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축구협회 감사 보고서 완전히 뜯어서 봤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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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북중미 월드컵에서 대한민국은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이번에 출전한 대표팀은 역대 최고 멤버로 구성되어 월드컵 시작 전 32강은 무난히 진출할 것으로 전망됐다.
"일단 월드컵에서 32강 갈 거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죠. 근데 못 올라간 것 자체가 충격적이었고, 경기력에 대해서도 사람들이 굉장히 답답해했었어요. 근데 그 앞뒤로 여러 행정적 문제들까지 겹치다 보니, 이건 단순히 감독 역량이나 전술 부족만 얘기할 문제가 아니라고 봤어요. 저는 축구가 공공재적 성격이 강하다고 보는데, 그 정책과 방향을 결정하는 정점 기관이니 제대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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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광 기자]
지난 북중미 월드컵에서 대한민국은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이번에 출전한 대표팀은 역대 최고 멤버로 구성되어 월드컵 시작 전 32강은 무난히 진출할 것으로 전망됐다. 그러나 결국 탈락하고 말았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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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D수첩 '실패의 빌드업: 대한축구협회' 편 |
| ⓒ MBC |
- 대한축구협회 문제는 어떻게 취재하게 됐나요?
"일단 월드컵에서 32강 갈 거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죠. 근데 못 올라간 것 자체가 충격적이었고, 경기력에 대해서도 사람들이 굉장히 답답해했었어요. 근데 그 앞뒤로 여러 행정적 문제들까지 겹치다 보니, 이건 단순히 감독 역량이나 전술 부족만 얘기할 문제가 아니라고 봤어요. 저는 축구가 공공재적 성격이 강하다고 보는데, 그 정책과 방향을 결정하는 정점 기관이니 제대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봤습니다."
- 취재하며 새롭게 안 게 있나요?
"접근할 수 있지만 접근하지 않아서 몰랐던 것들이 많은 것 같아요. 그런 의미에서 문화체육관광부가 대한축구협회를 상대로 진행했던 감사 보고서에 집중하게 됐는데, 자문료라든지 지도자 라이선스, 예산을 어떻게 쓰는지 같은 부분에 대해 잘 알려진 게 없어서, 그런 내용들을 알리는 데 집중했습니다."
- 이 아이템을 결정하고 맨 먼저 뭐 했나요?
"감사 보고서 내용을 완전히 뜯어서 봤죠. 거기 어떤 내용들이 있었고 어떻게 조치됐는지 봤고요. 그 내용에 불복해서 축구협회가 행정소송을 걸었어요. 올 4월에 1심 재판 결과가 나왔는데 축구협회가 주장했던 내용들이 다 기각됐거든요. 그 판결문이 저희 취재의 사실 확인이 된 내용이었어요."
- 방송 못 보신 분들 위해 감사 보고서가 어떤 내용인지 설명해 주세요.
"클린스만 선임 과정에서 첫 번째 문제는, 정몽규 회장이 권한 없이 직접 면접을 보고 클린스만을 선택했다는 거예요. 두 번째는 홍명보 감독 선임 때인데, 원래 활동해야 할 전력강화위원회가 무너지고 위원회 소속도 아닌 이임생 기술이사가 감독 추천 권한을 이양받아 진행했다는 거죠. 축구협회는 나름 소명했지만, 법원은 실제로 권한 없는 사람들이 개입한 게 맞다고 명확히 판결했어요.
그래서 저희 입장에서는 객관적인 자료가 됐고, 그걸 바탕으로 역추적하게 된 거죠. 그렇게 보니 비상근 임원 자문료 지급 방식도 문제였어요. 무보수이되 경비는 실비형태로 지급 가능한데 월 수백만 원씩 월급처럼 지급됐거든요. 또 승부조작 대상자가 포함된 징계자들을 기습적으로 사면한 부분도 지적됐고요. 이런 문제들을 법원 판결을 근거로 취재하게 된 겁니다."
- 2022년 카타르 월드컵 이후 감독 선임부터 시작했잖아요, 단순히 홍명보 감독의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하나요?
"그렇죠. 홍명보 감독이 카타르 월드컵 이후 바로 선임된 것도 아니고, 그 전에 클린스만 감독이 있었잖아요. 감독은 지원할 수 있지만 결국 선임하는 건 대한축구협회와 그 안의 전력강화위원회예요. 그러니까 선임이 잘못됐다면 당연히 선택하는 주체의 문제로 봐야죠. 저희가 집중하려는 건 이 사람 개인의 능력이나 문제가 아니라, 뽑는 과정 자체가 불분명하고 불공정했다는 부분이에요.
