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적 신체 감각과 일본 부토 미학 결합한 양종예
부토는 일본의 전위적 현대무용
SAI 댄스 페스티벌서 대상 수상
해외무용스타 초청공연 무대에

세계적인 부토(舞踏) 컴퍼니 ‘다이라쿠다칸’에서 17년째 활약 중인 무용수 겸 안무가 양종예(본명 양윤선·51·사진)가 고국 관객과 뜻깊은 만남을 갖는다. 그는 1~2일 서울 나루아트센터에서 열리는 ‘제23회 한국을 빛내는 해외무용스타 초청공연’ 무대에 오른다.
이번에 선보이는 작품은 지난 5월 일본 도쿄에서 열린 ‘제9회 SAI 댄스 페스티벌’ 경연 부문에서 그랑프리(대상)를 거머쥔 솔로 신작 ‘정체불명 X의 소환’이다. 최근 3년간 대상 수상작을 내지 못했을 만큼 까다로운 심사 속에서 이뤄낸 쾌거라 그 의미가 더욱 각별하다. 공연을 앞두고 서울 광화문에서 만난 양종예는 지난 시간을 회상하며 먼저 묵직한 소회를 전했다.

“17년간 부토를 해오며 ‘한국인이 왜 일본의 부토를 하느냐’는 질문을 참 많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저에게 부토는 단순히 일본의 춤이 아니라, 인간의 몸과 내면을 극단까지 탐구하는 보편적인 예술 언어였습니다.”
부토는 1950년대 말 일본의 히지카타 다쓰미가 창시한 전위적 현대무용으로, 서양 중심의 미학을 거부하고 억압된 육체와 죽음 등 사회적 금기를 극단적인 신체 표현으로 나타낸다. 1970년대 후반 유럽에 소개된 이후 세계 현대무용의 중요한 축으로 자리 잡았다. 양종예는 “부토는 2차 세계대전 패전 이후 일본을 감쌌던 깊은 허무감, 그리고 정체성을 찾아 나선 전후 세대의 ‘앙그라(언더그라운드) 문화’ 속에서 피어났다”면서 “이러한 저항 정신과 신체에 대한 근원적 탐구가 있었기에 부토가 일본을 넘어 해외에서도 깊은 공감을 얻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부산 경성대에서 한국무용으로 학부와 석사를 마친 양종예는 2005년 서울에서 열린 한·일 수교 40주년 기념 부토 페스티벌에서 다이라쿠다칸의 공연을 보고 깊은 감동을 받았다. 2008년 일본으로 건너간 그는 이듬해 외국인 최초로 다이라쿠다칸의 정단원에 발탁된 후 17년간 핵심 단원으로 자리를 지켜오고 있다. 그동안 “왜 한국인이 부토를 하느냐”는 시선과 정체성에 대한 질문은 그가 늘 안고 있던 과제였다. 그러나 이번 SAI 댄스 페스티벌 그랑프리 수상은 그를 따라다닌 의구심에 마침표를 찍는 계기가 됐다.

세계 각국의 무용 페스티벌 예술감독들로 구성된 심사위원단은 한국무용이라는 신체적 뿌리 위에 부토의 미학을 결합한 그의 신작에 찬사를 보냈다. 이전 세대의 표현을 단순히 답습하는 차원을 넘어, 부토의 새로운 미래를 제시하는 ‘네오 부토’의 가능성을 입증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는 “심사위원들께서 ‘한국적 신체 감각과 일본 부토의 깊이가 만나 기존의 틀을 깬 새로운 언어를 만들어냈다’고 평가해 주셨을 때 가슴이 뭉클했다”면서 “부토라는 그릇 안에 나만의 정체성을 담아내려 한 노력이 인정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에 한국에서 선보이는 ‘정체불명 X의 소환’은 그가 지난해 7명의 여성 무용수가 출연하는 무대로 선보여 일본에서 주목받았던 1시간 분량의 장편 ‘봄의 제전’을 축약한 솔로 버전이다. 그는 “작품 속 ‘X’는 기괴한 타자가 아니라 나조차 외면하고 가두어 뒀던 내 안의 가장 날것인 얼굴”이라며 “억압된 감정과 기억을 몸으로 끄집어내 내면의 조화를 찾아가는 과정을 그려냈다”고 설명했다.
그는 무대 밖으로도 활동 영역을 넓혀 왔다. 팬데믹 기간 댄스필름 제작에 도전해 일본 카도마 국제영화제와 서울무용영화제에서 수상한 바 있으며, 일본 NHK 한국어 교육 프로그램 ‘한글! 내비’ 출연을 계기로 에세이를 연재해 오다 지난 2월 저서 ‘한국어로 맛보는 에세이 섞어야 비빔밥’을 출간하기도 했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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