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력 과시?”…연이어 해킹 공개한 오픈AI·앤트로픽 속내는 [팩플]

박태인 2026. 8. 3.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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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AI의 CEO 샘 올트먼의 모습. 올트먼은 자사 최신 모델의 해킹 사고 뒤인 지난달 말 미국 의회를 찾아 AI개발 속도 조절의 필요성을 의원들과 논의했다. 로이터=연합뉴스


인간이 통제 불가능한 인공지능(AI) 성능에 대한 경고인가, 아니면 고도의 기술력 홍보인가.

최근 오픈AI와 앤트로픽이 연이어 자사 인공지능(AI) 모델의 외부 시스템 해킹 사실을 공개하면서, 그 의도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통제되지 않는 고성능 AI’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듯 하지만, 그 이면에는 연내 기업공개(IPO)를 앞둔 두 회사가 기술력 홍보를 목적으로 ‘해킹’이라는 소재를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지난달 31일 ‘해킹 스캔들은 AI 연구소의 겸손한 자랑거리가 됐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해킹이 AI 기업엔 최고의 마케팅 도구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꼬집었다.

논란의 시작은 오픈AI였다. 오픈AI는 지난달 21일 공식 블로그를 통해 최신 AI 모델 GPT-5.6 Sol과 미공개 고성능 모델이 내부 테스트 과정에서 AI 플랫폼 허깅페이스 운영 데이터베이스(DB)를 무단 해킹했다고 밝혔다. 당시만 해도 시장의 반응은 공포에 가까웠다. 최첨단 AI 모델이 외부 인터넷과 격리된 통제 환경인 샌드박스를 스스로 벗어나 해킹에 성공했다는 사실 자체가 충격을 안겼기 때문이다. 오픈AI는 이를 “최첨단 사이버 역량이 동원된 전례 없는 사이버 사고”라고 규정하며 AI의 위험성을 강조했다. 사건 발생 약 일주일 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까지 “AI를 예의주시하고 있으며 규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언급할 정도였다.

오픈AI 모델, 어떻게 해킹했나 그래픽 이미지.


분위기가 달라진 건 지난달 30일이었다. 이날 앤트로픽은 자체 사이버보안 평가 기록 14만1006건을 전수 조사한 결과 클로드 미토스5 등 자사 프론티어 모델이 외부 기관 세 곳의 시스템에 무단 접근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오픈AI 사례 이후 자체 점검을 진행했고, 지난 4월 발생했던 해킹 사실을 뒤늦게 공개하며 “책임은 전적으로 우리에게 있다”고 사과까지 했다.

시장의 관심은 해킹 자체보다 발표 시점에 쏠렸다. 우버 엔지니어 출신인 게르겔리 오로스는 자신의 엑스(X)에 “오픈AI가 해킹 사실을 공개한 직후, 앤트로픽이 세 달 전 발생한 자사 모델의 해킹 사례를 공개한 이유를 납득하기 어렵다”며 “다른 목적이 있는 것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적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테크 칼럼니스트 출신 조안나 스턴도 앤트로픽의 발표를 두고 “왜 우리 아이가 당신 아이보다 모든 면에서 뛰어난지 설명하겠다”는 것과 같다고 비꼬았다. 뉴스위크 역시 “AI 기업에 대한 투자가 수십억 달러 규모로 이어지고 경쟁사가 ‘전례 없는 사이버 공격’을 성공시켰다고 발표한 상황에서 ‘우리도 이미 지난 4월 해냈다’고 말할 수 있다는 것은 (앤트로픽 입장에서는) 나쁘지 않은 일”이라고 평했다.

지난 5월 6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클로드 개발자 콘퍼런스에서 발언하는 다니엘라 아모데이 앤트로픽 최고경영자의 모습. 오픈 AI에 이어 앤트로픽도 자사 최신 모델의 해킹 사실을 공개했다. AP=연합뉴스


오픈AI가 자사 모델의 ‘탈옥’ 사실을 공개하는 과정에서 사고의 원인보다 최첨단 사이버 역량 등을 내세운 점도 논란이었다. 케이트 클로닉 세인트존스대 로스쿨 교수는 지난달 29일 미국 법률 전문매체 로페어(Lawfare) 기고문에서 “오픈AI의 발표는 자사 모델이 의도적으로 격리 환경을 돌파할 만큼 뛰어난 능력을 갖췄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며 “이 사과문은 사실상 광고에 가깝다”고 비판했다.

일각에서는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중국 AI 모델을 견제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위정현 중앙대 가상융합대학 학장은 “두 AI 기업의 해킹 공개에는 기술력과 투명성을 과시하는 동시에 통제하기 어려운 중국산 AI에 대한 경각심을 키우려는 의도도 엿보인다”고 짚었다. 실제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는 해킹 사고 이후 지난달 말 미국 의회를 찾아 연방 상원의원들과 AI 개발 속도 조절 및 규제 필요성에 대해 논의했다. 고학수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두 회사가 기업공개를 앞두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제3국인 우리 입장에서는 AI 해킹 시대에 대비한 대응 체계를 갖추는 일 역시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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