물론 능력 있고 흠결 없는 사람이었어도 결과가 어땠을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결과 자체도 안 좋았잖아요. 클린스만 때는 아시안컵 실패, 홍명보 때는 월드컵 실패. 이런 과정이 겹치다 보니 왜 같은 실수를 계속 반복하는가 싶은 거죠. 근데 그 반복되는 과정에서 석연치 않은, 이해할 수 없는 불공정의 모습들이 계속 보인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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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정헌 PD |
| ⓒ 이영광 |
"선임 문제도 마찬가지예요. 이임생 이사는 전력강화위원회 소속도 아니고 권한도 없는데 끼어들어서 면담도 하고 최종 선임안 발표까지 했어요. 근데 면담할 때 어떤 자료도 안 가져갔고 면담 기록도 남기지 않았어요. 다른 감독 후보들을 만났을 때는 질문지를 준비하고 내용을 기록해서 평가 보고서까지 썼는데 말이죠. 그래서 감사 보고서에서도 면담을 실제로 했는지조차 확신할 수 없다고 지적해요. 기록이 하나도 안 남아 있으니까요. 그러다 보니 이게 면담이 아니라 아예 '해달라'고 제안하러 간 거 아니냐는 의혹까지 나올 정도예요."
- 정해성 전력 강화 위원장이 정몽규 회장과 독대에서 홍명보 감독을 먼저 말한 거 같은데.
"그 안에서 왜 홍명보 감독을 1순위로 했는지는 다른 전력강화위원들도 의아해했어요. 근데 그 일이 있은 다음 날 정해성 위원장이 바로 사퇴하고 그 이후로 두문불출해요. 아무 연락이 안 되는 거죠. 그래서 의혹과 미스터리함이 더 커지는 거예요. 그 부분은 아직도 속 시원하게 밝혀지지 않고 베일에 싸여 있습니다."
- 대한 축구협회 문제들이 이번에 드러났잖아요,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요? 취재하며 생각해 보셨을 거 같은데
"사람에게 휘둘리지 않는 시스템이 중요한 것 같아요. 일본이 성공한 이유, 우리가 실패한 이유를 정확하게 파악해서 적용해야 한다고 봐요. 우리는 시스템이 계속 바뀌었는데, 일본은 사람이 바뀌어도 설정해 놓은 비전과 시스템을 쭉 밀고 나갔거든요.
'비전 해트트릭 2033'을 보면 사실 일본의 '재팬스 웨이'에 비해 뒤떨어지는 내용은 아니에요. 예산 부족 같은 현실적 이유로 중단시키지 말고 쭉 밀고 나가야죠. 누가 회장이 되든, 실무진이 바뀌든 이 비전과 시스템을 정확하게 알리는 게 중요해요. 그래야 방향이 틀어졌을 때 반발과 자정 작용이 일어날 수 있거든요.
인터뷰했던 30년 경력의 일본 축구 전문 기자가 그러더라고요. 일본은 재팬스 웨이와 JFA 2005 선언을 계속 홍보해서 비전이 대중적으로 공유돼 있대요. 그러면 협회가 다른 방향으로 가려 할 때 이의 제기가 되는 거죠. 근데 기자님도 '비전 해트트릭 2033' 못 들어보셨죠? 그러니 바뀌어도 바뀌었다는 사실조차 알 수 없고, 한국 축구의 지향점도 모르는 거죠."
- 취재했지만 방송에 못 담은 게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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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D수첩 '실패의 빌드업: 대한축구협회' 편 |
| ⓒ MBC |
"좀 더 용기를 내고 목소리를 내야 된다고 봐요. 취재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건, 축구계에 계신 분들이 생업과 연관되다 보니 목소리 내는 걸 꺼리고 두려워한다는 점이었어요. 축구협회의 영향력이 작지 않으니까요. 그래서 저희도 인터뷰 자체를 실패한 경우가 많았어요. 생업이 걸려 있다는데 강요할 수도 없고 설득에도 한계가 있잖아요. 근데 바뀌려면 그런 목소리가 더 나와야 하고, 그래야 문제점을 발견해서 해결책도 찾을 수 있어요.
취재하면서 만났던 축구 전문가 한 분이 그러시더라고요. 지금 상태로 제대로 안 바뀌면 4년마다 똑같은 얘기가 반복될 거라고, 제가 또 그분한테 인터뷰를 요청하고 그분은 또 같은 얘기를 하게 될 수도 있다고요.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거였어요. 결국 4년마다 반복된다는 건 우리가 발전 없이 계속 제자리걸음하고 있다는 뜻이잖아요.
일본은 2050년 월드컵 우승을 얘기하는데 우리는 여전히 16강, 이번엔 32강을 얘기하고 있고요. 이 차이를 바꾸려면 축구계 밖에서 얘기하는 것만큼 안에서도 성찰하고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전북의소리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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