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숨 구했는데 범죄자가 됐다… 난민 구조 실화가 한 질문
[김형욱 기자]
(* 이 글은 영화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2015년부터 본격화된 '유럽 난민 사태'는 유럽 사회를 거대한 논쟁의 한가운데로 밀어 넣었다. 중동과 아프리카를 떠나 유럽으로 향하던 수많은 난민이 지중해에서 목숨을 잃었고, 초기에는 인도주의와 도덕성이 우선시되었다. 그러나 난민의 규모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분위기는 달라졌다. 각국은 수용보다 검증과 통제를 앞세우기 시작한 것이다.
그 무렵 독일의 평범한 대학생 루카스는 더 이상 지켜보고만 있을 수 없다고 판단한다. 경험도, 자금도, 조직도 없는 그는 뜻을 함께하는 사람들을 모으고 크라우드펀딩으로 자금을 마련한다. 후원자를 찾아 무작정 문을 두드리고, 우여곡절 끝에 구조 조직과 선박까지 갖춘 뒤 지중해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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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2만 3천 명의 목숨>의 한 장면. |
| ⓒ 넷플릭스 |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2만 3천 명의 목숨>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다큐멘터리로도 충분히 만들 수 있었을 이야기를 극영화로 옮긴 이유는 분명하다. 사건의 사실뿐만 아니라, 그 안에서 흔들리는 사람들의 감정과 선택을 더 깊이 전달하기 위해서다. 제목 그대로 이들은 '2만 3천여 명의 생명'을 구조했다. 그 과정에서 영화는 정치적 구호보다 인간의 선택에 집중한다.
이들의 행동은 철저히 인도주의적이었다. 대학생들이 주축이었지만, 경력을 쌓거나 이름을 알리기 위한 활동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눈앞에서 사람이 죽어 가는데 아무도 움직이지 않는 현실을 견딜 수 없었던 것이다. 영화가 인상적인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거대한 영웅담을 만들기보다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을 선택한 평범한 사람들의 용기를 담담하게 따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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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2만 3천 명의 목숨>의 한 장면. |
| ⓒ 넷플릭스 |
인도주의는 숭고하지만, 현실에서는 너무나 쉽게 정치와 경제 논리에 밀려난다. 사람을 살리는 일도 국가의 이해관계가 개입하는 순간 '합법'과 '불법'의 문제로 바뀌곤 한다. 영화가 가장 날카롭게 던지는 질문도 여기에 있다. 사람을 구하는 행위는 언제부터 처벌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까.
실제로 영화 속 루카스와 동료들은 이탈리아 당국에 의해 밀입국 알선 및 밀수업자 공모 혐의로 기소된다. 실제 의도와는 무관하게 법 조항을 적용하면 그렇게 해석할 여지가 있다는 논리였다. 국가의 입장에서 보면 국경과 질서를 관리하는 일 역시 중요한 책무다. 그러나 그 논리가 눈앞의 생명을 외면하는 이유가 될 수 있는지는 또 다른 문제다. 이 영화는 어느 한쪽의 답을 강요하기보다 국가의 논리와 인간의 양심이 충돌하는 지점을 차분히 응시한다.
개인적으로 가장 오래 남는 장면은 거창한 구조 장면이 아니라 '누군가는 해야 한다'라는 마음으로 바다에 나서는 평범한 청년들의 얼굴이다. 거대한 역사와 제도는 결국 이런 개인들의 선택 위에서 조금씩 움직여 왔다. 적어도 사람을 살리려는 행위 자체가 범죄로 규정되는 선례만큼은 남겨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영화를 보는 내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한편 독일을 대표하는 젊은 연기파 배우들이 대거 출연해 작품의 완성도를 높인다. 절박한 생명을 구해야 한다는 사명감과 그것을 현실로 옮기는 과정의 진정성이 배우들의 연기를 통해 설득력 있게 전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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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2만 3천 명의 목숨> 포스터. |
| ⓒ 넷플릭스 |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singenv.tistory.com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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