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연임론’ 뜬금포 아니었다…“5년 너무 짧다” 말 보탠 그들

권유진 2026. 8. 1.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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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5월 대선 후보 당시 광주광역시 북구 국립 5·18민주묘지에서 열린 5·18민주화운동 45주년 기념식에 참석한 뒤 취재진과 만나 이날 발표한 개헌 관련 입장에 대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5년은 너무 짧다.”

이재명 대통령 취임 이후 친명 성향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에서 간간이 등장하던 말이다. 개헌이나 연임을 요구하는 본격적인 정치적 주장이라기보다는, 대통령이 국정 성과를 내기에 5년 단임제는 짧다는 지지층의 정서적 아쉬움에 가까운 표현이었다.

이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이던 지난해 5월 기자 간담회에서 연임제 개헌 질문에 “개헌 당시에 대통령이 헌법 개정을 해서 그 개정된 헌법에 따라서 (연임의) 혜택을 받겠다는 걸 우리 국민들이 쉽게 용인하지 않을 거라고 본다”며 선을 그은 바 있다. 그러나 지지층의 사적 바람에서 출발한 이 목소리는 한동안 수면 아래 머물다 최근 정치권의 ‘이재명 연임론’이라는 구체적인 담론으로 재부상하고 있다.

온라인 공간에 머물던 지지층의 바람이 제도권 공론장으로 올라온 데는 여권 고위 인사들의 메시지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 현행 헌법상 불가능하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국민의 판단’이나 ‘선택의 문제’라는 여지를 남김으로써 잠복해 있던 연임론에 정치적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현직 대통령의 연임 문제는 주권자인 국민의 여론과 선택의 문제”(조정식 국회의장, 지난 7월)라거나 “결국 국민들이 결단해야 할 문제가 아닐까 싶다”(조원철 법제처장, 지난해 10월)는 발언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여권 인사들의 언사는 친여 성향 온라인 공간의 기류에도 변화를 불러왔다. 대표적 친명 커뮤니티인 ‘재명이네 마을’에선 여권 인사들의 관련 발언이 이어질수록 개헌이 필요하다는 반응이 늘었다. 실제 지난해 10월 조원철 처장의 발언이 공유된 게시물에는 “할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겠냐”, “찬성 여론이 압도적이길 바란다”는 호응 댓글이 이어졌다.

친명 커뮤니티인 ‘잇싸’나 ‘이재명은 합니다 갤러리(이합갤)’ 등에서도 지난해 말 이후 개헌 관련 언급이 늘었다. “개헌하면 진짜 연임할 수 있는 거냐”, “아직 대놓고 말하진 못하지만 연임을 바라는 사람이 많을 줄 안다”는 게시물이 올라오는가 하면 “다음 총선에서 200석을 몰아줘서 중임이라도 할 수 있게 압박하자”는 반응이 달렸다.

외곽 스피커들의 부추김도 한몫했다. 지난해 12월 김갑수 평론가는 경향tv 유튜브에서 “한 나라를 일으켜 세우는 리더 하나 만들어지기가 바늘구멍처럼 어려운데 이재명 같은 존재를 5년만 하고 끝내는 것은 너무 아깝다”며 ‘4년 중임을 통한 13년 집권론’을 주장했고, 같은 달 김민석 당시 국무총리도 “요새는 사람들이 5년이 너무 짧다 한다”고 거들었다. 다만 ‘잇싸’ 등에는 이를 두고 “연임론은 오히려 민주 진영을 분열시키려는 의도된 프레임”이라며 경계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여권 내 기류를 포착한 야당도 연임 이슈를 선제적으로 공론장에 끌어올렸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4월 여·야·정 회동 이후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통령은) ‘나는 대통령 한 번만 하겠다’는 이 쉬운 한 마디를 왜 못하느냐”며 연임 포기 선언을 강하게 요구했다. 당초 우원식 전 국회의장이 주도하던 개헌 논의에 야당이 잠재적 연임 가능성을 고리로 견제구를 던지면서 정치적 대립각이 선명해진 것이다. 장 대표와 가까운 한 인사는 “여권이 겉으로는 개헌을 말하지만 결국 이 대통령의 장기 집권을 위한 길을 내려는 속내가 있다고 장 대표는 판단한 것 같다”며 “당시 최고위원회의 등에서도 수차례 언급했었고, 이 대통령에게 다른 의도가 있기 때문이라 보고 선제적 배수진을 쳤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온라인에서 퍼지던 연임론은 진영 내부의 주도권 다툼과 맞물리며 다른 정치적 파장도 낳고 있다. 유시민 작가는 지난 5월 매불쇼 유튜브 방송에서 연임에 대한 질문이 아니었음에도 “헌법적으로 이재명 대통령 연임은 불가능하다”며 “그런데 일각에서는 연임이 가능한 것처럼 전제를 두고, 그것을 가로막는 자라며 (친문·구여권 인사들을) 공격하는 어리석은 언설들이 공유되고 있다”고 답변했다. 헌법상 불가능한 연임론이 강성 지지층 사이에서 세력 결집과 타 파벌을 배척하기 위한 명분으로 소비되는 정국 기류에 대해 불만을 표출한 것이다.

결국 지지층의 정서적 아쉬움에서 출발한 연임론은 여권 인사들의 여지 남기기 어법과 야당의 정치적 셈법, 진영 내부의 세력 다툼이 복합적으로 교차하면서 정국 화두로 변질됐다. 헌법적 불가능이라는 명확한 한계에도 불구하고, 지지층의 사적 희망 사항이 제도권 정치인과 외곽 스피커를 거치며 공적 논의를 흔드는 기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공희준 정치 컨설턴트는 “과거에는 지지층의 사적인 희망을 정치권과 언론이 정제하고 여과했지만, 지금은 온라인을 통해 여과 없이 공유되고 있다”며 “강성 팬덤의 희망사항을 여권 인사들이 거들고 야당이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면서, 현행 헌법상 불가능한 연임론까지 정쟁의 소재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권유진 기자 kwen.y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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