과하다. 합덕역은 그나마 인주역보다 사정이 낫다. 올해 들어 6개월간 합덕역 승객은 1만4880명으로 월평균 2480명이 열차를 이용했다. 하루 평균으로 나누면 82.7명이다.
인근 합덕역, 하루 평균 열차 이용객 22명
충남도는 정부가 추진 중인 2차 공공기관 이전과 셀트리온과 같은 대기업 공장 신설이 이뤄지면 내포역이 활성화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올해 말 장항선 복선전철이 준공하고 서해선 안중역에서 평택까지 7.35㎞ 구간을 경부선 KTX와 연결하면 이용객이 늘어날 것이라는 게 충남도의 설명이다. 하지만 내포역 운영에 필요한 예산 가운데 적자 부분이 얼마나 될지, 언제까지 운영비 적자를 코레일에 지원해야 할지는 예측하지 못한다고 했다.
충남도 관계자는 “2031년 서해선-경부고속철도 연결 사업이 마무리되고 내포역이 정차역으로 지정되면 서울까지 이동시간이 40분대로 단축될 것”이라며 “내포신도시 정주 여건과 이를 통한 공공기관 유치, 인구 유입 확대 등을 위해서라도 내포역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전국 기차역 가운데 내포역처럼 지방자치단체가 직접 건설비용을 부담해 건설한 곳은 경부선 서대구역과 장항선 탕정역, 경의선 운천역 등이다. 장항선 탕정역의 경우 2021년 개통하면서 아산시가 한국철도공사와 ‘(적자)보전협약서’를 체결하고 운영 과정에서 영업손실이 발생하면 손실보전금액을 지급하기로 약속했다. 아산시는 개통 이듬해인 2022년부터 매년 탕정역 운영 손실보전금으로 7억8000만원을 코레일에 지급했다. 코레일과 국가철도공단 등은 내포역 운영에 따른 적자보전금액이 연간 10억~2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내포역 운영 따른 적자, 코레일에 보전해줘야
단국대 이희성 공공경영대학원 교수는 “정부 지원이 아닌 지역주민의 세금으로 짓는 역사인 만큼 유령역으로 전락하지 않기 위해서는 공공기관과 대기업 유치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며 “정부 역시 교통망 확충과 지역 균형발전이라는 취지를 고려해 적자 보전을 다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예산·당진·아산=신진호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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