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민심 거스른 형소법 강행 처리, 거부권만 남았다

2026. 8. 1. 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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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기본권 보호 외면한 보완수사권 폐지


검수완박에만 매몰돼 경찰 견제 장치 허술


공소기각 조항도 이 대통령 위한 것 아닌가

더불어민주당이 어제 국회 본회의에서 검사의 보완수사권을 전면 폐지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강행 처리했다. 국가 수사 체계를 근본적으로 뒤흔들고 국민의 기본권 보호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는 법안인데도 충분한 숙의가 이뤄지지 않은 채 속전속결로 통과됐다. 법안 통과 직후 구자현 검찰총장 직무대행이 사직서를 제출하는 등 후폭풍이 거셀 것으로 예상된다. 보완수사권을 유지해야 한다는 국민 다수의 여론은 뒷전으로 밀려나고, ‘검수완박’이라는 정치적 목표만 살아남았다. 이는 다수 의석으로 민심을 거스른 입법 폭주라고밖에 할 수 없다.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일정을 마친 이재명 대통령이 18일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해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심사 과정부터 졸속이었다. 애초 개정안에는 경찰이 검사에게 통보만 한 뒤 피의자를 긴급체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가 인권 침해 우려가 제기되자 막판에 삭제됐다. 현 정부에서 검찰개혁추진단 자문위원장을 지낸 박찬운 한양대 교수는 페이스북에 “작은 방에 국회의원이 앉아 서류를 넘긴다. 말 몇 마디에 80년 가까이 이어져 온 나라의 법질서가 바뀐다”며 “솔직히 묻고 싶다. 이거 겁도 안 납니까”라고 썼다.

검사의 보완수사권은 경찰 수사에 대한 최소한의 견제 장치다. 광주 여고생 살해 사건은 실증적 사례다. 경찰이 단순 살인으로 처리하려 했던 범죄가 검찰의 보완수사를 거치며 성범죄 목적 살인이었음이 드러났다. 여성·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가 피해자인 사건에 한해서라도 보완수사권을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쏟아졌지만 수용되지 않았다. 대신 개별법을 고쳐 성폭력 등 7대 범죄에 경찰이 수사한 사건과 기록을 모두 검사에게 넘기는 전건송치를 하겠다고 한다. 검사가 경찰의 보완수사 이행을 관리하고 다른 수사기관을 지정할 수 있도록 했지만, 간접 통제일 뿐이다. 경찰이 요구를 부실하게 이행하면 사건 처리만 길어질 수 있다. 결국 피해는 국민이 보게 된다.

국민도 이를 우려했다. 지난달 한국갤럽 여론조사 결과, 보완수사권 유지 의견은 61%로 전면 폐지 의견(23%)을 크게 웃돌았다. 심지어 민주당 지지층에서도 유지 46%, 폐지 39%였다. 그런데도 여당 강경파의 정치적 구호가 끝내 관철되고 말았다.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건전하게 작동하고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들 정도다. 더구나 막판에 들어간 공소기각 사유 확대 조항도 의혹을 키웠다. ‘중대한 위법 수사’와 ‘소추재량권을 현저히 일탈’한 경우가 추가됐다. 기존 판례로도 공소권 남용에 대한 공소기각 판단이 가능한데, 왜 이 조항을 끼워 넣었는지 납득이 되지 않는다. 그러니 이재명 대통령의 형사재판에 영향을 주려는 것이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는 것 아닌가.

이 대통령과 정성호 법무부 장관의 책임도 가볍지 않다. 이 대통령은 최종 결정과 책임을 국회와 여당에 넘겼다. 정 장관도 보완수사권 일부 존치를 주장했지만 거기까지였다. 그는 법안에 문제가 있다면서도 “대통령에게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건의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사의까지 표명했던 주무 장관의 태도로는 앞뒤가 맞지 않는다. 정말 국민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하면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건의하는 것이 온당하다.

이제 공은 대통령에게 넘어갔다. 이 대통령도 제한적인 보완수사권이 필요하다고 하지 않았나. 이제는 이 대통령의 사법 리스크를 해소할 수 있는 법안이라는 의심까지 받고 있다. 이런 논란을 불식할 수 있는 길은 이 대통령이 민심과 상식에 어긋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에 재의요구권을 행사하는 것이다. 이것이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는 대통령의 책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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