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4500가구 대단지도 매물 없어요”…성북구 전세 ‘대불장’
전세 부담에 매매 전환…매매·전셋값 동반 상승

“전셋값은 1년 만에 2억원씩 올랐어요. 신규 거래랑 갱신 거래는 2억원 정도 차이난다고 보면 됩니다”(돈암동 공인중개사 A씨)
성신여대역에서 걸어서 10분을 걸으면 4500가구 대단지 한진한신아파트에 닿는다. 높은 언덕에 솟아 있는 아파트들은 산성처럼 웅장했다.
1998년 준공한 단지는 역과 거리가 다소 멀고 단지를 오갈 때마다 계단을 올라야 하는 등 경사가 높다. 다만 초·중·고등학교가 가깝고 성북근린공원 등 넓은 공원도 인접한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또 단지는 가구수가 많아 성북구 내에서 거래가 활발한 단지 중 한 곳이다. 올해 1~7월 한진한신 전세 거래는 141건으로 길음동 래미안길음센터피스(210건)에 이어 성북구 2위다.
거래가 뜨거운 만큼 가격도 오르고 있다.
국토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한진한신 전용 84㎡ 전세는 지난 1일 7억3000만원에 거래됐다. 1년 전인 2025년 7월에는 4억~5억2000만원에 거래됐는데 1년 만에 2억원 이상 비싸졌다.
단지 인근에서 부동산 중개업소를 운영하는 B씨는 “최근 전세를 찾는 손님이 늘어나면서 집주인들이 가격을 크게 올렸다”며 “길음동과 장위동 신축 전셋값이 비싸 눈을 낮춘 수요자들이 돈암동으로 와 매물을 찾는데 높아진 가격에 당황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러한 가격 상승세는 다른 단지도 마찬가지다. 돈암삼성 전용 84㎡는 지난 6월6일 6억2000만원으로 신고가 거래됐고 길음동 래미안 길음센터피스는 7월2일 10억5000만원에 손바뀜했다.
성북구 전역 전셋값이 상승하면서 지역 전체 전셋값 상승률도 서울에서 가장 높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성북구 아파트 전셋값은 올해 누적 10.10% 상승해 서울에서 유일하게 누적 상승률 10%를 넘겼다. 수도권 전체로 범위를 넓혀도 전셋값이 10% 이상 오른 곳은 경기 광명(10.35%)뿐이다.
전셋값 상승은 매매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높은 전셋값에 부담을 느낀 수요자 중 일부가 매매를 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장에서는 매매 수요가 늘어나 가격이 오르면 매매가격과 연동되는 전셋값이 따라 오르고 있다는 의견도 내놨다.
다른 부동산 중개업소 대표 C씨는 “지난해만 해도 50평 이상 대형 평형이 10억원에 거래됐는데 지금은 국평(전용면적 84㎡)이 10억원 이상에 거래되고 있다”며 “정부가 지난해 주택담보대출(주담대) 한도를 6억원으로 줄이면서 한도를 채워 대출을 받을 수 있는 한진한신에 수요가 몰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집주인 다수는 전셋값을 매매가격 상승분만큼 올리겠다는 집주인이 많다”며 “세입자를 찾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더라도 가격을 낮추려 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매매와 전세 가격이 동시에 오르면서 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 비율인 전세가율은 큰 변화가 없다. KB부동산이 조사한 7월 성북구 아파트 전세가율은 58.84%로 지난해 같은 기간 기록한 60.42%보다도 낮다.
치솟는 전셋값 속 내년 상반기에는 신축 단지가 다수 입주한다. 장위동 푸르지오라디우스파크(1637가구)가 3월, 삼선동5가 창경궁롯데캐슬시그니처(1223가구)가 4월 입주 예정이다.
다만 정부의 대출 규제 속 신축 단지에서 전세 매물 공급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정부가 서울 등 수도권에서 소유권 이전 조건부 전세대출을 금지하면서 수분양자가 세입자의 전세대출금으로 분양 잔금을 치르는 방식이 막혔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수분양자가 분양대금을 납부하고 소유권 이전을 마치기 전에는 세입자의 전세대출 실행이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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