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서 20대 남성도 숨졌다…‘사망자 13명’ 재난이 된 폭염

“바다라 시원할 줄 알았는데 백사장이 너무 뜨거워서 서 있기가 힘드네요.” 2일 부산 광안리 해수욕장에서 만난 김정우(43)씨는 “더워도 너무 덥다”며 이같이 말했다. 백사장은 한산한 반면 물 속에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푹푹 찌는 날씨에 지친 관광객들은 튜브를 끼고 앞다퉈 바다로 뛰어들었다. 이날 부산 기온은 39도까지 치솟았다.
부산에서 30㎞ 떨어진 경남 양산은 이날 42.5도를 기록, 지난달 29일 이후 닷새 연속 40도를 넘겼다. 국내 기상관측 사상 초유의 일이다. 양산시는 도심 열기를 조금이나마 식히기 위해 2일에도 곳곳에서 살수차를 가동 중이다. 또 도심을 오가는 시민들의 온열 질환 위험을 줄이기 위한 ‘양산 대여소’도 확대했다. 양산시시설관리공단, 양산복지재단 등이 운영하는 공공시설 23곳에는 오는 7일까지 양산 1000개 상당을 비치해 시민들에게 대여한다.
폭염이 이어지면서 부산·경남지역에서는 온열 질환자가 속출하고 있다. 2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5월 15일부터 지난달 31일까지 경남 지역 온열 질환자는 161명으로 서울(158명)을 넘어섰다. 경남의 인구가 서울의 약 3분의 1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폭염 피해가 상대적으로 집중된 것으로 분석된다. 같은 기간 전체 온열 질환자는 1781명이며, 사망자는 13명이다.
![경남 밀양시 무안면 백안저수지 바닥이 메마른 채 갈라져 있다. 2일 한국농어촌공사 농촌용수종합정보시스템에 따르면 백안저수지의 저수율은 1.1%에 불과하다. [뉴스1]](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8/02/joongang/20260802123854426eowj.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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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바닥 갈라지고 고수온 경보·가축 폐사…피해액 눈덩이로 불어나
폭염에 가뭄까지 겹친 경남은 농업용수 부족이 현실화하고 있다. 경남 농업용 저수지 평균 저수율은 지난 7월 초 52.9%에서 한 달 만에 41.7%까지 떨어졌다. 평년(72%)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이다.
밀양시와 양산시, 의령군은 농업용수 가뭄 ‘경계’ 단계에 들어섰고, 창원·진주·김해·창녕·하동 등 상당수 지역의 저수율도 40% 아래로 떨어졌다. 밀양 백안저수지는 저수율이 1.1%, 금포저수지는 2%에 그쳐 사실상 농업용수 공급 기능을 상실했다.
창원의 한 농민은 “햇볕은 너무 강한데 물이 없다 보니 비료가 녹지 않아 벼가 영양분을 제대로 흡수하지 못한다”며 “이대로라면 수확량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걱정했다.

축산 피해도 빠르게 늘고 있다. 2일 경북도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기준 돼지 7243마리, 닭 7만4318마리가 폐사했다. 충남에서는 돼지 3871마리와 가금류 2만6371마리 등 3만242마리가 폐사했고, 충북에서도 닭과 오리, 돼지 등 모두 3만2052마리가 폭염으로 숨졌다.
광주특별시에서는 닭 4만3396마리, 오리 7737마리, 돼지 3928마리 등 총 5만5061마리에 달했다. 피해 금액은 8억4400만원이다. 체온 조절이 어려운 닭과 오리, 돼지를 중심으로 피해가 집중되고 있다.
도심 야외 관광지 한산…여름 축제 밤에 하거나 실내서 진행
폭염은 사회 전반을 흔드는 재난이 되고 있다. 낮에는 숨이 턱 막히는 더위가, 밤에는 식지 않는 열기가 시민들을 괴롭히고 있다. 본격적인 휴가철을 맞았지만 도심 야외 관광지는 평소 주말보다 방문객이 크게 줄어 한산했다.
![지난달 30일 휴가철을 맞아 붐벼야 할 부산 수영구 광안리해수욕장 백사장이 폭염 탓에 비교적 한산한 모습이다. [연합뉴스]](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8/02/joongang/20260802123856930kflb.jpg)
이날 울산 최고기온이 37도를 넘어서자 태화강 국가 정원 주차장은 주말임에도 빈자리가 듬성듬성 남아있었다. 평소 주말 오전부터 외지 관광객과 나들이 차량이 몰려 만차를 이루던 모습과 대비됐다.
시민들은 냉방시설을 갖춘 실내 공간으로 발길을 돌렸다. 울산 태화강동굴피아와 시립미술관에는 가족 단위 관람객으로 북적였다. 시립미술관을 찾은 김모(36)씨는 “주말이라 야외 활동을 하려고 계획했으나 날씨가 너무 뜨거워 엄두를 내지 못하고 미술관으로 피서 왔다”며 “바깥과 달리 확실히 시원하고 쾌적해서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기 좋다”고 말했다.
폭염은 여름 축제의 모습도 바꿨다. 경남도는 축제 개최 시 기온에 따라 행사 시간을 조정하거나 프로그램을 축소·변경하도록 각 시·군에 지침을 내렸다. 고성군은 행사장 전역에 차광막을 설치하고 대형 선풍기와 정수기를 곳곳에 배치했다.
밀양시는 슈퍼페스티벌 기간 낮 기온이 36도를 넘으면 오후 프로그램을 조정하기로 했고, 합천 고스트파크 축제와 산청 ‘빛나는 여름밤 페스티벌’은 아예 저녁부터 밤까지 운영하도록 계획했다. 밀양공연예술축제는 지난해까지 야외 공연을 운영했지만, 올해는 대부분의 공연을 실내에서 진행했다.
![울산 전역에 폭염 중대경보가 발효된 지난 1일 오후 울산 중구 울산시립미술관을 찾은 방문객들이 전시를 관람하고 있다. [연합뉴스]](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8/02/joongang/20260802123858189feww.jpg)
지자체는 대책 마련에 나섰다.
경남도는 무더위쉼터와 이동노동자 쉼터 운영을 확대하고, 지정 무더위쉼터에는 재해구호기금을 활용해 냉방비를 긴급 지원하기로 했다.
대구시는 전통시장과 공원 등 시민들이 자주 찾는 곳에 ‘찾아가는 이동형 여름 쉼터 버스’를 운영하고 있다. 냉방장치를 갖춘 휴식공간과 시원한 생수를 제공하며, 오는 9월 16일까지 휴일 없이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한다.
경북도는 폭염 대응 현장점검을 강화하고 축종별 피해예방 요령을 집중적으로 홍보하는 등 피해 최소화에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다. 또 165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가축재해보험료 지원, 축사 냉방시설 설치, 비상 발전기 지원, 면역강화용 사료첨가제 공급, 안개 분무시설 및 송풍기 지원, 축사 단열 처리 등 폭염 피해 예방사업을 추진 중이다.
부산·세종·광주특별시·대구=이은지·김방현·김준희·김정석 기자 lee.eunji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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